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64

영화 '오직 그대만' 소지섭과 한효주의 순애보

은 눈물이 절로 뚝뚝 떨어지는 순애보 영화다. 이기적이고 경박한 사랑을 보아오던 요즘 사람들에게 그들의 진중한 사랑 이야기는 아주 강한 떨림을 전한다. 고아원에서 자란 장철민(소지섭 분)은 권투선수가 꿈이었다. 피끓은 청춘의 길에서 철민은 한 순간 길을 잘못 들어 교도소에 갔다 온다. 그후로 철민은 아침엔 생수 배달, 밤엔 주차박스에서 묵묵히 일하며 나날을 보낸다. 의 초반부, 주차박스에서 같이 일하는 할아버지는 철민에게 말한다. "좋은 시간은 신께서도 질투하신다." 이 말은 이 영화를 끌어가는 '화두'가 된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떠난 할아버지의 빈 자리는 신께서도 질투할만한 맑고 밝은 아가씨 하정화(한효주 분)가 대신한다. 5월 5일 어린이날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하정화는 사고 후유증으로 점..

영화 2019.08.31 (1)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남자와 여자의 서로 다른 로망

민규동 감독의 (2012)은 남자와 여자의 서로 다른 로망을 코믹하게 잘 그렸다. 배우들의 활용도도 높았다. 특히, 배우 임수정의 매력을 한껏 살렸다. 임수정의 독설 연기가 로맨틱 코미디의 '뻔한 이야기'를 볼 만하게 만들었다. 시나리오도 현실감을 더했다. 두현(이선균)은 정인(임수정)에게 죽고 못 살아 결혼했지만, 겨우 7년 만에 이혼하지 못해 죽고 못 산다. 급기야 두현이 전설의 카사노바 성기(류승룡)에게 아내를 유혹해 줄 것으로 부탁하게 되면서, 결혼 권태를 극복하게 된다는 막장 줄거리다. 카사노바 성기 역을 맡은 류승룡의 과장된 연기도 밉지 않다. 이 영화 이후 류승룡은 이 영화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광고에 출연했다. 그만큼 인상적이었다고 할까? 그러나 이 영화 최고의 즐거움은 배우 임수정의 연기..

영화 2019.08.28

고현정 주연의 '미쓰 GO' 가쓰나, 똑똑하네

박철관 감독의 는 케이퍼 무비(Caper Movie)이지만,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여자 주인공의 성장소설을 읽는 느낌이 든다. 천수로(고현정)는 전화로 자장면을 시키지 못할 정도로 혼자서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 천수로가 우연히 500억 원의 돈과 물건이 오가는 범죄 사건에 휘말린다. 그러니 의 줄거리는 대충 짐작이 간다. 일상생활도 하기 힘든 연약한 여자가 '우연히' 범죄 사건에 연루됨으로써, 그 사건이 자신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고, 마침내 위기상황도 극복하고 자아도 찾게 된다는 진부한 이야기들 말이다. 그러나 는 이 진부한 틀을 캐릭터의 신선함으로 깼다. 바로 '천수로'와 '빨간 구두'(유해진)이다. 이 영화에서 천수로 역을 맡은 고현정의 연기는 ‘마법’이었다. 연약함과 어리바리함, 그리고 ..

영화 2019.08.25

영화 '어톤먼트' 비극적인 사랑에 대하여

영화 (2008)는 비극적인 사랑에 대한 한 여자의 일생에 걸친 참회와 속죄를 섬세하게 그렸다. 1935년 영국의 한 부잣집 딸 세실리아(키이라 나이틀리)는 신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가정부의 아들 로비(제임스 맥어보이)와 사랑에 빠져든다. 세실리아의 동생 브라이어니는 서재에서 사랑을 나누는 언니를 보고 오해를 하게 되고, 그녀의 거짓 증언으로 로비는 전쟁터에 징집된다. (키이라 나이틀리와 제임스 맥어보이의 서재에서의 정사신은 13살 어린아이의 눈에는 선정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는 두 남여의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리면서 그 비애의 단초를 제공했던 브라이어니의 일생에 걸친 참회와 속죄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세실리아와 로비의 미완의 사랑은 비록 한 개인의 질투에서 비롯되었지만, 전쟁이라는 대서사..

