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143

노론 300년 권력의 비밀, 노론사관이 국사학계를 지배한다?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이주한의 (역사의 아침, 2011)은 사도세자의 죽음과 정조 독살설에 대한 논쟁을 통해 300년 전 노론사관이 식민사관으로 변형되어 여전히 오늘의 국사학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주한의 주장에 따르면, 사도세자는 300년 전의 노론세력에 의하여 죽임을 당하였으며, 정조 또한 노론 세력에 의하여 독살되었다는 것이다. 이들 노론 세력은 100년 전 대한제국을 일제와 결탁하여 나라를 팔아먹는데 조직적으로 가담했고, 지금까지도 한국 주류 역사학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주한은 학문 권력을 틀어쥔 노론 후예 학자들로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정병설, 한신대학교 국사학과 교수 유봉학,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안대회, 전주대학교 오항녕 교수를 지목한다. 이들은 모두 한가..

독서 2019.08.14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

(2018)를 읽고 나면 (추운 날씨만 빼면) 스웨덴에서 살고 싶어진다. 인구는 천만 명이 조금 안되지만, 면적은 한반도의 두 배가 넘는 나라. 국민소득도 한국의 두 배다. 무엇이 스웨덴을 작지만 행복한 나라로 만들었을까? 스웨덴 부부들은 아이들을 낳으면 480일간의 육아휴직을 준다. 엄마 아빠가 공평하게 나눠쓰려 애쓴다. 아이가 커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약 45%가 대학에 진학한다. 대학에 가기 위해 선행학습이나 학원에도 다니지도 않는다. 그래도 세계를 무대로 한 혁신적인 스웨덴 기업들이 많다. 스웨덴은 거의가 국립대학인데 사립대학까지 학비가 무료다. 게다가 모든 학생에게 학업 보조금(월 약 37만원)과 학자금 대출(월 약 93만원) 기회가 함께 제공된다. 2017년 학생 대출 이자는 0.34%다. 졸..

독서 2019.08.11 (1)

테스 게리첸의 메디컬 스릴러 소설 '외과 의사'

테스 게리첸의 는 손에서 책을 떼기 어려운 메디컬 스릴러 소설이다. 흥미진진하고 끔찍하다. 소재는 여성의 자궁을 적출하는 연쇄 살인범 이야기다. 그 끔찍한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힘이 묘하게도 에 있다. 소설속 '외과의사'는 연쇄 살인범이 마치 외과의사처럼(물론 마취는 하지 않는다) 여성들의 자궁을 적출한다하여 형사들이 붙힌 별명이다. 작가는 여성이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형질인류학을 전공하고 캘리포니아 의과대학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남편과 함께 호놀루루에서 개업의로 일했다. 테스 게리첸은 전직의사로서의 경험을 소설에서 마음껏 살렸다. 수술장면과 병원장면들이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긴박감이 넘친다. 에는 범인의 독백이 편지형식으로 가끔 등장한다. 그 독백을 읽으면 사이코패스가 옆에서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

독서 2019.08.08

김선영 작가의 청소년 소설 '시간을 파는 상점'

김선영 작가의 은 어른들이 읽어도 재미있게 읽히는 청소년 소설이다.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품이다. 십대 소녀 온조가 인터넷에서 '시간을 파는 상점'을 개설하고 운영하면서 크로노스적인 생각에서 점차 카이로스적인 생각으로 성장해 간다는 이야기다. 크로노스적인 시간이란 '객관적인 시간' 즉 우리가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시간을 뜻하고 카이로스적인 시간이란 '주관적 시간' 즉 단순히 흘러 지나가는 시간이 아닌 주관적으로 의미화된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을 파는 상점'의 주인장인 온조는 상점을 통해 만나게 되는 의뢰인들의 사건들을 만나면서 인생에서 '시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자문자답한다.시간은 그렇게 안타깝기도 잔인하기도 슬프기도 한 것인가. 삶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

독서 2019.08.05 (1)

