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국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NeoTrois 2019. 3. 4. 00:02

김주호 감독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2012)는 명품조연들이 범람하는 영화입니다. 초호화 조연들의 총출동에 주연마저 조연화되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진 영화이지요.

영화의 배경은 조선 영조 말입니다. 정조가 사랑한 이덕무(차태현)와 무사 백동수(오지호)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이덕무는 좌의정의 음모로 자신의 아버지 우의정이 귀양길에 오르자 좌의정의 아들이 관리하는 서빙고의 얼음을 털기 위해 조선판 '오션스 일레븐'을 조직합니다.

칼잽이, 도굴 전문가, 폭탄 전문가, 변장 전문가, 잠수 전문가까지 조선 최고의 꾼들을 끌어 모은 것이지요. 

그런데 민효린을 잠수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아무래도 좀 민망해 보입니다만, 이러한 점이 이 영화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차태현이 열심히 세운 서빙고 얼음 탈취 작전에 집중하는 관객은 거의 없습니다. 고창석 등 조연들이 워낙 개성이 강하기 때문이기도 한데, 개성이 강한 조연들을 조화롭게 묶을 정교한 시나리오는 준비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캐릭터들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허무한 개그만 남은 영화가 되었습니다.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고, 집중하기도 어렵습니다. 이야기는 제멋대로 흘러가고, 그러다 보면 영화는 끝나 있습니다. 그야말로 조연들만의 잔치였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을 비비안 리와 클락 게이블이 주연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와 동명으로 정한 것에 그저 웃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