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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로젤의 '소설쓰기의 모든 것 2 : 묘사와 배경' 론 로젤의 (2011)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묘사와 배경에 집중한 소설가 지망생을 위한 작법서이다. 글쓴이 존 로젤은 미국 텍사스 주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치며 회고록 와 1900년 텍사스 캘버스턴 섬을 휩쓴 허리케인을 소재로 한 소설 등을 발표했다. 전문 작가들이 그들의 소설에서 어떻게 배경을 묘사하는지 예문을 들어가며 상세하게 설명했다. 잘 다듬어진 훌륭한 소설들은 배경의 묘사가 탁월해 독자들이 소설 속의 장소와 시간에 오래도록 머물기를 원한다고 한다. 론 로젤이 인용한 소설들의 예문을 읽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다. 소설쓰기에 관심 있거나 소설에 관심 있는 분들은 읽어볼 만하다. 시리즈는 총 5권이 출간되었다. 소설가 지망생들을 위한 작법 노하우들을 5권의 시리지에 정리한 셈이다. 1편은..
더 레슬러, 중년 남성의 자아 찾기 영화 (2009)는 레슬러에 관한 영화라기보다는 한 중년 남성의 자아 찾기 영화다. 1980년대를 주름잡았던 전설의 레슬러 '랜디 더 램 로빈슨'(미키 루크)의 삶의 굴곡을 따라간다. 오프닝 시퀀스는 꽤 인상적이다. 시합을 마치고 락커룸으로 돌아가는 랜디의 등 뒤를 바짝 쫒는 카메라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줄곧 랜디의 등 뒤에 머물러 있다. 관객은 랜디의 뒤에서 그를 바라보며 그의 어깨를 억누르는 삶의 무게를 함께 짊어진다. 락커룸에 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사내의 옆모습은 이 시대 아버지들의 실루엣이다. 거친 숨소리가 함께 비추어지는 그의 뒷모습은 그가 과거의 영광으로부터 퇴장해야 할 순간이 임박했을 암시한다. 관객들은 그와 함께 호흡을 하며 그의 발걸음을 따라간다. 영화는 진정한 자아 찾기는 삶의 마지..
화차, 미야베 미유키의 미스터리 장편소설 변영주 감독이 연출한 영화 를 보고 미야베 미유키의 미스터리 장편소설 를 찾아 읽었다. 책 뒷표지에는 '일본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작가 미야베 미유키 최고의 작품!'이라는 카피가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었다. '화차(火車)는 생전에 악행을 저지른 망자를 지옥으로 실어 나르는 불수레라고 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후후가 이 책을 권했다. 영화와 소설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무대만 도쿄에서 서울로 바뀌었을 뿐, 줄거리는 대동소이하다. 굳이 비교하자면 소설보다 영화가 스릴감이 좀 있다. 영화에서는 형사(조성하 분)의 역할이 보조적이지만, 소설에서는 원톱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영화에서 강성영은 소설에서는 '세키네 쇼코'다. 쇼코는 질이 아주 나쁜 사채에 쫒기다 급기야 '신원세탁'을 시도하고 성공한다. 자신과 비슷한..
