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사람풍경> 소설가 김형경의 심리 여행 에세이

NeoTrois 2019. 1. 20. 17:53

김형경의 심리 여행 에세이 <사람풍경>(위즈덤하우스, 2006)을 꼬박 일주일 동안 잠들기 전에 읽은 것 같습니다.

 

책을 잡으면 단숨에 읽어야 직성이 풀리지만, 이 책은 하루에 조금씩 조금씩만 읽었습니다. 침실에서 유난히 손길이 가는 책이었습니다.

책을 읽고나면 작가가 한 말을 잠이 들 때까지 생각해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어요.

 

<사람풍경>에는 작가가 세상의 도시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인간의 내면을 성찰한 과정들이 진솔하게 담겨 있습니다.

작가가 여행을 하면서 그랬던 것처럼 나는 침실에서 <사람풍경>을 읽고 나 자신과 인간, 그리고 세상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때로 상처받은 아이가 보이는가 하면, 때로 누군가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인간의 마음이 무엇인가를 궁금해 하면서 이십대 중반부터 심리학이나 정신분석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작가의 말을 들으면 왠지 나와 많이 닮은 인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흔 고개에 집까지 팔아서 세계 각지를 향해 여행을 떠나는 결단은 없습니다만.

작가는 '여자' 혼자 몸으로 로마, 피렌체, 밀라노, 파리, 니스, 베이징, 뉴칼레도니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도시와 항구를 헤집고 돌아다니면서 세상과 인간에 대하여 묻고 답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 안의 나'를 찾아 떠난 자의 성찰이 나에게로 전이되고 있음을 조금씩 느꼈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내면을 대하기란 버거운 일입니다. 특히 상처받고 어두운 '내 안의 나'를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두렵기까지 한 일이지요.

 

그럴 땐 여행 안내자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자들에게 <사람풍경>은 든든한 안내자가 될 것 같습니다.

정신분석을 받은 경험들과 저자 스스로 공부한 정신분석학을 아주 쉽게 여행 에세이로 풀어낸 것이 이 책의 매력입니다.

 

나 또한 어렵게 정신분석 관련 서적들을 읽었지만, <사람풍경>만큼 정신분석 입문을 쉽게 안내한 책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이 책을 다시 읽을 것 같습니다. 아직도 외로움이라는 허기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으므로.

 

아직 김형경의 소설은 접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작가가 소설을 썼다면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합니다. 아마 그녀의 소설도 곧 읽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고, 한편으로는 홀가분해졌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울퉁불퉁한 존재라는 것, 내가 미워하는 사람조차 내 안의 숨겨진 나의 다른 자아를 투사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힘들지만 이렇게 생각해 봅니다.

지금 여기 있는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와 함께 있는 지금의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그러면 나는 내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어렵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