영화 2019.08.22 (1)

영화 킬러들의 도시, 촘촘한 시나리오와 쏟아지는 블랙유머

영화 (2009)는 어딘가 어수룩한 킬러들의 이야기이다. ‘킬러’를 직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두 남자의 고단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켄과 레이는 명색이 킬러다. 그런데도 총을 챙기고 가지 않아 박물관 앞에서 10센트만 깎아달라고 통사정하기 바쁘다. 총으로 먹고 사는 킬러들이 아닌, 입으로 먹고 사는 킬러들처럼 보인다. 엄청난 양의 대사들은 촘촘한 시나리오와 함께 의미심장한 블랙유머를 쏟아낸다. 줄거리 영화의 배경은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로부터 약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관광도시 브리주이다. 운치 있게 흐르는 운하와 고풍스러운 중세의 고딕건물들이 동화처럼 다가온다. 대주교를 암살한 레이(콜린 파렐)는 고참 켄(브렌단 글리슨)과 함께 벨기에 브리주에서 잠수하고 있으라는 명령을 받는다. 켄은 브리주가 시궁창 같..

영화 2019.08.19

페르시아의 왕자 : 시간의 모래, 고대 페르시아로 시간 여행을

(2010)는 인류의 꿈이 춤추던 고대 페르시아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영화다. 시리즈의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와 을 연출한 마이크 뉴웰이 손을 잡고 신비의 단검과 주술로 모래 폭풍을 일으키는 판타지 영화를 만들었다. 인류가 꿈꾸어 온 신화의 주인공, 다스탄 어린 소년 다스탄은 6세기경 페르시아 시장바닥을 뒹굴던 불우한 고아였다. 황제의 군사에 맞서 의로운 행동을 보여준 다스탄은 황제의 왕자로 입양된다. 다스탄을 왕자로 만든 것은 신분의 고리가 아닌 용감함이었다. 우리나라 위인 전기전을 읽은 어린이들은 흔히 좌절감을 느낀다고 한다. 위인들은 대개 배경이 빵빵한 명문가의 자제 일색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 페르시아 거리의 어린 고아가 왕자가 된다는 이야기는 인류가 꿈꾸어 온 신화가 아닐까. 다스탄(제이크 ..

영화 2019.08.16

혹성 탈출: 진화의 시작, 피에르 불 원작 소설

(2011)은 서사가 깊다. 시리즈를 보며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고서, 어린 시절 빠져들었던 SF를 추억하게 된다. 프랑스 작가 피에르 불의 소설 은 1968년 1편을 시작으로 영화화되어 그간 영화와 TV 드라마로 만들어지며 화제를 모았다. 다가올 미래에 인간이 침팬지의 지배를 받는다는 설정은 좋은 영화소재였다. 2011년도에 개봉한 은 혹성탈출 시리즈의 성공적인 프리퀄이다. 인간이 어떻게 유인원의 지배를 받게 되었는지에 대한 물음에 답하는 영화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을 매력적인 서사로 풀어냈다. 줄거리 윌은 치매 치료약을 개발하기 위해 유인원을 통해 임상실험을 하다, 효능이 탁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윌은 성급한 마음에 임상실험을 끝내지 않은 그 약을 치매에 걸린 아버지에게 주사한다...

영화 2019.08.13

로만 폴란스키의 '차이나타운', 시나리오 작법 교과서

(1974)는 시나리오 작가들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영화다. 시나리오 작법 교과서인 셈이다. 1975년 제47회 아카데미 각본상에 빛나는 은 몇몇 비평가들이 세계 10대 영화로 꼽았다. 사립탐정 제이크(잭 니콜슨 분)는 남편의 불륜을 조사해달라는 멀레이 부인의 의뢰를 받고 멀레이를 뒤를 캐기 시작한다. 그러나 멀레이는 익사한 시체로 발견되고 멀레이의 진짜 부인 에블린(페이 더너웨이 분)이 나타난다. 제이크가 사건의 실체에 점점 다가가는 과정은 우리가 추리소설을 읽을 때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음모의 실체가 점점 드러나면서 인간의 욕망이 저렇게까지 추악할 수 있는지 개탄하게 된다. 어두운 과거가 지배하는 감독 로만 폴란스키는 어지러운 사건의 복선을 달리면서 의 결말 부분에 놀랄만한 반전을 마련해 두었다...

