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장편소설 『공무도하』의 표지는 독특합니다. 작가의 원고지를 겉표지로 삼았는데, 연필을 꾹꾹 눌러 쓴다고 한 작가의 필력이 느껴집니다. 아직도 워드가 아닌 원고지를 쓰다니 우직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김훈의 (2001)와 (2007)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역사소설이 아닌 소설에서는 작가의 문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했습니다. 소설가 김훈은 화가가 되었다면 아마도 추상화가가 되었을 것 같네요. 그 만큼 그의 문장은 관념의 세계에 머물러 있는 느낌입니다. 어쩌면 는 불가능한 소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에는 이야기의 얼개도, 목차도 없습니다. 주인공 문정수 기자가 신문 사회면에 실릴만한 소재로 이야기를 끌어 갈 뿐입니다. 문정수는 가끔 출판사에서 일하는 노목희를 찾아가 섹스를 하곤 합니다. 문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