박수건달, 꽤 잼나는 조폭 코미디 은 꽤 재미있었던 조폭 코미디 영화였다. 이 영화를 만든 조진규 감독은 두 편을 연출했고, 배우 박신양은 조폭영화 (2001)로 재미를 봤었다. 광호(박신양)는 보스 신임과 후배들의 존경까지 한 몸에 받는 잘나가는 엘리트 건달이다. 그런데, 태주(김정태)의 칼에 맞고 광호의 운명은 얄궂게 변한다. 낮에는 박수(남자무당), 밤에는 조폭으로 살아야 하는 이중생활이 그들 기다린다. 의 ‘웃음 유발’은 일단 합격점이다. 조폭이 박수의 길을 걷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참신하다. 광호가 과연 어떤 운명을 선택하고 개척해 나갈지 자못 궁금하기도 하다.그런데 광호의 좌충우돌을 소화해 낼 카운터 파트너들의 활약은 미진했다. 라이벌 조폭 태주 역을 맡은 김정태는 에서 평범함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2011)과 ..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베스트셀러 소설 원작 영화는... 은 전 세계 6,500만 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 소설 을 영화화한 스웨덴의 영화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했다. 시사지 ‘밀레니엄’의 기자 미카엘(대니얼 크레이그)은 재벌과의 폭로전에서 패하고 난 후, 방예르 가문의 수장 헨리크(크리스토퍼 플러머)의 사건 의뢰에 솔깃해진다. 사건은 40년 전에 발생한 헨리크의 조카 ‘하리에트’의 실종사건. 무려 40년 전에 실종한 사건이라 과거의 사진이나 신문기사에서 단서를 찾을 수밖에 없다. 미카엘은 사건 추적에 들어가며 조수를 고용한다. 기묘한 용문신과 피어싱을 한 리스베트(루니 마라)는 천재적인 해킹 능력을 자랑한다. 사건을 추적하는 미카엘과 리스베트는 재벌 방예르 가족사의 추악함과 맞닥뜨리고 악마적인 사건의 실체에 직면한다. 40년 전 실종사건의 실마리를 구약성경..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 고전에 대한 간략 소개 유시민은 트렌드를 잘 타는 정치인이었다. 그의 책도 바람을 잘 탔다. 가 베스트셀러에 오르자 그는 발 빠르게 를 펴냈다. (유시민, 웅진씽크빅, 2009)도 그런 책이다. 출판계에 불어 닥친 인문학의 바람을 그는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트렌드를 쫒다 보면 깊이가 없어지고 길을 잃게 마련이다. 그의 정치 행적이 말해주듯이 그의 철학도 그런 것 같다. 신자유주의자에 가까운 유시민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고(혹은 자신의 정체성을 정말 자신도 모를 수도 있다) 세상에 그럴듯하게 내밀고 싶은 명함이 '좌파 지식인'이라는 것을 는 말해준다.는 유시민의 삶에 이정표가 되었던 책 14권을 소개하고 있다. 유시민은 이 열네 권이 인류사의 위대한 고전이라고 말하나, 균형 잡힌 고전 목록은 아니다. 그것은 아마도..
마이클 베이 감독의 '트랜스포머3', 시리즈의 소멸 마이클 베이 감독이 (2007)를 처음 들고 나왔을 때 관객들은 스펙터클한 영상에 열광했다. 자동차가 거대 로봇으로 변신하는 장면은 신기하여 CG의 혁명처럼 보였다. 시나리오도 탄탄했고 무엇보다 처음 보는 트랜스포머(변신)는 과학과 신화를 믹스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주연을 맡은 샤이아 라보프와 메간 폭스의 찰떡궁합도 좋았다. 그러나 LA에서 이집트 사막으로 배경을 옮긴 두 번째 작품 (2009)은 스토리가 엉망이었는데, 마이클 베이는 궁색하게도 “작가 파업으로 시나리오를 급조”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2011년에 개봉한 의 시작은 참신하여 기대감이 컸다. 존 F. 케네디의 뉴스 릴과 달의 뒷면에 잠든 “센티넬 프라임”에 접근하는 교차 편집은 서사를 우주로 확장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 이후 영..
철도 덕후 박흥수의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기 (2017)은 현역 철도 기관사 박흥수가 쓴 기차 여행기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하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광활한 만주와 시베리아 자작나무 숲, 바이칼 호수, 우랄산맥을 넘어 베를린까지 19일 동안 1만4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대장정을 담았다. 기관사 박흥수는 여행담을 재밌게 잘 썼다. 철도와 관련된 책이라면 죄다 읽는 ‘책 덕후’이자 ‘철도 덕후’라 할 만했다. 철도와 관련된 책을 세 번째 냈다. 이번 책에서 박흥수는 한 세기 전 조국을 등지고 열차에 타야만 했던 사람들과 함께 시간여행을 시작한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종단하며 저자가 겪은 에피소드들은 무협지를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 안에서 북한 노동자와 도시락을 나눠 먹고, 청산리 전투의 영웅 홍범도가 한인으로서는 유일하..
