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64

더 레슬러, 중년 남성의 자아 찾기 영화

(2009)는 레슬러에 관한 영화라기보다는 한 중년 남성의 자아 찾기 영화다. 1980년대를 주름잡았던 전설의 레슬러 '랜디 더 램 로빈슨'(미키 루크)의 삶의 굴곡을 따라간다. 오프닝 시퀀스는 꽤 인상적이다. 시합을 마치고 락커룸으로 돌아가는 랜디의 등 뒤를 바짝 쫒는 카메라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줄곧 랜디의 등 뒤에 머물러 있다. 관객은 랜디의 뒤에서 그를 바라보며 그의 어깨를 억누르는 삶의 무게를 함께 짊어진다. 락커룸에 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사내의 옆모습은 이 시대 아버지들의 실루엣이다. 거친 숨소리가 함께 비추어지는 그의 뒷모습은 그가 과거의 영광으로부터 퇴장해야 할 순간이 임박했을 암시한다. 관객들은 그와 함께 호흡을 하며 그의 발걸음을 따라간다. 영화는 진정한 자아 찾기는 삶의 마지..

영화 2019.11.23 (2)

박수건달, 꽤 잼나는 조폭 코미디

은 꽤 재미있었던 조폭 코미디 영화였다. 이 영화를 만든 조진규 감독은 두 편을 연출했고, 배우 박신양은 조폭영화 (2001)로 재미를 봤었다. 광호(박신양)는 보스 신임과 후배들의 존경까지 한 몸에 받는 잘나가는 엘리트 건달이다. 그런데, 태주(김정태)의 칼에 맞고 광호의 운명은 얄궂게 변한다. 낮에는 박수(남자무당), 밤에는 조폭으로 살아야 하는 이중생활이 그들 기다린다. 의 ‘웃음 유발’은 일단 합격점이다. 조폭이 박수의 길을 걷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참신하다. 광호가 과연 어떤 운명을 선택하고 개척해 나갈지 자못 궁금하기도 하다.그런데 광호의 좌충우돌을 소화해 낼 카운터 파트너들의 활약은 미진했다. 라이벌 조폭 태주 역을 맡은 김정태는 에서 평범함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2011)과 ..

영화 2019.11.21 (2)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베스트셀러 소설 원작 영화는...

은 전 세계 6,500만 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 소설 을 영화화한 스웨덴의 영화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했다. 시사지 ‘밀레니엄’의 기자 미카엘(대니얼 크레이그)은 재벌과의 폭로전에서 패하고 난 후, 방예르 가문의 수장 헨리크(크리스토퍼 플러머)의 사건 의뢰에 솔깃해진다. 사건은 40년 전에 발생한 헨리크의 조카 ‘하리에트’의 실종사건. 무려 40년 전에 실종한 사건이라 과거의 사진이나 신문기사에서 단서를 찾을 수밖에 없다. 미카엘은 사건 추적에 들어가며 조수를 고용한다. 기묘한 용문신과 피어싱을 한 리스베트(루니 마라)는 천재적인 해킹 능력을 자랑한다. 사건을 추적하는 미카엘과 리스베트는 재벌 방예르 가족사의 추악함과 맞닥뜨리고 악마적인 사건의 실체에 직면한다. 40년 전 실종사건의 실마리를 구약성경..

영화 2019.11.20

마이클 베이 감독의 '트랜스포머3', 시리즈의 소멸

마이클 베이 감독이 (2007)를 처음 들고 나왔을 때 관객들은 스펙터클한 영상에 열광했다. 자동차가 거대 로봇으로 변신하는 장면은 신기하여 CG의 혁명처럼 보였다. 시나리오도 탄탄했고 무엇보다 처음 보는 트랜스포머(변신)는 과학과 신화를 믹스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주연을 맡은 샤이아 라보프와 메간 폭스의 찰떡궁합도 좋았다. 그러나 LA에서 이집트 사막으로 배경을 옮긴 두 번째 작품 (2009)은 스토리가 엉망이었는데, 마이클 베이는 궁색하게도 “작가 파업으로 시나리오를 급조”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2011년에 개봉한 의 시작은 참신하여 기대감이 컸다. 존 F. 케네디의 뉴스 릴과 달의 뒷면에 잠든 “센티넬 프라임”에 접근하는 교차 편집은 서사를 우주로 확장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 이후 영..