쉬나의 선택 실험실, 선택의 심리학 작동 방식

선택과 관련한 흥미로운 심리실험의 연구결과를 담은 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시인 아치볼드 매클리시(1892∼1982)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자유는 선택할 수 있는 수 있는 권리다. 자기 자신한테 선택의 대안을 만들어줄 수 있는 권리다. 선택의 가능성이 없다면 인간은 인간이 아니다. 그저 무엇인가의 일원이나 도구, 사물에 지나지 않는다.” 매클리시의 말은 전율을 일으킨다. 선택의 가능성이 없다면 인간은 인간이 아니다라는 선언, 이 얼마나 멋진 언표인가. 을 저술한 쉬나 아이엔가 컬럼비아대 경영학과 교수는 선택 심리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꼽힌다. 쉬나 아이엔가는 우리 삶에 끊임 없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선택을 어떻게 할 것인지 다양한 실험사례를 통하여 답을 제시한다. 먼저 바다에서 76일간 ..

독서 2019.08.02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350여 년의 수학사

사이먼 싱의 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얽힌 350여 년에 걸친 수학사를 밀도 있게 정리한 책이다. 페르마라는 전설적인 천재 수학자와 그가 낸 수수께기같은 증명을 풀기 위해 인생을 건 앤드류 와일즈의 드라마 같은 삶은 수학의 문외한에게도 감동을 준다. 17세기 프랑스의 아마추어 수학자 피에르 드 페르마는 디오판토스의 저서 [아리스메티카]의 여백에 다음과 같은 말을 썼다. "xn+yn=zn:n이 3이상의 정수일 때, 이 방정식을 만족하는 정수해 x,y,z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경이적인 방법으로 이 정리를 증명했다. 그러나 이 책의 여백이 너무 좁아 여기 옮기지는 않겠다..." 피에르 드 페르마의 이 짤막한 메모 하나에 350여 년 동안 수학자들이 매달렸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미궁 속으로 더욱 빠져들었다...

독서 2019.07.30

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 아스퍼거 증후군 이야기

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저자 쥘리 다셰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그래픽 노블이다. 여성 특유의 그림체가 잔잔하게 이야기를 이끄는 책이다. 저자 쥘리 다셰는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살아온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자폐에 대한 오진과 오해의 사례를 담담하게 풀어내 독자들에게 '정상성'과 '차이'에 대하여 성찰할 계기를 준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1944년 오스트리아 의사 '한스 아스퍼거'에 의해 '자폐성 정신질환'으로 처음 보고되었다. 쥘리 다셰는 작품 속 주인공 '마그리트'를 통해 아스퍼거 증후군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그리트는 동물들과 햇살이 화창한 낮, 초콜릿과 채식요리, 그리고 자신의 작은 개와 고양이들의 가르랑거리는 소리를 사랑한다.마그리트는 매일 정해진 시간, 매일 같은 길목을 지나 회사에 출근을 한다..

독서 2019.07.27 (4)

호모 데우스, 유발 하라리의 미래 역사

유발 하라리는 전작 (2015)에서 인간이 지구를 정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인간이 가진 신, 인권, 국가 또는 돈에 대한 집단신화를 믿는 독특한 능력을 꼽았다. 인간이 창조한 오래된 신화들이 혁명적인 신기술과 짝을 이루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인간은 신으로 진화할 것인지를 신작 는 탐구한다. 인간은 수천 년 동안 굶주림, 전염병, 폭력으로 수백만 명씩 대대로 죽어갔다. 유발 하라리가 인용한 기아와 역병의 사례를 보면 인류라는 종이 직면했던 비참한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1692년 1694년 사이에 프랑스 인구의 15퍼센트에 해당하는 약 280만 명의 프랑스인이 기근으로 굶어 죽었다. 1520년 3월, 멕시코에는 2,200만 명이 살고 있었지만 12월에는 1,400만 명만 살아 있었다. 스페인 함대와..

독서 2019.07.24

정해진 미래, 인구학자 조영태의 10년 후 한국 예측

는 예언서가 아니다. 서울대 교수가 인구학 관점에서 한국의 10년 후를 내다본 예측이다. 저자 조영태 교수는 두 딸을 농고에 보내겠다고 해 화제가 됐다. 조영태 교수가 전망하는 10년 후의 한국은 일본보다 암울하다. 그 근거는 간단하다. 바로 출생아수다. 1972년 출생아는 100만 명이 넘었는데, 2000년 대 이후로 50만 명을 넘어서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출생아수가 급감하고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 우리나라 인구구조는 역삼각형이 된다. 그래서 조영태 교수는 앞으로 대형 아파트는 살 사람이 없어질 것이고, 소형 아파트는 젊은 사람들이 살 여력이 되지 못할 것이므로 아파트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당연한 결과로 아동인구 감소는 초중등 교사를 남아돌게 만들 것이고 사립대학은 입학자원 부족으로 폐교 위기..

