김훈 3

김훈의 풍경 소설 '내 젊은 날의 숲'

자전거 여행자 김훈을 (2001)를 통해 처음 만났다. 헐거우면서도 꽉 찬 그 문장이 좋아 (2000)을 읽었고, 이어서 (2007)과 (2009)를 읽었다. 그리고 이번에 (문학동네, 2010)을 긴 여름밤에 읽었다. 김훈은 2009년 가을부터 2010년 초여름에 이르는 동안, 휴전선 이남의 여러 지방을 여행하고, 풍경의 안쪽에서 한 줄씩의 문장을 걷어 올려 이 책을 썼다고 했다. 김훈은 산천을 떠돌면서, 구름이 산맥을 덮으면 비가 오듯이, 날이 저물면 노을이 지듯이, 생명은 저절로 태어나서 비에 젖고 바람에 쓸려갔는데, 그처럼 덧없는 것들이 어떻게 사랑을 할 수 있고 사랑을 말할 수 있는 것인지, 눈물겨워 했다. 은 20대의 세밀화가 조연주가 민통선 안쪽의 수목원에 일하게 되면서 들여다 본 숲 속 풍..

독서 2019.10.22 (2)

김훈의 장편소설 '공무도하', 아득한 관념의 세계

김훈의 장편소설 『공무도하』의 표지는 독특합니다. 작가의 원고지를 겉표지로 삼았는데, 연필을 꾹꾹 눌러 쓴다고 한 작가의 필력이 느껴집니다. 아직도 워드가 아닌 원고지를 쓰다니 우직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김훈의 (2001)와 (2007)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역사소설이 아닌 소설에서는 작가의 문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했습니다. 소설가 김훈은 화가가 되었다면 아마도 추상화가가 되었을 것 같네요. 그 만큼 그의 문장은 관념의 세계에 머물러 있는 느낌입니다. 어쩌면 는 불가능한 소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에는 이야기의 얼개도, 목차도 없습니다. 주인공 문정수 기자가 신문 사회면에 실릴만한 소재로 이야기를 끌어 갈 뿐입니다. 문정수는 가끔 출판사에서 일하는 노목희를 찾아가 섹스를 하곤 합니다. 문정수..

독서 2019.04.27

흑산 : 정약전에 대한 김훈 역사 소설

김훈의 (학고재, 2011)은 1801년 수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한 신유박해를 배경으로 조선 후기 사회상을 그린 장편 역사소설이다. 은 천주교리를 공부했지만 현세의 삶으로 돌아와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과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끝까지 순교의 길을 걸어갔던 그의 조카 사위 황석영의 이야기가 큰 줄기를 이루며 대비된다. 정약현,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사형제는 의금부 장판 위에서 삶의 길이 달라진다. 천주교인임을 자랑스러워하며 순교한 정약종과 적극적으로 배교하고 현세의 삶을 택한 정약용의 삶은 의 치열한 주제를 상징한다. 순교와 배교를 둘러싸고 조정과 조선후기 지식인 사회의 갈등이 그려지고 중인과 하급 관원, 마부와 어부, 노비 등 혼란한 세상을 견디며 살아가는 인간의 고통과 슬픔과 소망이 김훈 특유의..

독서 2018.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