영화 2019.11.18 (2)

추억의 시리즈 '스타트렉 : 더 비기닝'

옛날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던 시리즈는 나의 어린 시절을 매료시켰다. 무한대로 뻗어 나가는 광활한 우주를 유영하는 엔터프라이즈호의 ‘커크’ 함장과 발칸인 ‘스팍’의 모험 이야기는 소년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 일으켰다. 세월이 흐르면서 은 나에게 동화로 남았다. 2009년, J. J. 에이브럼스 감독이 시리즈를 극장판으로 리부트 한다고 했을 때, 잽싸게 영화관으로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은 비록 시나리오가 엉성하긴 했지만 평행우주 이론을 도입하는 등 어린 시절의 꿈과 추억을 소환하는데 나름 성공했다. 그로부터 4년 만에 돌아온 는 시작부터 분위기가 영 이상했다. 니비루 행성에서 커크가 요망스럽게 원주민들을 피해가며 줄행랑치는 오프닝 시퀀스는 왠지 ‘스타트렉’의 비주얼이 아니었다. 활화산에 뛰어들어 니비루 행..

영화 2019.11.16 (1)

광해, 왕이 된 남자 - 우리에게 지도자란

영화 는 조선 광해군 시대, 기방에서 왕을 흉내 내며 살아가던 광대 하선(이병헌)이 왕위에 올라 보름 동안 왕 노릇을 한다는 이야기다. 광대 하선과 광해군의 1인 2역을 맡은 이병헌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광해와 하선의 첫 대면 장면은 소름 돋는다. 한 얼굴에서 두 인간의 서로 다른 내면을 담을 수 있는 배우가 몇이나 되겠는가.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진짜와 가짜의 운명이 뒤섞인 영화 초반부는 숨 가쁘다. 중반부는 조금 지겹다. 명, 청 교체기라는 국제 정치상황이 개입되고 잡다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뻗어나가면서 긴장감이 느슨해졌다.하선에게 감복하는 도부장(김인권)의 설정은 오버했다. 용상에 앉아 신하들을 호통을 치는 하선의 설정도 진부했으나, 중전 역을 맡은 한효주의 절제된 연기,..

영화 2019.11.12

'해프닝',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첫 R등급 영화

(2008)은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첫 R등급 영화로 자극적인 비주얼과 함께 오프닝 샷이 인상적인 SF 영화였다. 첫 장면에서 뉴욕 센트럴파크 공원에서 한가롭게 산책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정지되어 버린다. 이 첫 장면은 뉴욕이라는 도시와 센트럴파크라는 공원이라는 장소적인 특징은 물론, 공원에서 여가를 즐기는 시민들에게 한 순간 찾아오는 정지된 순간, 우리들의 문명의 시계가 완전히 멈추어 버린 시간적인 공백을 느끼게 한다. 그 짤막한 정지된 순간이 지나고 나서 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자살의 행렬을 지루하게 보여준다. 여대생 클레어는 공원에서 머리핀으로 자신의 목을 찌르고, 교통 경찰 데이비스는 스스로 머리에 총을 겨누고, 공사 현장의 인부들은 떼를 지어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장면들... 공포에 질린 ..

