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소설

NeoTrois 2019. 1. 1. 20:00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김재혁 옮김, 이레, 2004)는 스티븐 달드리 감독에 의해 크랭크인 된 동명의 영화 원작 소설입니다.

 

영화는 강렬한 에로티시즘의 짧은 순간들과 성적이고 도덕적인 딜레마들을 집요하게 파고든 걸작이었습니다. 케이트 윈슬렛은 대담하고도 뜨거운 연기로 2009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습니다.

 

영화 리뷰를 올린다면 평점 9.5점을 주고 싶을 정도로 에로틱하면서도 철학적인, 그래서 그 감동이 오래도록 남았던 걸작으로 기억됩니다.

 

그 먹먹한 감동을 훼손당하지 않기 위해 책 읽기를 미루어왔으나, 세월이 몹시도 흐르고 나니, 그들의 먹먹한 사랑 이야기를 불현듯 다시 읽고 싶어졌습니다.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는 1950년대 독일의 소도시를 배경으로 열다섯 살 소년과 서른여섯 살 한나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허약한 소년 미하엘 베르크는 귀가길에 구토를 하고 그것을 우연히 본 한나가 소년을 도와주면서 운명적인 사랑은 시작됩니다.

 

두 사람은 매일 만나 책을 읽고, 샤워를 한 뒤 사랑을 하고 한참 동안 나란히 누워 있는 일상이 반복됩니다.

한나의 농염한 육체와 손길에 익숙해진 미하엘이었지만, 소년은 정작 한나의 가족이나 과거를 전혀 모릅니다.

 

강렬하고 도발적인 에로티시즘 문장들은 한나의 불안감과 비밀을 암시하면서 미하엘의 눈 앞에서 한나를 사라지게 만듭니다.

 

갑자기 떠나버린 한나를 생각하며 미하엘은 그들이 나누었던 사랑이 과연 진실한 사랑이었던지 회의에 빠집니다. 사랑하는 여자가 한마디 말도 없이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진다면, 누구나 미하엘이 되겠지요.

 



제2부에서 미하엘은 법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되어 있습니다. 미하엘 베르크는 세미나로 간 법정에서 한나를 다시 만납니다. 마치, 운명처럼.

 

법정 심리과정을 통해 한나의 숨겨진 과거가 하나 하나 밝혀집니다. 한나는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문맹이었으며, 자신의 문맹을 숨기기 위해 지멘스 회사에서 승진도 마다하고 나치 수용소의 감시원이 되었던 것입니다.

 

문맹에 대한 한나의 수치심은 미하엘과 사귀던 시절에 다디넌 전차회사에서 정식직원이 되려는 순간, 그녀가 문맹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이 두려워 회사와 미하엘로부터 도망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법정에서 역시 문맹임을 숨기기 위해, 자신이 작성하지 않은 보고서를 자신이 작성하였다고 시인하여 종신형을 선고 받습니다.


제3부에서는 미하엘 베르크가 수감된 한나에게 책을 읽어 녹음한 테이프를 보내주는 기나긴 세월이 묘사됩니다. 한나가 수감된 지 8년이 지난 시점부터 시작된 책읽기 녹음은 그녀가 사면될 때까지 10년간 계속됩니다.

 

그러나 미하엘은 녹음테이프에 문학작품을 읽는 것 외에는 그 어떤 사적인 메시지는 넣지 않았습니다. 한번도 찾아갈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한나는 석방 당일 새벽에 교도소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합니다.

 

한나의 비극적 선택은 남녀간의 사랑에 대하여, 인간의 허약한 자존심에 대하여, 나치시대의 과거로부터 도망치려는 연약한 존재에 대하여 철학적인 물음을 던집니다.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는 개인적인 사랑 이야기를 우아한 철학적인 문장으로 세대간의 정치적이고 심리적인 문제들로 승화시켰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다시 영화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를 보고 싶어집니다. 명작은 세월이 흘러도 결코 생명력을 다하는 법이 없는 모양입니다.

 

세월이 갈수록 힘이 더 쎄지는 것이 명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