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465

동짓날이면 생각나는 황진이의 동짓달 기나긴 밤

오늘은 동짓날. 동짓날에는 황진이의 이라는 시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황진이는 조선 중종 때의 명기, 명월로 잘 알려져 있다. 그녀에 대한 직접사료는 없는 터라 야사에 의해 그녀의 일화들이 많이 전해져 온다. 황진이는 그간 영화로도 많이 만들어졌는데, 송혜교가 주연에 장윤현 감독이 연출한 (2007), 장미희와 안성기 주연에 배창호가 연출한 (1986)가 기억에 남는다. 명성에 비해 황진이의 시조는 에서 전하는 6수가 전부인데, 모두가 조선 시문학의 걸작으로 꼽힌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한 사내를 기다리는 황진이의 애닯은 심경이 잘 드러난 의 전문을 옮겨 적어본다. 기나긴 밤의 한 가운데를 베어 내어 봄바람 부는 이불 아래 여러 번 잘 포개어 넣었다가 어른님 오신 날 밤이면 굽이굽이 펴는 여인의 절절..

일상 2019.12.22 (2)

김훈의 자전거 여행 에세이집 '자전거 여행'

김훈의 자전거 여행 에세이집 (생각의 나무, 2000)은 여행에 대한 새로운 길을 일깨운다. 작가는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전국의 산천을 자전거로 떠돌며 이 책을 겨우 썼다. 수많은 고산준령을 넘고, 강가를 달리고 해안 포구에서 잠을 잤던 자전거를 작가는 '풍륜'(風輪)이라 불렀다. 서문에서 김훈은 늙고 병든 말처럼 다 망가진 풍륜을 퇴역시키고 새 자전거를 장만했다고 했다. 새로 장만한 자전거로 함께 한 여행을 아마도 후에 김훈은 시리즈로 냈을 것이다.김훈은 숯불에 갈비 구워먹는 '가든'과 낮이고 밤이고 러브하는 '파크', 그리고 이동통신회사의 '기지국'들이 산자수명한 이 국토의 가장 압도적인 풍경이라고 했다. 김훈은 속세의 길을 저어가는 풍륜이 이 누린내 나는 인간의 풍경을 미워하지 않..

독서 2019.12.20 (1)

영화 '공모자들', 이것이 실화였다니!

영화 은 끔찍하기 이를 데 없는 영화다. '실화'를 재구성한 영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영화 속 이야기는 반인륜적이다. 장기밀매를 소재로 한 들은 2009년 중국으로 신혼여행을 떠난 부부의 장기 밀매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상호(최다니엘)와 채희(정지윤)는 그들의 앞날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 채 달콤한 신혼여행을 꿈꾸며 중국 웨이하이행 여객선에 오른다. 그러나 이 배에는 장기 밀매단이 도사리고 있다. 영규(임창정)와 그 일당들이다. 상호가 잠시 방을 비운 사이, 영규 일당은 채희를 납치하여 여객선 사우나실에서 장기적출을 시도한다. 사우나실의 미장센은 인간들의 일그러진 욕망을 극대화시킨다. 나체로 묶여있는 채희와 그녀의 몸에서 장기적출을 시도하는 외과의사 경재(오달수)의 모습은 몸서리가 쳐진다. 전라..

영화 2019.12.17 (1)

아서왕, 여기 잠들다 - 아서왕에 대한 색다른 이야기

필립 리브의 (2010)는 한 소녀의 눈으로 아서왕을 그린 팩션 소설이다. 마법과 환상 속의 아서왕이 아닌, 인간 아서왕을 상상한 이야기이다. 작가 필립 리브는 어린 시절 부어맨이 감독한 영화 를 보고 언젠가 아서왕 이야기를 꼭 소설로 쓰리라 생각했다고 한다. 5, 6세기 브리튼에 관한 역사적 증거들은 아주 적고, 아서왕에 관해서라면 그가 전투 지휘관으로 언급된 사실만 있을 뿐, 역사적 인물인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인물인지에 대해서 학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열 살 소녀 그위나는 가상 인물이지만, 나머지는 아서왕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대마법사 멀린이 마르딘으로 등장한다. 6세기 초, 브리튼 남서부에 사는 노예 소녀 그위나가 한밤중에 몰아닥친 아서 부대의 습격을 피..

독서 2019.12.14 (1)

영화 50/50, 인생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연극무대

영화 은 인생을 조용히 돌아보게 만든다. 인생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연극무대 위의 배우와 같다. 27살 애덤(조셉 고든 레빗)은 어느 날 무대 위에서 그만 퇴장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선고를 듣는다. 자신이 생존확률 50퍼센트인 희귀암에 걸렸다는 것. < 말초신경종양(Schwannoma Neurofibrosarcoma)에 걸렸다고 의사가 말할 때, 애덤의 표정은 마른날에 청천벽력을 맞은 것 같다. 상상해보라. 누구든 그렇지 않겠는가. 이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애덤의 조깅 장면이다. 애덤은 운동도 열심히 하고, 술도 담배도 하지 않는다. 더구나 그는 교통사고를 피하려고 운전도 하지 않는다. 그런 그가 암에 걸렸다니 믿을 수 없다. 우리는 너무나 건강했던 사람이 사고나 병으로 인생무대에서 갑자기 사라져가는 모습..