영화 2019.11.10 (1)

클로저, 첫눈에 반한 사랑은 위험할까?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2004)는 그 어떤 영화보다도 첫눈에 반한 사랑에 대하여 적나라하게 파고든다. 는 빠른 템포의 극전개와 훌륭한 연기로 관객들을 단숨에 러브스토리에 빠져들게 한다.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사랑은 첫 눈에 반하는 사랑이다. 만나자마자 거부할 수 없는 사랑에 빠져드는 일은 그 어떤 경험보다도 짜릿하고 낭만적이다. 첫 눈에 뿅 간 사랑에는 그 강렬함만큼이나 오래도록 지속될 것 같은 환상이 있다. 영화 는 명감독 못지않게 화려한 캐스팅으로 세간의 화제를 모았었다. 임신으로 중도하차한 케이트 블란쳇의 뒤를 이어 줄리아 로버츠가 사진작가 안나 역을 맡아 눈부신 연기를 선 보였다. 안나가 사랑에 빠지게 될 두 남자 역에 쥬드 로우와 클라이브 오웬이 출연하여 연기 경쟁을 펼쳤다. 그러나 최고의 ..

영화 2019.11.08 (2)

퐁네프의 연인들, 줄리엣 비노쉬의 광적인 사랑

레오 까락스 감독의 (1991)은 내일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자들의 광적인 사랑을 그린 로맨스 영화다. 퐁네프 다리에서 한스와 함께 노숙자 생활을 하는 알렉스(드니 라방)는 어느 날 비닐을 덮고 자는 미셀(줄리엣 비노쉬)를 만난다. 미셸은 사랑을 잃고 시력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미셸은 화가가 꿈이었고 내일에 대한 절망 끝에 가출하여 퐁네프 다리에 노숙자로 온 것이다. 미셸은 다리를 심하게 절뚝대고 있는 알렉스를 흐리하게 스케치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 미셸은 한스에게 말한다. "떠나기 전에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보고 싶어요. 눈이 좋지 않아 낮의 형광등 불빛 아래서는 볼 수 없어요" 한스는 미셸을 데리고 박물관에 몰래 들어가 촛불을 들고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감상하고, 박물..

영화 2019.11.05 (1)

'천일의 스캔들', 헨리 8세와 앤 블린의 격정적 사랑

(2008)은 영국 헨리 8세 때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볼린가 세 남매들의 비극적인 운명과 사랑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역사속에서 헨리8세는 튜더왕조의 헨리 7세의 둘째아들로 형이 요절하자 아버지의 뒤를 계승하면서 청년시절에는 르네상스 군주로 알려졌다. 형의 아내인 왕비 캐서린과의 사이에 아들이 없자 헨리 8세는 궁녀 앤 불린과 결혼하려고 한다. 그러나 로마 교황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헨리 8세는 1534년 수장령(首長令)으로 영국국교회(國敎會)를 설립하여 종교개혁을 단행한다. 형수를 아내로 맞았다가 이혼한 헨리 8세는 제인 시무어와 또 다른 앤, 캐더린 하워드, 캐더린 파 등과 차례로 결혼했다. 이 가운데 제인 시무어는 출산 중 사망했고, 캐더린 하워드는 간통죄로 처형당했다. 그리고 앤 볼린..

영화 2019.11.02

가이 리치 감독의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

가이 리치 감독의 을 보고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를 떠올릴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다. 지적인 추리 소설을 황당무계한 액션 히어로물로 만들어버리는 감독의 연출력에 어안이 벙벙해질 따름이다. 은 셜록 홈즈와 제임스 모리아티 교수와의 대결을 그린 코난 도일의 단편 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언제나처럼 셜록 홈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왓슨(주드 로)은 악당과 맞서 싸운다. 이번 상대는 모든 것을 갖춘 모리아티 교수(자레드 해리스)다. 그런데, 에는 추리물 특유의 서스펜스는 말할 것도 없고, 긴박감 넘치는 액션 시퀀스도 찾아볼 수 없다. 영화사가 자랑하는 숲 속 추격 시퀀스는 차라리 코미디에 가깝다. 국제회담장의 폭발장면이나 기차에서의 총격전도 흔히 보는 액션신에 비하면 수준 이하다.코난 도일이 창조한 셜..