추억의 시리즈 '스타트렉 : 더 비기닝' 옛날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던 시리즈는 나의 어린 시절을 매료시켰다. 무한대로 뻗어 나가는 광활한 우주를 유영하는 엔터프라이즈호의 ‘커크’ 함장과 발칸인 ‘스팍’의 모험 이야기는 소년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 일으켰다. 세월이 흐르면서 은 나에게 동화로 남았다. 2009년, J. J. 에이브럼스 감독이 시리즈를 극장판으로 리부트 한다고 했을 때, 잽싸게 영화관으로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은 비록 시나리오가 엉성하긴 했지만 평행우주 이론을 도입하는 등 어린 시절의 꿈과 추억을 소환하는데 나름 성공했다. 그로부터 4년 만에 돌아온 는 시작부터 분위기가 영 이상했다. 니비루 행성에서 커크가 요망스럽게 원주민들을 피해가며 줄행랑치는 오프닝 시퀀스는 왠지 ‘스타트렉’의 비주얼이 아니었다. 활화산에 뛰어들어 니비루 행..
채식주의자,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작 한강의 는 인간 근원 저 깊은 바닥까지 파고든 연작소설이다. 그래서 조금은 무겁다. 그러나 잘 읽힌다.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연작소설을 놓기 어렵다. 는 세 편의 중편소설을 엮은 것으로, 먼저 가 "창작과비평"(2004년 여름호)에, 이 "문학과사회"(2004년 가을호)에, 그리고 이 "문학 판"(2005년 가을호)에 각각 발표되었던 것이다. 소설가 한강의 멘부커 인터내셔널 상(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 수상(2016. 5. 17)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단지 작품성 높은 소설이려니 했다. 호들갑을 떠는 외부에 둔감한 나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더구나 언론매체에 보도된 소설가 한강의 모습은 1970년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여러 보였다. 한강의 애티가 나는 얼굴은 소설가..
학교에서 끝장내라, 공교육이 그렇게 좋았다면 (중앙북스, 2009)에서 저자 이원희는 앞으로는 사교육이 공교육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단언했다. 우리 아이들의 시대는 공교육만으로도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분야의 공부를 대학에서 할 수 있게 되는 세상이라는 것이다.저자 이원희는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세가지 필수조건을 소개했다. 첫째는 아빠의 경제력, 둘째는 엄마의 정보력, 세째는 아이의 실력. 훌륭한 교과서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아이들을 사교육 시장에 내모는 부모들을 그는 질타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과서 위주로, 학교수업에 충실했다."라는 매년 똑같은 전국수석의 말은 결코 거짓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들 수석들은 에빙하우스의 망각 법칙대로 무엇보다 예습 복습을 통해 학교 수업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에빙하우스의 망각 법칙'은 독일 심리..
배유안의 청소년 소설, '스프링벅' 작가 배유안의 (창비, 2008)은 고등학교 2학년 '동준'이 주인공이다. 동준이는 수재로 소문났던 형이 대학에서 갑자기 죽자, 가출한 창제 대신 연극 '스프링벅'의 주인공 '미키' 역의 연기에 몰두한다. '스프링벅'은 아프리카에 사는 양의 이름이다. 풀을 먹기 위해 떼를 지어 초원을 다니다가 어느 한 순간 뛰기 시작하면 수천 마리의 스프링벅은 풀을 뜯으려던 당초의 목적은 까맣게 잊은 채 성난 파도 같이 산과 들을 넘어 계속 뛰어, 절벽 아래로 모두 떨어진다고 한다. 배유안은 입시 경쟁에 내몰린 우리 시대 청소년들의 처지를 아프리카의 스프링벅과 다를 바 없다고 암시한다.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쳤던 작가답게 은 이 나라 고등학생들이 고민하고 갈등하는 문제들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문장도 끌어당기는 힘이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