영화 2019.08.10

영화 '자전거 도둑',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대표작

(1948)은 사람과 그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탈리아 영화다. 2차 세계 대전 직후의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그 당시의 비참한 사회상을 생생하게 그렸다. 오랫동안 실직자로 있었던 안토니오는 직업소개소를 통해 간신히 벽보 붙이는 일자리를 구하게 된다. 구직 소식에 즐거워하던 아내 마리아는 남편을 위해 침대 시트를 전부 전당포에 맡기고 자전거를 산다. 에서 가장 매력적인 등장 인물은 안토니오의 아들 브르노이다.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이 영화의 감독 비토리오 데 시카는 노동자들을 배우로 기용했고, 브르노도 실제 로마의 신문배달 소년이었다. 이 소년의 연기력은 타고났다. 당시 시대의 절망과 체념, 희망들이 브르노의 눈망울에 고스..

영화 2019.08.07

영화 '이프 온리' 사랑하는 법, 그리고 사랑 밥는 법

길 정거 감독의 영화 (2004)는 데자뷰 현상을 소재로 삼아 사랑의 의미를 진지하게 탐구했다. 데자뷰는 처음 경험하는 일임에도 이미 경험한 일처럼 느끼거나 꿈속에서 본 적이 있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이다. 의 주인공 이안(폴 니콜스 분)은 투자설명회를 준비하다 여친 사만다(제니퍼 러브 휴이트)의 졸업연주회를 깜빡한다. 사만다는 투자설명회에 가는 이안을 격려하고 나중에 졸업연주회에 오라고 한다. 졸업연주회에 늦게 나타난 이안에게 화가 난 사만다는 택시를 잡아타고 가다 교통사고로 죽고 만다. 다음날 아침, 이안은 사만다의 일기장을 울면서 본다. 그 때 "그거 보면 죽음이야"하는 사만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죽은 줄 알았던 사만다의 목소리는 이안을 기절초풍하게 만든다. 죽었던 그녀가 살아 돌아와 어제와 같은 ..

영화 2019.08.04

아메리칸 갱스터, 뉴욕 할레가를 배경의 실화 영화

영화 (2007)는 마피아를 쫒는 형사의 이야기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치밀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최고 연기파 배우들의 불꽃 튀는 연기대결을 보는 재미는 덤이다. 1968년대 말 뉴욕 할레가를 배경으로 한 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두목 범피가 죽자, 그의 오른 팔이었던 프랭크 루카스는 그 자리를 대신한다. 프랭크가 보스가 되는 과정은 세상의 모든 보스에 통하는 전형이다. 프랭크 루카스는 흩어져 있던 가족과 친지를 불러 모아 조직을 만들고, 일요일에는 어김없이 교회에서 자선활동을 한다. 프랭크가 베트남으로부터 직송한 마약 ‘블루 매직’은 박리다매로 거부를 축적한다. 영화 는 경영학의 단순한 법칙도 일깨운다. ‘블루 매직’의 순도가 떨어지는 순간 프랭크의 조직은 깨지고 브랜드가치는 하락한다. 프랭크..

영화 2019.08.01

킬러스, 여행지에서의 우연한 만남

영화 는 10대를 위한 액션 스릴러 물이다. 007 시리즈를 빼닮은 오프닝 시퀀스. 휴양도시 니스의 해변을 섹시한 스포츠카가 시원하게 질주하며 시작한다. 애쉬튼 커쳐와 캐서린 헤이글과 함께 풍광이 빼어난 해안도로를 질주한 관객들은 지중해 연안이 감청색으로 감싸는 고풍스런 니스가 빚어내는 절경에 흠뻑 빠져든다. 캐서린 헤이글이 연기하는 우리들의 사랑스런 주인공 ‘젠’이 엘리베이터에서 ‘스펜서’(애쉬튼 커쳐)를 우연히 만나 한눈에 사랑에 빠져드는 상황은 로맨틱 코미디의 오랜 정석이다. 여행지에서의 우연한 만남으로 황홀한 사랑에 빠져든다는 로망, 그것은 동서고금의 청춘들을 사라잡아 온 판타지다.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던 젠은 애인과 이별하고 부모님을 따라 여행길에 오른다. 이별을 극복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사..