영화 2019.10.30 (1)

브랜든 프레이저의 '미이라' 시리즈

브랜든 프레이저의 '미이라' 시리즈는 1999년 처음 시작했다. 브랜든 프레이저는 (1990)를 시작으로 (2001)를 거쳐 톰 크루즈의 (2017)까지 여섯 편을 달렸다. 딸아이 성화로 를 다운 받았는데, 십대들에게는 이런 영화가 최고인가 보다. 에서는 오코넬과 에블린이 사랑의 결실을 맺어 8살짜리 아들도 활약에 동참한다. 아들까지 합세한 이들은 고대 이집트 문명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고, 에블린은 마침내 이집트의 한 무덤에서 5천 년 전의 전설적인 정복자, 스콜피온 킹의 팔찌를 발견한다. 세계 정복 이후 죽음의 신에 의해 그의 군대와 함께 어둠 속에 묻힌 스콜피온 킹에게 드디어 환생의 순간이 다가오게 된 것이다. 시리즈의 이야기는 말할 수 없이 황당하지만, 황당할수록 어린이들의 상상력에 불을 지..

영화 2019.10.27 (1)

'심야의 FM', 수애와 유지태의 숨막히는 심리전

영화 은 현실을 인정하지 못한 한 남자의 비극을 그린 범죄 스릴러물이다. 물론 이 영화의 표면상 주인공은 라디오프로그램 '심야의 영화음악' 진행자 선영(수애)이다. 그러나 정작 이 영화를 저 어두운 곳에서 끌고 가는 주인공은 그녀의 애청자 동수(유지태)이다. 은 영화 속에서 진행되는 2시간의 이야기와 영화의 러닝타임과 거의 비슷하다. 몇몇 점프 컷이 있긴 하지만, 관객들은 스튜디오 속에 갇힌 선영의 불안감을 거의 동시에 느끼며 그녀를 응원하게 된다. 그래서 관객들의 눈에 동수의 처연함은 잘 들어오지 않는다. 선영은 5년 동안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심야의 영화음악실”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선영은 9시 뉴스 앵커시절 검찰을 향해 촌철살인의 멘트로 인기를 얻었고, 라디오에서도 인기 DJ를 누렸으나, ..

영화 2019.10.24

영화 '언터처블 : 1%의 우정' 둘은 어떻게 친구가 되었을까?

영화 의 시나리오는 간결하다.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백만장자와 그를 돌보는 빈민가 흑인 사이의 아주 특별한 우정에 관한 이야기가 전부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두 사람은 어떻게 친구가 되었을까? 의 오프닝 시퀀스만 보면, 한 편의 속도감 있는 스릴러물을 보는 듯하다. 조수석에 백인 남자를 태운 흑인 남자는 시내도로를 광속 질주한다. 미국의 11인조 흑인 그룹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의 신나는 음악을 배경으로 경쾌하게 오프닝을 열어젖힌 이 영화는 두 남자의 관계를 플래시백으로 깔끔하게 보여주기 시작한다. 흑인 남자 드리스(오마 사이)는 복지부로부터 사회보장금을 받기위해 전신마비 백인 남자 필립(프랑수아 클루제)를 찾아간다. 그런데 필립은 전문 간병인들을 제쳐두고 부랑아 같은 드리스를 고용한다...

영화 2019.10.21 (1)

수상한 고객들, 인생은 아름다워?

(2011) 사회적 약자를 따뜻하게 보듬는 과정을 그린 코믹 드라마다. 감동에 방점이 찍혔던 (이 영화의 원제다)에서 코믹으로 방향을 틀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보험왕이 되기 위해 배병우는 자살을 시도했던 이들을 마구잡이로 생명보험에 가입시켰다가 내사가 시작되자 이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이다. 로 장편 영화에 데뷔한 조진모 감독은 사회적 약자들을 아예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방식을 택했다. 대리운전을 하는 기러기 아빠, 틱장애를 앓고 있는 영탁,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환경미화원 복순, 가수를 꿈꾸는 소녀가장 소연. 이들이 보험왕이 되기 위한 배병우의 수상한 고객들인 셈이다. 그러나 정작 수상한 고객들의 사연은 긴밀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각기 따로 따로 진열하기에 바빴다. 그러다 보니..