독서 2019.07.21 (1)

나도 말 잘하는 남자가 되고 싶었다

책 제목이 긴 (2011)는 멍청한 세상에 대한 작가 나름의 생존방식을 수다처럼 풀어놓은 책이다. 작가 이름도 길다. 데이비드 세다리스. 그는 시카고의 작은 라디오 방송국에서 자신의 일기를 읽어주었는데, 그것이 대박이 터졌다. '세다리스 타임'은 전국 방송을 탔고, 그는 전 세계인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은 에 20주간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전 세계 300만 부가 팔렸다. 이토록 일상의 시시콜콜한 잡담들이 인기를 끌다니 그저 놀랍다. 데이비드 세다리스는 타고난 동성애자였다. 세다리스는 뼛속까지 동성애자라고나 할까. 병원에서 '주부관절염'이라는 진단까지 받았으니까 말이다. 예민한 감성으로 쓴 이 책은 일기처럼 잡다한 일상을 재미있게 이야기한다. 작가의 솔직함과 풍자 정신이 일급이다...

독서 2019.07.18

세상이 가둔 천재 페렐만, 푸앵카레 추측을 증명하다

은 기인과도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천재 수학자 페렐만에 대한 일종의 전기이다. 러시아 수학자 그리고리 야코블레비치 페렐만(1966년 6월 13일 ~ )은 2006년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 메달 수상을 거부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2010년에는 세계적 권위의 클레이 수학연구소(미국 매사추세츠주 소재)가 1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밀레니엄 상'의 첫 수상자로 페렐만을 선정하였으나, 이 또한 거부하며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은 그가 왜 상을 거부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아파트에서 노모와 함께 검약하게 살고 있다. 이 책은 은둔에 가까운 그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푸앵카레 추측'은 1904년 프랑스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가 제기한 위상수학의 한 명제이다. 어떤 하나의 닫힌 3차원 공간에서 모든 폐..

독서 2019.07.12

페터 빅셀,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페터 빅셀 산문집《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전은경 옮김, 푸른숲, 2009)는 요즈음 만나 보기 어려운 문장으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향수를 느릿하게 이야기한다. 1935년 스위스 루체른에서 태어난 페터 빅셀은 졸로투른에 살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로 13년간 일하다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1946년 《사실 불루 부인은 우편배달부를 알고 싶어 한다》를 발표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뒤렌마트, 프리쉬와 더불어 스위스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힌다. 페터 빅셀의 산문집을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며 잠이 절로 오는 듯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인생관에는 여유와 한가로움, 그리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잔잔한 애정이 묻어난다. 페터 빅셀의 문장은 결코 유려하다고 말할 수 없..

독서 2019.07.09

'당신은 지루함이 필요하다', 마크 A. 호킨스

는 바쁘게 살아가는 한국인들을 겨냥한 책처럼 보인다. “빨리 빨리”라는 말이 언제부터인가 한국 문화를 상징하는 말처럼 되었다. 한국 사회를 단편적으로 경험한 몇몇 외국인들이 대중 매체에 이 말을 퍼트렸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 마크 A. 호킨스 박사는 캐나다 사이머 프레이저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2년 동안 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마크 A. 호킨스는 감정을 우리의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반응으로, 지루함을 현재 나에게 적극적인 반응을 유도할 정도의 자극이 없을 때 느끼는 감정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지루함을 감정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 지루함을 공간에 빗대어 설명하기도 한다. 지루함이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무한대로 펼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공간, 현대의 바쁜 삶에서 ..

