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월탄 박종화의 역사 소설 '양녕대군'

NeoTrois 2019. 3. 18. 20:26

월탄 박종화의 <양녕대군>(풀빛미디어, 1998, 전5권)은 위대한 군주 세종 뒤에 가려진 양녕의 삶을 조망해볼 수 있는 역사 소설입니다. 

양녕은 태종이 왕권 장악을 위해 태조의 신하 정도전과 그의 의붓 형제들과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하는 중에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양녕은 당시의 관습대로 외가에서 자랐습니다. 또 민왕후의 딸들은 어려서 죽었고,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 태종이 맏아들을 챙길 여력도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태종은 왕위에 오르자 양녕을 세자로 책봉하고 동궁에 기거하도록 합니다. 그러나 세자에 책봉된 양녕은 기생을 데려와 삼기도 하고, 민왕후가 어릴 적부터 거두어 온 딸 같은 시녀를 탐하여 후궁으로 삼으며 아버지 태종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양녕에게 태조 이성계는 왕을 배반하고 새로운 정권을 창출한 자에 지나지 않고, 아비인 태종은 형제를 죽이고 외가를 멸족한 자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태종은 민왕후를 폐비로 만들려는 생각까지도 했으니, 양녕의 아버지에 대한 증오는 뼈에 사무친 것이었겠지요. 

태종의 선위(왕위를 세자에게 물려주는 것) 파동을 겪은 후 양녕은 진흑탕 같은 궁궐을 빠져나와 기생과 오입쟁이들과 어울리기 시작합니다. 최소한 아버지 같은 인간이 되지 않도록 결심한 것이지요.

결국 폐세자가 된 양녕은 광주로 추방당합니다. 양녕은 태종대가 지나고 세종대가 되어서야 한양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됩니다. 효심이 극심했던 세종은 신하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왕후의 소원을 들어줍니다.

세종이 신하들과 격렬하게 대치했던 사안은 두 가지 뿐이었습니다. 양녕의 한양 거주 문제와 숭불(崇佛) 문제였는데, 신하들이 사표를 내면서까지 반대한 사안이었음에도 세종의 양녕에 대한 형제애도 인상 깊습니다.

한양으로 돌아온 양녕은 자신이 존경한 큰아버지 정종처럼 한 세상을 자유롭게 살다가 세상을 떠납니다. 양녕의 호방함 뒤에는 늘 가족간의 불화에 마음 아파하는 여린 마음이 숨어 있었던 같습니다.

혹자는 일부러 미친 척하여 폐세자가 되었다고도 하고 혹자는 왕이 될 그릇이 못되어 폐세자가 되었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역사는 양녕의 소박하고 정의를 숭상하는 순수한 인간성이 세종으로하여금 무혈로 왕위에 오르게 하고, 위대한 성군의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하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