영화 2019.10.18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잘빠진 법정 스릴러 영화

(2011)는 베스트셀러 원작의 장점을 잘 살린 법정 스릴러물이다. 이야기 전개가 정교하면서도 매끈하게 달린다. 더불어 매튜 맥커너히와 라이언 필립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이 스릴을 더한다. 한마디로 잘 달린 법정 스릴러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미키 할러(매튜 맥커너히)가 하는 짓을 보면 좀 징글맞다. 돈이 된다면 갱들의 변호도 마다하지 않는다. 착수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재판일정을 마음대로 연기하는 만용도 부린다. 미키 할러의 수법을 보면 치사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미키 할러에 대한 편향된 인식이 잘 못되었다는 증거들이 속속 제출되면서 관객들도 이 속물근성이 충만한 변호사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종종 그림자를 보고서 실체를 추측하는 오류를 범한다. 우리들의 편향된 인식..

영화 2019.10.15 (1)

워 호스, 사랑하는 데는 말이 꼭 필요한 건 아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런던에서 연극 를 보면서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나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를 보고 감동을 먹었다. 이런 나이에도 이런 영화를 보면 가끔 눈물이 나는 것은 어쩔수 없다. 그것도 주인공이 말(馬)인 영화를 보고서 말이다.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를 참 잘 만든다.영화는 조용한 마을 데번에서 시작한다. 데번에서 태어난 말 ‘조이’는 소년 알버트(제레미 어바인 분)의 정성어린 보살핌으로 튼튼하게 자란다.세계 1차 대전이 일어나자, 조이는 알버트와 헤어져 기병대의 군마가 된다. 조이는 전장에서 적군에게 잡혀 부상자 호송 차량을 끌기도 하고, 대포를 끌기도 하면서 생사를 넘나든다. 전장은 인간이든 말이든 가리지 않고 도구화한다. 그런데 말이 전장에서 겪는 고통이 인간이 겪는 고통..

영화 2019.10.12

장훈 감독의 영화 '고지전'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장훈 감독의 영화 은 한국전쟁 때의 '애록고지' 전투가 소재다. 국군과 인민군의 공방전으로 전선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고지하나를 더 뺏기 위한 고지 쟁탈전에 수많은 병사들이 죽어 나갔다. 은 이름 없는 그 죽음의 의미를 묻는다. 6월은 많은 한국인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다. 37개월간 지속된 내전에서 한국인들은 같은 민족끼리 총 뿌리를 겨누어 400만 명의 목숨을 잃었다. 전쟁은 1950년 6월 25일 시작되었고, 1951년 6월 휴전협상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전쟁은 1953년 7월 27일에서야 끝났다. 하루에도 3~4번이나 주인이 바뀌었다는 '백마고지' 전투로 대표되는 지루한 고지쟁탈전이 2년 2개월 동안이나 지속되었고, 그 기간 동안 30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의 원작 소설 작가 박상연은 을 ..

영화 2019.10.09 (1)

영화 '간첩', 고정 간첩이 5만명?