영화 2019.07.29

모나리자 스마일, 줄리아 로버츠의 지적 매력

(2003)는 줄리아 로버츠의 지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줄리아 로버츠가 (2000)로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석권한 자신감이 배어 있다. 줄리아 로버츠는 1950년대 뉴잉글랜드의 명문 웰슬리 대학의 미술사 교수 캐서린 왓슨 역을 맡았다. 자유롭고 진보적인 사상을 가진 캐서린 왓슨 교수는 당시 결혼만이 최고의 목표였던 여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직업을 갖고 자아에 충실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 그러나 여학생 자신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학부모와 교수들도 그러한 진보적인 여성의 삶을 원치 않는다. 는 캐서린 왓슨 교수에 의해 당시 학생들이 영향을 받고 변화되어 가는 모습이 잔잔하게 그린다. 영화는 오늘날 대부분의 여성들이 당연하게 느끼는 여성의 자유들이 과거 사회질서와 갈등하면서 어떻게 오늘날까..

영화 2019.07.26

친밀한 타인들, 사랑에 대한 은유가 번뜩이는 프랑스 영화

은 사랑에 대한 은유가 번뜩이는 프랑스 영화다. 이 영화를 연출한 파트리스 르꽁트는 각양각색의 사랑을 일관되게 탐구해 온 감독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당신은 우리가 살을 맞대고 살고 있는 사람들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었는지, 그들이 낯선 타인들보다 더 타인처럼 느껴질 때는 없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파트리스 르꽁트는 프랑스 국립영화학교를 1969년 졸업했고, (1975)로 장편 영화에 데뷔했다. 데뷔 이래 르꽁트는 사랑의 편견들에 대하여 코믹터치와 에로틱한 설정으로 이야기들을 풀어왔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파리의 시내 골목을 신경질적으로 걸어가는 안나(상드린 보네르)의 뒷모습을 쫒는 카메라는 이 스릴러물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정신과의를 찾아 상담할려던 안나는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있는..

영화 2019.07.20

줄리아 로버츠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는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여행 에세이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한 여성의 근원적인 감성을 섬세하게 그린 수작이다. 삶이 힘들 때마다 생각나는 영화다. 지친 영혼과 몸에게 아무것도 안하는 것의 달콤함을 선물하고 싶을 때 이 영화를 보면 좋다. 서른한 살 리즈(줄리아 로버츠)는 결혼 8년차에 남편과 직장을 던져버리고 홀연히 로마로 여행을 떠난다. 리즈는 로마에서 실컷 먹고, 인도 아쉬람에서는 열렬히 기도하고 발리에서 풋풋한 사랑을 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의 저널리스트 리즈의 삶은 부러울 것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번듯한 직장, 핸섬한 남편, 그리고 맨해튼의 아파트까지. 그러나 리즈는 견디기 힘든 외로움과 영혼의 허기짐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에게 전염병 같은 것이었다. 남편을 떠나고 리즈가 만난 젊고 섹시한 ..

영화 2019.07.17 (4)

렛 미 인, 뱀파이어 소녀의 동화 같은 사랑

영화 (2008)은 뱀파이어 소녀 이엘리와 12살 소년 오스칼의 사랑을 스웨덴의 차가운 설경을 배경으로 적막한 회색빛으로 풀었다. 핏기 없는 오스칼의 금발과 이엘리의 검은 머리숱은 이들이 처한 사랑의 조건을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뱀파이어 영화의 전통적인 장르규칙들이 고스란히 담긴 은 그러나, 한편의 동화로 읽힌다. 나무를 칼로 찌르며, 친구들에게 당한 설움을 나무에다 복수하는 오스칼. 그는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아이다. 친구로부터는 끊임없는 왕따를, 엄마는 아들에게 관심이 없고, 게이 아빠는 별거 중이다. 그런 오스칼에게 이엘리가 묻는다. "내가 평범한 소녀가 아니어도 괜찮니?"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은 장르관습들을 영화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이엘리가 얼마나 오스칼을 사랑하는지를 증명하는데 오롯이 집중함으..