독서 2019.07.05 (2)

그 순간 역사가 움직였다, 에드윈 무어의 운명적인 만남들

인생을 살다보면 만남만큼 '우연'한 것도, 또 '운명'적인 것도 없다. 에드윈 무어의 는 역사상 유명했던 사람들의 우연하고도 운명적인 만남 100장면을 추려 뽑은 책이다. 시대별로 여섯 꼭지로 이루어진 이 책은 키루스 대왕과 스파르타 사절단과의 만남에서 시작하여 이슬람 지도자 사미 알 아리안과 조지 부시의 만남으로 끝을 맺는다. 그러나 책 표지에는 알렉산드로스 대왕부터 빌 클린터까지라고 카피를 달았다. 링컨과 연극 배우 존 윌크스 부스(링컨 암살범)와의 만남 등 세계사에 굵직한 사건을 만든 만남에서부터 아인슈타인이 프로이트를 찾아가 시시콜콜하게 만난 스토리 등 역사의 뒷안길들을 다채롭게 담아냈다. 에드윈 무어의 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신선한 얘기들도 제법 나오고 아예 모르는 인물들도 많이 등장한다. 나무..

독서 2019.07.03 (1)

한비야 '그건, 사랑이었네', 꿈을 갖고 산다는 것

한비야의 삶을 보면 경이롭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을 것 같지만, 그녀는 책을 좋아한다고 한다. 지하철에서 공항에서, 어디서든지 자투리 시간이 나면 책을 펼쳐 든다. 한비야의 (2009)는 평범하게 살지 않고도 멋진 인생을 살 수 있는 전형을 잘 보여준다. 한비야의 아프리카 오지 구호활동은 남다른 신념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한비야는 인생을, 세상을 다음과 같이 본다. 다소 길지만 인상적이라 축약해서 인용한다. "지금도 나는 꿈을 꾸고 있다. 현실적인 꿈만 꾸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바보, 멍청이, 미련 곰탱이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꿂주리는 아이가 없는 세상, 모두가 공평한 기회를 갖는 세상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 세상이 올까. 청춘과 인생을 바치고 목숨까지 바친다고 한들 그런 세상은 오지 않을 것..

독서 2019.06.28 (1)

아프니까 청춘이다, 김난도의 청춘예찬

김난도는 말한다. 에서 불안하니까 청춘이고, 막막하니까 청춘이다고. 외롭고 흔들리니까 청춘이라고. 그렇다. 청춘은 두근거리는 만큼 불안도 늘 함께 한다. 김난도의 는 청춘을 따뜻하게 보듬는 아포리즘들로 빛난다. 청춘은 원래 그렇게 아픈 것이니까 너무 흔들리지 말고, 담담히 그 성장통을 받아들여 더 나은 미래의 연료로 사용하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의 말미에서 에 나오는 말을 인용한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냥 가라'(If you don't know where you're going, just go) 아울러 청춘들이 기억할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경구도 덧붙인다. '배는 항구에서 더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가 될 수 없다. 배는 폭풍우를 견디며 바다에 있을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 맞..

독서 2019.06.27 (1)

데이비드 맥레이니의 '착각의 심리학'

데이비드 맥레이니의 은 진화심리학이 밝혀낸 빛나는 성과들을 알차게 소개한 책이다.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을 비롯한 그간 심리학계의 유명한 실험들이 대거 등장한다. 심리학 입문서로 활용해도 좋다. 자칭 심리학 광이라는 저자 데이비드 맥레이니는 2009년 심리학 블로그를 개설하여 3년간 연재한 글 중 일부를 이 책으로 엮었다. '뉴욕타임스'가 그의 블로그를 링크한 것을 보면 그 인기가 대단하다. 의 주제는 한 마디로 "당신은 생각보다 영리하지 않다"이다. 사바나에서 2백만년을 생존해 온 우리 인간들의 두뇌가 현대 문명에 제대로 적응하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이야기다. 사바나의 초원에 오랫동안 초점을 맞추어왔던 인간 두뇌가 현대 도시문명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여전히 사바나식으로 해석하는 통에 시시때때로 오해와 착각이..

독서 2019.06.23

보이지 않는 고릴라, 인지능력의 한계 6가지

(2011)는 ‘투명 고릴라’ 실험의 창시자들인 댄과 크리스가 인간이 흔히 겪는 인지능력의 한계를 6가지 착각으로 분류하여 재밌게 설명한 심리학 저서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는 인간의 주의력과 인지능력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엎은 심리학의 기념비적인 실험이 되었다. 댄과 크리스는 흰 셔츠와 검은 셔츠로 나눈 팀이 농구 패스게임을 하는 중간에 고릴라 의상을 입은 여학생이 약 9초에 걸쳐 무대중앙으로 걸어와 선수들 가운데 멈춰 서서 카메라를 향해 가슴을 치고 나서 걸어 나가는 장면이 들어있는 동영상을 만들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동영상을 보고 검은 셔츠 팀의 패스는 무시하고, 흰 셔츠 팀의 패스 횟수만 말없이 세어달라는 요청을 했는데, 놀랍게도 실험에 참가한 절반은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 고릴라 실험에..