영화 은 1997년 황장엽 전 노동당비서가 "남한 내에 고정간첩 5만 명이 암약하고 있다"라는 썰을 소재로 했다. 과연 우리사회에 고정간첩이 5만 명이나 될까라는 의문이 들지만, 영화 은 그 주장을 재밌게 썰을 풀어갔다. 고정간첩이 5만 명이라면, 북에서도 관리하기가 힘들 것이다. 영화는 그 중에서 북으로부터 버려진 간첩이 많을 것이라는 상상력을 편다. 북에서 버려졌다면, 고정간첩들은 자체적으로 남한에서 생존해야한다. 그래서 영화 은 '생계형 간첩'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전세금 인상에 시달리는 가장, 부동산 중개 일을 하며 아이를 혼자 키우는 엄마, 명퇴 후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독거노인, 소를 키우는 귀농청년 등이 생계형 간첩으로 등장한다. 이들 생활형 간첩의 생활고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다들..

영화 2019.10.06

정병길 감독의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정병길 감독의 영화 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플롯이 제법이다. 형사 최형구(정재영)는 연쇄살인범의 손에 사랑하는 애인을 잃고 범인을 잡기 위해 십 오년을 와신상담했다. 그런데 어느 날,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이 바로 자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책을 추간하고, 그 책은 베스트셀러가 된다. 살인범이라는 주장하는 그 자(者), 이두석(박시후)은 잘 생겼다. 연쇄살인범이 펴낸 책이 어떻게 베스트셀러까지 오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은 일단 이 영화를 보고나면 어느 정도 수긍하게 된다. 그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자, 이 영화가 꼬집고자하는 세태의 일면이기도 하다. 잘 생기기만 하면, 연쇄살인범이라도 스타가 될 수 있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는 전적으로 '반전'에 의지하면서도 배..

영화 2019.10.03

영화 '퀵', 이슨 스태덤의 트랜스포터?

한때 포맷 프로그램 수입이 방송가에 유행했다. 조범구 감독의 은 제이슨 스태덤의 의 설정을 그대로 따 온 것처럼 보인다. 단, 에서는 아우디가 아니라 바이크다. 물론 바이크를 모는 남자는 근육질의 제이슨 스태덤이 아니라 이민기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할리우드의 그럴 듯한 카 체이싱 장면들도 이리저리 끌어왔다. 퀵 서비스맨 기수(이민기)는 어느 날 폭주족 시절 애인이었던 아이돌 가수 아롬(강예원)을 '배달'하게 된다. 아롬이 헬멧을 쓰는 순간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전화가 걸려오고 헬멧을 벗으면 폭탄이 터진다는 협박과 함께 무조건 '물건'을 배달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이때부터 기수는 매번 30분 안에 물건을 퀵 서비스하는 미션에 성공하지만, 그 때마다 자신이 배달하는 물건이 폭탄임을 알고 딜레마에 빠진다. 의..

영화 2019.09.30 (1)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 잘 만든 액션 블록버스터

은 잘 만든 액션 블록버스터다. 이야기 얼개가 좋고, 액션이 빵빵하다. 이 시리즈는 1996년 1편 개봉 이후 15년 동안 4편을 개봉하며 시리즈의 전통을 세웠다. 4편에서도 주인공은 이단 헌트(톰 크루즈)이다. 3편까지 이단 헌트의 원맨쇼에 가까웠다면, 4편은 이단 헌트와 3인의 팀워크가 돋보인다. 이단 헌트 외의 3인의 활약상도 눈부시다. 섹시 요원 제인 카터(폴라 패튼), 컴퓨터 천재 벤지 던(사이먼 페그), 시리즈의 뉴 페이스 브란트(제레미 레너)가 그들이다. 이단을 더욱 이단답게 만들고 미션 임파서블을 더욱 미션 임파서블답게 만드는 빛나는 조력자들이다. 이단 헌트의 아우라도 여전하다. IMF(Impossible Mission Force)로부터 버림받은 이단 헌트가 3명의 팀원을 이끌고 러시아와 ..