영화 2019.12.11 (1)

무소유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 긴장된 욕망이 생활의 활력소

바스나고다 라훌라의 (이나경 옮김, 아이비북스, 2010)는 부처마저도 세속적인 소유욕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무한대로 장려했다는 주장을 하는 도발적인 책이다. 인간은 소유에 대한 욕망을 떨칠 수는 없는 존재이다.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옷, 좋은 여자, 이 모든 것이 소유욕과 직결되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바스나고다 라훌라는 그 지혜를 붓다의 가르침에서 찾는다. 그에 따르면 붓다의 가르침은 크게 두가지다. 그 하나는 출가제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법과 또 하나는 재가자들을 위한 가르침이 그것이다. 라훌라는 붓다가 세속적인 욕망이 덧없으므로 출가제자들에게 욕망을 초월할 것을 강조했지만, 재가자들에게는 붓다가 결코 그런 설법을 한 적이 없었다고 강조한다. 비종교적인 나로서는 ..

독서 2019.12.08 (1)

러브픽션 - 뻔한 구애과정, 구태의연한 사랑의 행보

전계수 감독은 (2012)에서 뻔한 구애과정과 구태의연한 사랑의 행보를 노골적으로 묘사했다. 사랑의 시작은 열정과 달콤함이다. 사랑의 중간은 권태와 식상함이다. 사랑의 끝은 이별, 그것 뿐이다. 은 연애의 이 순환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소설가 구주월(하정우)는 서른 하나. 어린 시절부터 '사랑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건만,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하지 못한 모태 솔로다. 구주월은 연애의 이상형 희진(공효진)을 우연히 만난다. 사실 구주월은 처음으로 이상형을 만났다고 생각했으나, 그는 매번 이상향의 여자를 만났다. 단지 그가 기억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녀와의 만남 이후 구주월은 연애 법칙대로 희진을 공략하는데 성공한다. 열렬한 연애편지로 시작하는 달콤한 사랑 고백들, 그리고 이어지는 뜨거운 스킨십...

영화 2019.12.05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2, 새로운 인연이 생기는 책

(2009)은 세계명사들의 (2007)의 국내편 격이다. 저자로 30명이 참여했다. 저자가 다수인 책은 장단점이 분명하다. 책 한권으로 여러 명을 만나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지만, 문제는 도저히 읽고 싶지 않는 저자들도 그 중에 뒤섞여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공병호, 박경철, 이지성 등이 그렇다. 그들의 글을 읽으면 짜증이 난다. 대체적으로 중구부언에다 자기 표절이 심하다. 책 찍는 기계와 다를 바 없다.내 경우엔 을 심영섭의 글을 보기 위해 읽었다. 심영섭이라는 이름은 심리학과 영화를 두루 섭렵한 사람이라는 필명이라고 한다. 심영섭은 이 책에서 의미 있었던 책으로 칼 구스타브 융과 그 제자들이 집필한 을 소개했다. 다른 사람의 독후감을 읽어보는 이점은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의 책을 힘들이지..

독서 2019.12.04 (1)

영화 용의자X, 사랑의 헌신은 어디까지?

영화 는 일본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소설은 물리학자와 수학자 간의 '두뇌게임'에 치중한 반면, 영화는 '사랑'에 방점을 찍었다. 고등학교 수학교사 석고(류승범)는 우연히 옆집에 사는 화선(이요원)이 그녀의 조카 윤아(김보라)와 함께 전남편을 우발적을 살인하게 되는 것을 알게 된다. 화선을 짝사랑했던 석고는 화선을 위하여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어 낸다. 마치 완전한 수학풀이처럼. 형사 민범(조진웅)은 화선이 범인임을 직감적으로 알아채고 수사를 하지만, 석고가 만들어 놓은 완벽한 알리바이 앞에서 사건은 미궁 속으로 점점 빠져든다.영화 는 미스터리물이지만, 석고가 화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느끼지 못한다면 지루한 영화가 된다. 보통의 남자라면, 설령 한 여자를 사랑하더라도 맹목..

영화 2019.12.03 (2)

소설가 박범신의 40번째 장편 소설 '소금'

은 출간되기 전에 한겨레 신문에 연재한 박범신의 장편 소설이다. 박범신은 문단에 데뷔한 지 40년이 되던 해인 2013년에 40번째 소설로 을 출간했다. 소설가 박범신은 문단 데뷔 이래 한 해 한 권꼴로 소설을 썼다. 소설과 영화 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박범신은 을 고향 논산에 은둔하며 2년여 동안 집필했다. 소설의 배경도 논산이다. 작가가 이 소설에 대하여 가진 애정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흔히 소설 은 자본의 폭력성을 다룬 박범신 3부작의 완결판이라고 일컬어진다. 3부작의 나머지는 , 이다. 박범신은 은 염부의 아들이었던 주인공 '선명우'의 인생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아버지'에 대한 존재론적 의미를 성찰하고, 나아가 자본의 폭력성에 대하여 '발언'하는 소설이라고 말했다. 박범..

독서 2019.12.0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