독서 2019.06.20

김동규의 '멜랑콜리 미학', 그리고 글루미 썬데이

김동규의 (문학동네, 2010)은 한 편의 영화 를 통해서 사랑과 죽음, 그리고 예술과 철학을 사유한다. 오래도록 여운이 길게 남았던 영화 (1999)에 대해서 찾아보던 중에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한 편의 영화를 통해 철학과 예술을 사유한 은 독특했다. 한 편의 영화를 통해서 이렇게 사랑과 죽음에 대하여 기나긴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 신선했다. 는 관능적인 여주인공 일로나 바르나이와 그녀를 사랑하는 세 남자의 기묘한 사랑이야기이다. 일로나는 연인 라즐로의 묵인으로 새로운 연인 안드라스와 사랑에 빠진다. 안드라스는 일로나의 생일 선물로 '글루미 썬데이'라는 노래를 헌정하는데, 많은 젊은이들이 그 노래를 들으며 자살하게 되면서 '글루미 썬데이'는 유명해진다. 안드라스도 결국 자살한다. 한 여자를 사랑하..

독서 2019.06.15

프로이트의 편지, 자아와 이드, 초자아 이야기

는 행복한 삶을 사는데 정신분석이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동일시’ 개념을 중심으로 설명한 책이다. 저자 김서영은 각 장마다 프로이트의 편지들을 소개하고 그와 관련된 이론을 평이하게 설명했다. 특히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 살인사건들과 세월호와 같은 현재형 사건들을 다룸으로써 정신분석을 학문으로서보다 치유의 기능에 초점을 맞춰 설명했다. 정신분석의 기초개념은 프로이트의 ‘이드’와 ‘자아’, ‘초자아’이다. 프로이트는 제어되지 않은 충동의 에너지로 가득 찬, 혼돈 그 자체인 영역을 이드라 불렀다. 쾌락에 의해 지배되는 이드가 세상을 만나며 그 표면이 자아로 조직된다. 이드가 충동이라는 혼돈이 존재하는 비조직화된 영역이라면, 자아는 이드의 외면이 외부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사회화된 표피..

독서 2019.06.12 (2)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 뇌과학의 연구 성과들

정재승의 을 읽으며 하루밤을 보냈다. 책을 덮었을 때,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불면으로 고생할 때에는 책을 읽는 것이 그나마 킬링 타임으로 좋다. 이 책을 다 읽고 든 생각, 정재승은 강의도 잘하고 책도 재밌게 잘 써는 저자구나, 무엇보다 운이 잘 따라주고 의미 충만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저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 '열두 발자국'은 '인간이라는 경이로운 미지의 숲을 탐구하면서 과학자들이 내디딘 열두 발작국'을 줄인 것이라고 한다.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의 의 패러디인 셈이다. 은 1.4킬로그램의 작은 우주인 인간의 뇌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여 우리가 의사결정을 하고 선택을 하는지를 탐구한 과학자들의 실험들과 연구 사례들을 적당하게 소개한 책이다. 진화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독서 2019.06.04 (1)

김용석의 '서사철학', 이야기와 철학이 만나면

김용석의 (휴머니스트, 2009)은 분량이 많다. 683페이지다. 쉬엄쉬엄 읽었다. 현학적인 문체지만 알기 쉽게 썼다. 인간에게 이야기 취향은 본능이다. 우리는 이야기 듣기를 좋아하고, 이야기하기도 좋아한다. 이야기 속에는 모두 문제가 있고, 문제 해결 과정이 서사가 된다. 인간은 문제를 풀면서 인간적 삶의 의미를 포착하여 삶의 재미를 찾으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문제를 풀고 극복했는지 관심을 기울인다. 은 신화, 대화, 진화, 동화, 혼화(애니메이션), 만화, 영화로 이루어진 일곱 개의 장르로 나누어 다양한 작품을 통해 서사 철학을 이야기 한다. , , 다윈의 진화론, , , , 등 다양한 텍스트가 새롭게 다가온다. 이 책을 읽고 등 저자가 텍스트로 삼은 작품들을 다시 읽어 봤다. 전혀 새롭게 읽혔다...

