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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만약 노인으로 태어난다면...

by 나무와나무 2019. 2. 22.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9)는 노인으로 태어나 소년으로 늙어가는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의 이야기를 그린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입니다.

뛰어난 분장효과로 이 영화는 제 81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술상, 분장상, 시각효과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벤자민 버튼은 태어났을 때 80세의 외모였고, 성장하게 되면서 점점 젊어졌고, 아기의 모습으로 죽어 갔습니다.

이 기이한 인생 이야기는 작가 마크 트웨인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마크 트웨인은 “우리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이 맨 처음에 오고 최악의 순간이 마지막에 온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고 말했고, 작가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는 이 말에 영감을 받아 단편을 썼습니다.

그리고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이 단편에서 모티브를 빌려와 동명의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우리들의 삶은 생노병사의 과정을 거치면서 인생의 무대에서 사라져 갑니다. 그런데 이 시간 흐름을 거꾸로 돌리기 시작하면 우리 인생은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9)

♧ 영화의 줄거리

데이빗 핀처 감독은 벤자민 버튼의 일기를 통해 그의 연인이었던 데이지가 그의 삶을 회상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영화는 3시간에서 14분이 모자라는 166분 동안 벤자민 버튼의 기나긴 일대기를 압축해서 보여줍니다.

1차 대전 종전 일에 태어난 벤자민 버튼은 흉물스런 외모로 인하여 고아원이 아닌, 양로원에 버려집니다.

양로원에서 석양처럼 쓰러져가는 노인들을 바라보며 자라난 벤자민은 17살(육체 나이는 63세 정도?) 때 집을 떠나 선원이 되어 전 세계를 여행합니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전형적인 모험 이야기를 차용합니다. 벤자민 버튼은 뱃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창녀촌에 드나들며 남자로 성장합니다.

러시아에서는 영국 외교관의 부인 엘리자베스(틸다 스윈튼)를 만나 덧없는 사랑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든 여행자들이 그러하듯이 벤자민 버튼도 어린 시절 만난 데이지(케이트 블란쳇)를 그리워하며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비로소 성인으로 만난 둘은 결혼하여 아이를 낳습니다.

딸을 낳고 보니 덜컥 자신이 어린아이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벤자민 버튼은 다시 집을 떠납니다. 언제가 자기 딸과 같은 나이로 살게 되는 순간은 벤자민 버튼에게는 끔찍한 일이었지요.

현대의 첨단 분장술이 없었다면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아마 만들 수 없었을 것입니다.

분장효과는 벤자민 버튼이 할아버지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기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놀라운 착시현상을 경험하게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벤자민 버튼 역을 맡은 브래드 피트를 그해 아카데미 후보로 선정한 것은 좀 난센스인 것 같습니다. 엄밀하게 말한다면 벤자민 버턴은 배우가 아닌 첨단분장술이 낳은 캐릭터가 연기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입니다.

노인의 얼굴로 태어나든, 아기의 얼굴로 태어나든 우리들의 인생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벤자민 버튼의 인생은 말해주었습니다.

육체는 영혼의 집이기 때문입니다. 허름한 집에 기거한다고 해서 그 정신마저 누추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인생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던지는 한편의 맥 빠진 우화로 다가옵니다.

따라서 “우리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이 맨 처음에 오고 최악의 순간이 마지막에 온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은 이 경우에는 틀린 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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