영화 2019.07.15 (3)

영화 '저수지의 개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데뷔작

영화 (1992)은 B급 영화 정서를 흠뻑 담고 있다. 시작부터 신체 건장한 남자들이, 마돈나의 을 소재로 시시껄렁한 음담패설들을 주고받는다. 고다르 이후 가장 뛰어난 데뷔작이라는 평가를 받은 은 1990년대의 영화 스타일을 창조한 쿠엔틴 타란티노가 연출했다. 은 다이아몬드 보석상을 터는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도 그 사정을 짐작할 수 있는 서사구조를 택했다. 거사 후, 집결하기로 한 창고에 경찰 망을 뚫고 하나 둘 모이면서 현재와 과거의 플래시백이 교차되며 거사의 전말이 드러나게 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 캘리포니아 맨해튼 비디오 가게에 점원으로 취직했다. 거기서 할리우드 고전영화와 유럽 예술영화, 싸구려 B급 영화를 가리지 않고 엄청난 양의 비디오를 독파했다. 그것은 그가 ..

영화 2019.07.13 (1)

인 굿 컴퍼니, 가장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영화

(2004)는 개봉당시 3개 극장에서 2주 동안 상영하다가 평론가들의 호평과 영화가 좋다는 입소문을 타고 북미 전역 1,556개 극장으로 확대 개봉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관객수 이십만 명에 그쳤다. 는 '스포츠 아메리카'라는 유명 주간지 회사에서 광고 책임자로 일하던 댄 포먼(데니스 퀘이드)은 회사의 오너가 바뀌면서 정리해고의 위기에 처한다. 댄은 두 딸, 18살 알렉스(스칼렛 요한슨)와 16살의 제나(제나 그레이)를 둔 51살의 아버지다. 댄은 보스자리에서 강등되어 26살 밖에 안 되는 카터 듀리아(토퍼 그레이스)를 새로운 보스로 맞게 된다. 사내 직원들은 댄이 정리해고 1순위가 될 것이라고 수군거린다. 그 와중에 댄은 와이프가 임신했다는 소리를 듣는다. 관객들은 불쌍한 댄이 잘 되기를 바란다. 설상가상..

영화 2019.07.11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독살설과 살리에리

밀로스 포만 감독의 (1984)는 천재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생애를 다룬 영화이다. 모차르트의 죽음을 둘러싼 수많은 전설 가운데, 이 영화는 당시 빈궁전 음악장이었던 안토니오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독살하였다는 이야기를 주요 모티브로 삼았다. 알렉산데르 푸슈킨의 연극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세르게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오페라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피터 섀퍼의 연극 《아마데우스》등이 이러한 입장에 선 작품들이고, 는 섀퍼의 연극을 바탕으로 했다. 모차르트는 35세란 짧은 생애 동안 오페라 약 26곡, 교향곡 약 67곡, 피아노 협주곡 약 42곡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총 626편의 곡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모차르트가 젊은 나이에 요절하다 보니 세간에서는 억측이 무성했고, 그 중에서 가장 설..

영화 2019.07.06 (1)

인 타임, 영생에 대한 달콤한 유혹

은 시간 단위가 화폐로 쓰이는 미래 세계를 가정한 SF영화다. 여기서는 시간을 많이 소유한 사람이 부자고 부자들이 시간을 많이 소유한다. 사람들은 일당을 시간으로 지불받고 그 시간을 거래수단으로 사용한다. 시간이 곧 돈이되는 사회다. 커피 한잔을 먹기 위해서는 4분을 지불해야 하고 버스를 타려면 1시간을 지불해야 한다. 스포츠카는 무려 60년이라는 시간을 지불해야 살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세계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영화 속 주인공 윌(저스틴 팀버레이크)은 이렇게 말한다. “유전자 조작으로 모든 사람은 25세 이후에 노화가 멈추어 25세의 얼굴 상태로 평생 살게 된다. 대신 25세 이후의 삶은 자신이 저축해 둔 시간만큼만 살 수 있다.” 영화 속 사람들은 자신의 팔뚝에 새겨진 시계를 보고 자신의 남은..