독서 2019.06.04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인간 종의 진화 역사와 끝

(2015)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 종의 역사와 미래를 거시적으로 탐구한 역작이다. 저자 유발 노아 하라리는 두 가지 근본 질문으로 를 시작한다. 첫째, 20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서 별로 중요치 않았던 우리 인간 종이 어떻게 지구 행성을 지배하게 되었는가라는 의문이다. 인류는 약 250만 년 전 동부 아프리카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진화하기 시작하여 15만 년 전 동부 아프리카에 우리와 똑같이 생긴 호모 사피엔스가 살고 있었다. 몇 만 년 전의 지구상에는 최소 여섯 가지 인간 종이 살고 있었고 그 중 하나였던 호모 사피엔스도 변방에서 자기 앞가림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약 7만 년 전부터 아라비아 반도로 퍼져나갔고 거기서부터 유라시아 전체로 급속히 퍼져나가 번성했다. 그런데 사피엔스가..

독서 2019.06.01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 명랑시민 정치교본

김어준의 (2011)의 ‘명랑시민 정치교본’을 표방하는 책입니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나름 인기몰이를 했던 책으로 기억됩니다. 좌우 개념 안 잡히거나, 생활 스트레스의 근원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이번 대선이 아주 막막한 사람들은 를 읽어 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땅에 사는 사람들 중에서 좌우 개념이 궁금한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자신의 스트레스 근원을 모르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나라의 여야 정당은 태생적으로 보수의 스펙트럼에 갇혀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이나 한국당은 계파만 다를 뿐, 사실상 같은 정당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그러니 누가 집권하느냐의 문제만 남습니다. 정치지형을 이렇게 심플하게 정리하고 나면, 김어준의 는 꼼수가 판치는 책임을 금방 알 수 ..

독서 2019.05.29 (3)

장자와 나비 꿈, 한바탕 꿈에 지나지 않는 우리 인생

'장자와 나비 꿈'은 의 '덕충부(德充符)' 편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덕충부란, 덕이 사람의 마음속에 충만하게 되면 그 증험이 밖으로 자연히 나타난다는 뜻을 지닌 말입니다. 사람들은 흐르는 물을 거울로 삼지 않고 멈춰 있는 물을 거울로 삼습니다. 멈춰 있는 물만이 물건들이 와서 멈추게 하고 사람들을 모여들어 멈추게 합니다. '장자'(본명은 장주 莊周)는 전국시대 몽(蒙 : 지금의 허난성 북쪽)이라는 지역에서 기원전 370년경 태어나 옻나무 밭을 관리하던 하급관리를 그만 두고 평생 벼슬 없이 가난하게 살면서 10여만 자(字)에 이르는 저서를 남겼습니다. 는 원래 52편이었으나, 진대(晉代) 곽상이 정리해 엮은 33편만 지금 전합니다.곽상의 는 내편(內篇) 7편과 외편(外篇) 15편, 잡편(雜篇) 11편으..

독서 2019.05.15 (1)

마이클 샌덜의 '정의란 무엇인가', 한 시대의 그림자

대부분의 베스트셀러는 한 시대의 실체가 아닌 그림자입니다. 베스트셀러는 나무가 아닌 스쳐간 바람입니다. 마이클 샌델의 (2010)도 이 요건에 꼭 맞는 그런 책입니다. 마이클 샌델은 인류사에서 정의를 이해하는 방식을 세가지로 압축해 소개합니다. 그 첫째는 제러미 벤담으로 대표되는 공리주의자들의 주장,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곧 정의란 관념입니다. 샌델은 인간의 행복을 단일 통화로 계량화할 수도, 해서도 안 된다며, 도량형처럼 행복을 측정하려는 시도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냅니다. 둘째는 이마누엘 칸트와 존 롤스의 정의론에 대한 공박합니다. 인간이 '무지의 장막'뒤에 설 수도 없을 뿐더러, 도덕적 자격을 배제한 채 정의를 논할 수도 없다고 샌델은 말합니다. 샌델에게 정의는 도덕적 자격을 갖춘 이에게 영광과 ..

