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개봉한 <나는 공무원이다>는 직장인의 애환, 특히 공무원의 애환을 그린 윤제문 원톱의 코미디 영화다. 런닝타임 101분에 전체관람가 영화로 네티즌 평점은 6점대로 대체로 낮다. 관객수 21만명을 동원했다.
만약 요즘 이 영화를 개봉했더라면 LH사태로 관객 동원은 더 폭망했을 것 같다.
<나는 공무원이다>의 주인공 한대희(윤제문)는 넉살좋은 공무원이다. 주인공이 공무원일 뿐, 이 영화는 직장인들의 매너리즘과 일탈에 대하여 다뤘다. 한마디로 직장인의 로망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이 영화의 원제는 '위험한 흥분'이었다.
줄거리
주인공 한대희의 신상명세는 이렇다. 나이 38세, 마포구청 환경과 생활공해팀 7급 10년차에 연봉은 3천5백만원.
한대희는 삼성임원이 부럽지 않다고 말한다. 정시 출퇴근에다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이란다. 좀 있으면 6급 진급도 멀지 않았다. 그래서 한대희는 살 만하다고 한다.
한대희는 변화가 없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그래서 사랑한다고 말한다. 어떤 민원에도 한대희는 흥분하지 않는다. 한대희의 좌우명은 "흥분하면 지는 거다"다. 그래서 한대희는 직장내에서 '평정심의 대가'로 불리운다.
퇴근후 10년 동안 강호동과 유재석을 친구삼아 텔레비전만을 주구장창 봤다는 그.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한대희는 홍대 인디밴드 '삼삼은 구'에 엮이면서 가치관의 변화를 겪는다.
부동산 사기를 당한 '삼삼은 구'에게 한대희가 어쩔 수 없이 지하실을 내주게 되면서 그 밴드의 베이스까지 맡게 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기까지 한대희 역을 맡은 윤제문이 영화를 이끌었다. <나는 공무원이다>의 초반부는 좀 지루하다.
그러나 윤제문이 평온한 일상을 일탈하는 순간부터 영화는 재미있어진다. 윤제문이 베이스에 매료되는 순간, 그의 삶은 쳇바뀌같은 일상성의 지루함을 벗어나기 시작한다. 비로소 직장인의 로망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아마도 직장인들은 <나는 공무원이다>에 감정 이입했을 것이다. 특히, 공무원들은. 그러나 한대희가 공무원의 일상을 일탈한 댓가는 컸다. 정직에다 감봉, 승진도 물거너가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는 '직장인'이라는 조건을 완전히 버리고, 한대희가 베이스로써 성공한다는 싸구려 영웅담을 그리지는 않았다.
그저 담백하게 그렸다. 직장인들의 삶을 말이다. 그래서 직장인들은 <나는 공무원이다>를 보면서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공무원이다>는 인생처럼 따분한 영화여서 더욱 값진 영화다. 영화는 말한다. 따분한 인생이지만 그래도 각자 자신만의 베이스를 찾아 나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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