영화 2019.07.04

나잇 & 데이, 첫 눈에 반한 사랑은 믿어도 될까?

(개봉 : 2010. 6. 24)는 정말 재밌는 영화다. 액션과 로맨틱 코미디가 기가 막히게 균형을 이뤘다. 카메론 디아즈와 톰 크루즈의 연기 앙상블도 환상적이다. ‘첫눈에 반한 사랑’이 오히려 이성적인 판단으로 상대를 고른 사랑보다 행복하게 살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말이 있다. 영화 에서 준(카메론 디아즈)과 로이 밀러(톰 크루즈)는 그런 속설을 증명한다. 동생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위치타 공항에서 보스턴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준은 로이 밀러를 ‘우연히’ 두 번 부딪힌다. 로이는 비행기에 동석한 준에게 “여행지의 고급 호텔에서 낯선 사람과 키스”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로이는 기막힌 순발력으로 짐칸에서 떨어지는 그녀의 가방을 잽싸게 잡아준다. 여성들은 얼토당토않은 말에도 뿅 가고, 대수롭지 않은 ..

영화 2019.06.30 (2)

네 멋대로 해라, 현대 영화 언어의 시작 - 장 뤽 고다르

장 뤽 고다르의 (1959)는 현대 영화언어를 시작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1960 - 70년대를 통틀어 정치적으로나 미학적으로나 세계 영화의 흐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감독으로 꼽힌다. 는 장 뤽 고다르의 영화미학이 집약되어 있는 작품이다. 29세의 장 뤽 고다르는 갓 신문사를 그만두고 4,500만 프랑이란 저예산으로 영화 를 만들었다. 영화 줄거리는 밋밋하다. 그는 당시 신문 사회면의 한 사건을 그대로 영화에 차용한다. 기사는 이랬다. 오토바이를 모는 한 남자가 경찰을 죽이고 여자 친구와 달아났는데 나중에 그 여자가 남자를 배반했다. 영화는 대부분 파리의 분주한 대로상에서 핸드헬드(hand­held)로 촬영되었다. 거리의 부산스러운 분위기가 스크린에 그대로 전달되며 등장인물들의 대화도 마치 ..

영화 2019.06.27

타인의 삶, 우리는 어떻게 타자의 삶에 빠져드는가?

영화 (개봉 : 2007. 3. 22)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5년 전, 1984년 동독을 배경으로 한 독일 영화다. (2010)를 연출한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 에 따르면 1980년대 동독에서는 슈타지로 불리는 동독비밀경찰이 9만 명이 넘게 활동하고 있었고, 약 17만 명의 정보원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은 냉전시대 비밀경찰 비즐러(울리쉬 뮤흐)가 동독 최고의 극작가 드라이만(세바스티안 코치)을 감시하게 되면서 타인의 삶에 동화되어 과정을 서정적으로 그려낸 수작이다. 당시 동독은 감시와 심문으로 얼룩진 암흑기였다. 비즐러는 비밀경찰 활동에 탁월한 역량을 보였고, 사회주의자의 이념을 철저하게 신봉했다. 어느 날 비즐러는 크리스티나의 연극 극장에서 그녀의 애인 드라이만..

영화 2019.06.25 (1)

영화 '프로포즈', 우리가 잊고 있었던 동화

영화 (2009)에서 산드라 블록은 의 메릴 스트립이 그랬던 것처럼 사내에서 ‘마녀’로 통하는 출판사 편집장 마가렛 테이트 역으로 나온다. 몸매가 완연히 드러나는 꽉 기는 옷에 크리스티앙 루부탱의 아찔한 하이힐을 신고서 도도하게 출판사로 들어서는 그녀의 눈빛은 순식간에 사내 구석구석까지 지배하는 포스를 뽐낸다. 에서 마가렛 테이트는 출판사에서 그녀에게 오로지 충성을 다하는 앤드류 팩스턴(라이언 레이놀즈 분)을 통해서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마녀 편집장으로 군림한다. 마가렛은 일밖에 몰랐고, 앤드류는 오직 출세만을 원했다. 앤드류는 3년 동안이나 마가렛을 위해서라면 온갖 허드렛일을 마다치 않았다. 오로지 성공을 향해 쫒아가던 두 남녀는 마가렛이 비자문제로 캐나다로 추방당할 위기를 당하자, 이들은 위장결혼을 ..