독서 2019.05.13 (1)

컨테이너를 물류총아로 만든 말콤 맥린, 더 박스

마크 레빈스의 를 읽고 나면 멋대가리 없이 생긴 직육면체 상자인 컨테이너 박스에 경외감을 갖을지도 모릅니다. 경제학자 겸 저널리스트인 마크 레빈스는 방대한 자료와 인터뷰에 근거하여 컨테이너 박스의 탄생부터 오늘날 현대문명의 총아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서술했습니다. 컨테이너가 항구에 주인공으로 등장할 무렵 항구의 풍경과 변화, 컨테이너 규격의 표준화 과정, 베트남전에 참전하는 컨테이너, 컨테이너 시스템을 둘러싼 해운회사와 화주의 갈등과 알력들이 대하드라마처럼 펼쳐닙니다.그렇다면 컨테이너를 현대 물류의 총아로 키워낸 사람은 누구일까요?부두에서 트럭에 실린 짐을 통째로 옮겨 선박에 옮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헤맨 컨테이너 화물운송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람은 '말콤 맥린'입니다.말콤 맥린은 해운회사 시랜드(Sea ..

독서 2019.05.09

우석훈,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를 읽고 생긴 변화

우석훈의 (한겨레출판, 2018)를 읽고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자칭 B급 경제학자라는 우석훈의 문장들은 나의 거의 모든 일상을 되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저자 우석훈은 저와 같은 또래입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젠더 감수성이 풍부했고, 무엇보다 그 감수성을 현실에서 부지런하게 실천하고 있는 삶의 자세에서 숙연함을 느끼기까지 했습니다. 저와 같은 또래가 '우석훈 식'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두 아이의 등하교를 책임지고, 아내와 아내 친구들을 위한 만찬을 위해 요리를 하고 상을 차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중년 남자가 과연 몇이나 있겠습니까? 는 팀장급 이상이나 임직원 및 경영진들이 읽어야 할 책입니다. 아니 필독서입니다. 저자 우석훈은 직장 민주의의가 실천되면 우리 삶이 바뀌고..

독서 2019.05.03 (4)

수잔 콜린스의 SF소설 '헝거 게임'

요즘 아이들은 책도 빨리 읽습니다. 아들은 수잔 콜린스의 SF소설 (2009)을 금방 읽더군요, 거의 속독에 가깝게 책을 읽어대는 아들은 “헝거 게임 3부작”을 이틀 만에 다 읽어치웠습니다. 반면 저는 책 읽는 속도가 엄청 느려지요. 1권을 읽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고, 2권 는 다음 주말에나 읽을 수 있겠네요. 수잔 콜린스의 소설은 이 처음입니다. 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지요. 소설 의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후 쯤입니다. 북미대륙에 “판엠”이라는 독재국가가 나라를 12구역으로 나누어 매년 스물네 명의 10대 청소년들을 한 곳에 몰아넣고, 생존자 1명이 남을 때까지 서로 죽고 죽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벌인다는 내용입니다. 영화 을 봤을 때는 설정의 황당함으로 몰입도가 떨어졌는데, 소설 은 영화보다는 ..

독서 2019.05.01 (1)

김훈의 장편소설 '공무도하', 아득한 관념의 세계

김훈의 장편소설 『공무도하』의 표지는 독특합니다. 작가의 원고지를 겉표지로 삼았는데, 연필을 꾹꾹 눌러 쓴다고 한 작가의 필력이 느껴집니다. 아직도 워드가 아닌 원고지를 쓰다니 우직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김훈의 (2001)와 (2007)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역사소설이 아닌 소설에서는 작가의 문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했습니다. 소설가 김훈은 화가가 되었다면 아마도 추상화가가 되었을 것 같네요. 그 만큼 그의 문장은 관념의 세계에 머물러 있는 느낌입니다. 어쩌면 는 불가능한 소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에는 이야기의 얼개도, 목차도 없습니다. 주인공 문정수 기자가 신문 사회면에 실릴만한 소재로 이야기를 끌어 갈 뿐입니다. 문정수는 가끔 출판사에서 일하는 노목희를 찾아가 섹스를 하곤 합니다. 문정수..

독서 2019.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