영화 2019.09.27 (1)

영화 '관상', 송강호와 이정재 그리고 김혜수의 연기 일품

영화 은 광고의 힘이 컸다. 우리 집만 해도 초등학생이 보았고, 중학생이 보았으며 아줌마, 아저씨가 보았다. 애들은 관상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에 마음이 끌렸다. 어디 애들 뿐이겠는가?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래를 알아보는데 관심이 많다. 사주를 비롯한 우리나라 점성술 산업 규모는 세계적 수준이다. 영화 은 그런 니즈를 잘 꿰뚫었다. 은 호화 캐스팅의 힘도 컸다. 송강호가 그랬고, 이정재와 김혜수가 그랬다. 그에 비하면 이야기의 힘은 보잘 것 없었다. 시대의 책사 한명회에 맞서는 천재 관상가의 액션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야기는 긴장감 없이 축 늘어졌다. 영화의 재미는 이외의 곳에서 터졌다. 이정재의 호탕함과 김혜수의 아찔함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김혜수라는 배우, 역시 연기 소화력이 뛰어나다. 어디에 갖..

영화 2019.09.24 (2)

'에린 브로코비치' 대기업과 미인대회 우승자 간의 기나긴 결투

(2000)는 줄리아 로버츠가 여성 배우로서는 사상 처음 캐런티 2천만 달러를 받으면서 화제가 됐다. 인디영화의 신동으로 불렸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과 로 2001년 제73회 아카데미영화제에서 감독상에 이중 후보 지명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는 두 번의 이혼과 아이 셋 딸린 실직 여성 '에린 브로코비치'가 수질오염을 초래한 대기업과 맞서 싸워 승리한 실화에 기초한다. 실존 인물이었던 에린 브로코비치는 미인대회 우승자(미스 퍼시픽 코스트 Miss Pacific Coast)였는데, 이 영화는 줄리아 로버츠의 눈부신 미소와 육감적인 몸매, 그리고 그 이면의 강한 용기와 집념을 잘 살렸다. 의 오프닝 시퀀스의 주인공은 흥미롭게도 현대차 엑셀이다. 에린 브로코비치는 차를 몰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한다. 거의 18..

영화 2019.09.21

영화 '다우트' 의심과 확신, 그리고 진실과 거짓말에 대하여

의심과 확신, 그리고 진실과 거짓말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 한 편을 소개한다. 영화 는 진보적인 플린 신부가 흑인소년의 팬티를 몰래 사물함에 넣는 것을 알로이시스 수녀가 보게 되면서 시작된다. 1964년 브롱크스 지역의 성 니콜라스 교구 학교를 배경으로 하여 일상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일들이 각자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는 섬세하게 그렸다. 영화에서 플린 신부(필립 세이모어 호프만)는 충분히 게이일수도 있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는 신부로서는 지나치게 활달하고 자유롭다. 주위 사람들이 그런 그를 보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반면 알로이시스 수녀(메릴 스트립)는 엄격한 원칙주의자의 화신이다. 그녀의 눈은 의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플린 신부의 일거수일투..

영화 2019.09.18

'블라인드, 완성도 높은 스릴러 영화

영화 는 완성도 높은 스릴러물이다. 시나리오도 탄탄하고 연출력도 뛰어났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주인공을 맡은 김하늘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말하지 않고도 장애인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는 서스펜스와 스릴을 넘치지 않게 감성적으로 풀어가며 장르영화로서의 목적을 달성했다. 줄거리 경찰대학을 다니던 수아(김하늘)는 예기치 않은 자동차 사고로 동생을 잃고 자신은 시력을 상실한다. 비보이의 역동적인 율동으로 시작했던 영화는 그와는 정반대되는 조용하고도 단조로운 시각장애인의 3년 후의 일상을 비추며 강렬한 콘트라스트를 보인다. 활기 넘치던 수아가 경찰이 되리라는 꿈을 접은 채, 맹인견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보내는 빛을 잃은 자의 고독과 슬픔이 담담하게 묘사된다..

