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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의형제, 이념의 기름기 짝 빠진 두 남자의 고군분투기

NeoTrois 2021. 3. 6. 21:40

<의형제>(개봉 2010. 2. 4)는 개봉 당시 네티즌 평점 9점대를 훌쩍 넘기며 개봉 사흘 만에 관객 60만 명을 돌파했고 누적 관객 550만 명을 돌파한 2010년대의 대표적인 액션 영화다.

 

저예산 영화 <의형제>는 분단 상황을 배경으로 한 <쉬리>와 <공동경비구역 JSA>의 계보를 잇는 대박 영화가 된 셈. 흥행에는 역시 송강호와 강동원의 케미가 압도적이었지만 연출도 좋았다. 드라마와 스릴러의 배합도 무겁지 않고 경쾌했다.

 

<의형제>를 연출한 장훈 감독은 <영화는 영화다>로 데뷔했고, 이 영화 이후 <고지전>(2011), <택시 운전사>(2017)로 흥행감독이 되었다.

 

#줄거리
<의형제>의 두 주인공은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남자들이다. 6년전 국정원 요원 이한규(송강호)는 남파 공작원 송지원(강동원)을 혼자 잡으려다 놓치는 바람에 파면당하고 흥신소를 차려 구질구질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한규는 국제결혼을 하고 난 뒤 달아난 동남아 신부를 찾아주는 일을 하며 생계를 잇고 있다. 송강호는 조직으로부터 버림받은 남자의 억울함과 어리바리함을 잘 연기했다.

이한규는 6년 뒤 서울에서 송지원을 발견하고 이번에도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대박의 꿈을 꾼다. 송지원을 흥신소 직원으로 채용하고 그를 미끼로 간첩단을 통째로 잡아 포상금을 타겠다는 작전을 나름 세운다.

 

 

 

송지원 역시 이한규와 같은 꿈을 꾼다. 북에다 거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면서. 그래서 국정원에서 쫓겨 난 이한규와 배신자로 낙인찍힌 송지원이 한 집에서 동거를 하는 기묘한 상황이 발생한다.

장훈 감독은 현명하게도 <의형제>의 전체적인 이야기 톤을 남북관계의 무거움을 대신해 가벼운 코믹으로 끌고 갔다. 무거운 이야기로 일관했다면 아마도 흥행은... 

 

송강호와 강동원의 역은 둘 다 가족과 국가로부터 거세된 고독한 사나이를 표상한다. 그럼에도 영화는 감정선을 깊게 파고들어야 할 시퀀스에서도 전략적으로 송강호의 진부한 코믹 대사와 강동원의 어눌한 연기들로만 채웠다. 

 

아주 교활한 연출이었는데 이게 먹혀 들었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역시 송강호라고 했다. 얼굴 표정 자체가 연기라는 탄성이었다. 지금 봐도 역시 그렇다. 

 

박진감이 넘쳐야 할 카체이스 장면에서도 리어카가 길을 가로 막곤 한다. 이러한 설정들이 이 영화가 지향하는 코믹이다. 베트남 사장 역으로 나온 고창석은 작은 분량으로 이 영화의 코믹을 한몫 단단히 챙겼다.   

그리자 남파 공작원 그림원(전국환)의 얼음같은 냉혈한 연기도 매우 좋았다. 그의 냉엄한 포스는 서울 한복판에서도 국정원 요원 수십 명을 제압하고도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유유히 빠져나간다.

 

이한규와 송지원은 동상이몽을 꾸다 영화 제목처럼 의형제처럼 된다. 사건이 전개됨에 따라 두 남자는 국가도, 국정원도, 지령도 다 헛것이었음을 깨닫는다. 동병상련이라고 할까? 영화 <의형제>에는 국가도, 이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념의 기름기는 짝 빠지고 오직 생존을 위한 두 남자의 연대와 고군분투만 남았다. 영화 <의형제>의 그 풋풋한 분투기가 대중에게 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