영화 2019.06.24

영화 '투어리스트', 사랑에 눈 먼 순진남을 사랑한 여자 이야기

영화 (2010)는 국내에도 개봉했던 소피 마르소의 (2005)를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이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이 긴 이름의 감독은 독일영화 (2006)으로 장편 영화에 데뷔했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전설적인 걸작 를 전범으로 삼은 는 우연히 아름다운 여자를 만난 남자가 음모에 빠진다는 전형적인 히치콕식 스릴러물의 영화문법을 충실히 따른다. 에서 애인과 헤어진 수학교사 프랭크(조니 뎁)는 여행길에 오른다. 베니스행 기차에 몸을 실은 그의 눈앞에 여신 스타일의 엘리제(안젤리나 졸리)가 불쑥 나타난다. 베니스에 도착한 프랭크는 엘리제와 함께 초호화 호텔 스위트룸에 묶게 된다. 엘리제는 정신이 혼미해진 프랭크에게 세상에서 가장 달콤해 보이는 키스를 그에게 선사한다. 그 때의 조니 뎁의 표정이란! ..

영화 2019.06.21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웰 메이드 언론 스릴러

영화 (2009)는 웰 메이드 언론 스릴러다. 범죄 현장에서 주인공이 사소한 단서를 추적하며 복선과 동선을 키워가며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치밀함이 돋보인다. 의 주인공은 러셀 크로우가 맡은 유력 일간지 ‘워싱턴 글로브’의 기자 칼 맥카프리이다. 촉이 발달한 칼은 스티븐 콜린스(벤 애플렉) 하원의원의 수석보좌관 소냐의 죽음이 자신이 쫒고 있던 사건과 연루되어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아챈다. 스티븐은 대학시절 칼의 룸메이트였고, 스티븐의 아내 앤 콜린스(로빈 라이트)는 칼과 연인관계였다. 러셀 크로우는 언론 사주나 편집장에 주눅 들지 않는 언론인이자, 직업적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를 잘 연기했다. (2008)에서 그가 선보였던 지능적인 CIA 요원 역과는 결이 사뭇 다른 연기였다. 칼은 블로그에 뉴스 칼..

영화 2019.06.19 (1)

불꽃처럼 나비처럼, 수애와 조승우의 멋진 앙상블

영화 (2009)은 시나리오 상의 결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의 장점을 잘 살렸다.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로 관객들의 감성을 파고들었다. 오프닝 샷이 올라간 후, 약 10분 동안 영화는 매끄럽지 못하고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민자영(수애 분)과 무명(조승우 분)이 처음으로 조우하는 장면이 특히 그랬다. 영화는 무명의 어린 시절을 플래시백 하는데 상당부분을 할애했지만, 정작 민자영과 무명의 어린 시절의 인연을 암시하는 컷은 단 하나도 없었다. CG 검투신은 원작 무협만화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그랬겠지만 조악했다.(원작만화는 무협소설가 '야설록'의 작품이다) 그럼에도 후반부로 갈수록 의 완성도는 가슴시린 두 남녀의 사랑을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배우 수애의 단아한 우수가 살아났고, 조승우의 결기..

영화 2019.06.14

비포 선셋, 비포 선라이즈의 9년 후의 후일담

(2004)은 미국 남자 제시와 프랑스 여자 셀린느의 비엔나에서 하룻밤 풋사랑을 그린 영화 (1996)의 9년 후의 후일담을 그렸다. 유럽 횡단 열차에서 우연히 만난 제시와 셀린느는 비엔나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른 아침 기차역 플랫폼에서 6개월 후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지지만 9년 후에야 다시 파리에서 만나게 된다. 은 전편으로부터 9년이 흐른 뒤에 제작된 셈이다. 작가가 된 제시(에단 호크 분)는 파리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에서 유럽 투어 마지막 낭독회를 개최하고 있다. 9년 전의 바로 그날 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제시의 소설은 독자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둘이 정말로 6개월 후에 만났나요?" "그 질문의 답은 당신이 현실주의자인지 낭만주의자인지에 달려 있죠" ..

영화 2019.06.1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