영화 2019.09.15 (2)

영화 '이층의 악당', 한석규와 김혜수의 능청 로맨스

손재곤 감독의 (2010)은 범죄와 코미디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준 로맨틱 스릴러 영화다. 창인(한석규)은 연주(김혜수)의 집에 있는 20억 원짜리 골동품 ‘청화용문다기’를 훔쳐내기 위해 소설가로 위장해 연주의 집 2층에 세입자로 들어간다. 연주는 남편을 잃고 딸과 함께 살며 골동품 가게를 한다. “혼자 사는 여자가 집에 남자를 들인다.”는 옆집 아줌마의 핀잔을 귀담아 들을 처지가 못 된다. 사춘기 딸은 툭하면 학교에 가지 않고 방안에 틀어박혀 있고, 연주는 우울증으로 밤마다 술에 찌들어 잠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창인은 1층 어딘가에 있을 ‘청화용문다기’를 찾을 기회를 쉽게 얻지 못한다. 여기서부터 로맨스가 에 자연스럽게 헤집고 들어온다. 위층 남자와 아래층 여자라는 설정은 어떻게 될..

영화 2019.09.12

빈센트 반 고흐 사후 100주년 기념작

(1990)는 로버트 알트만 감독이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사후 100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영화다. 빈센트 반 고흐하면 잘라버린 귀를 먼저 연상하게 된다. 고흐를 생각하면 어둡고 우울하다. 그림을 봐도 느낌이 그렇다. ‘해바라기’는 꿈틀거리는 광기가 그림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다. 영화 는 고흐가 선교사의 사명에 불타 탄광촌에 정착했던 때부터 시작한다. 고흐의 강렬한 인상이 첫 장면을 압도한다. 파이프를 물고 세상을 등진 그의 모습은 묘한 연민과 동정을 불러일으킨다. 는 무엇보다 고흐의 광기를 잘 담아냈다. 아, 천재는 저렇게 밖에 살 수 없구나하는 한탄이 영화 전편에 흐른다. 목사의 아들이었던 빈센트 반 고흐의 일생은 굴곡졌다. 고흐는 15세 때 가난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화랑에서..

영화 2019.09.09 (1)

영화 '허트 로커', 이라크 전쟁 배경 영화

영화 (2010)는 많은 이슈와 기록들을 남겼다.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캐스린 비글로우의 와 제임스 카메론의 가 맞붙었다. 캐스린 비글로우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세 번째 부인이다. 그 해 아카데미는 82년 금녀의 벽을 허물며 에게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등 6개 부분을 싹쓸이 해주었다. 는 미술상, 촬영상, 시각효과상을 수상하는데 그쳤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그가 만든 영화 못지않게 와이프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그의 첫 번째 아내는 1984년 이혼한 샤론 윌리엄스, 두 번째 아내는 그 이듬해 결혼한 , 등을 제작한 블록버스트 제작자 게일 앤 허드, 세 번째 아내는 우리의 캐스린 비글로우, 네 번째 아내는 2000년에 결혼한 여배우 수지 에이미스이다. 는 이라크 전쟁이 배경이다. 이 영화의 주..

영화 2019.09.06

영화 '체인질링' 클린트 이스트우드 연출,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실화 영화

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어느 날 크리스틴(안젤리나 졸리)에게 9살 난 아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5개월 후, 경찰은 엉뚱한 아이를 그녀의 아들이라고 데려다 준다. 크리스틴이 자기 아들이 아니라고 계속 주장하자 경찰은 그녀를 정신병원에 송치해버린다. 이 일은 1928년 미국 LA 전화국에서 교환수로 일하던 크리스틴이 실제로 겪게 된 일이다. 의 황당한 스토리가 얼마나 믿기지 않았으면 칸영화제 심사위원들이 실화라는 사실을 믿지 못해 황금종려상을 이 영화에 주지 않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공상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실화를 뼈대만을 날렵하게 추려 관객들을 1928년 LA의 무대로 데려가 LA 경찰에 공분하고 크리스틴을 향한 끝없는 연민에 빠져들게 했다. 왜 경찰..

영화 2019.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