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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모아 로맨스, 송중기 첫 주연 영화는 한예슬과의 로맨스

NeoTrois 2021. 2. 25. 07:10

한예슬과 송준기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티끌모아 로맨스>는 당시 유행했던 88만원 세대처럼 악착같이 생활해야 겨우 삶을 버텨낼 수 있는 구홍실(한예슬)과 천지웅(송중기)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다. 송중기가 주연으로 처음 캐스팅된 영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에는 88만 원 세대의 아픔이나 연인들의 로맨틱한 연애감정은 발견할 수 없다. <티끌모아 로맨스>는 주인공들의 삶을 서사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파편화된 에피소드로 나열하는 방식을 택했다.

 

‘세상에 돈 안 되는 물건은 없다’는 구홍실(한예슬)이 백수 천지웅(송중기)을 꼬드겨 두 달에 오백만 원을 모으는 백태를 지루하게 보여준다.

 

이 장면들은 한때 유행했던 김생민의 스튜핏 유행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 사회구조에서는 근검절약한다고 해서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걸 모두가 다 안다. 김생민이 근검절약하여 부자가 된 것은 아닌 것처럼.

 

홍실은 2억원을 목표로 신부 신랑 친구 아르바이트에서부터 피로연 잔반 챙겨가기, 버려둔 쓰레기봉투에 자기 쓰레기 눌러 담아 버리기, 빈집에서 폐품 수집하기, 카페에서 설탕 훔치기로 티끌을 모아간다. 처량함에 눈물이라도 흘려주어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역겨운 감정이 인다.

 

여기에 생각 없는 지웅이 동참하면서 이들의 티끌 모으기는 희화화되기 시작하면서 티끌모아 로맨스가 쌓이는 것이 아니라 나락으로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티끌모아 로맨스>(개봉 2011. 11. 10) 감독 김정환, 배우 한예슬(구홍실), 송중기(천지웅), 이상엽

여자 친구와 모텔에 갔다가 콘돔 값에서 오십 원이 모자라 섹스를 하지 못한 지웅이다. 월세를 내지 못해 옥탑방에서 쫓겨났지만, 여친에게는 80만 원짜리 명품 구두를 사주는, 그런 지웅이다.

 

이러한 지웅이 홍실과 의기투합해 티끌을 모으는 장면들은 서울 하층부에 기생하는 기괴한 두 괴물을 보는 듯하다. 영화 <기생충>의 원조격이랄까.

 

홍실은 돈을 모으기 위해서 온갖 부정한 방법들을 다 동원하는데, 홍실이 두 달에 오백만원을 모은 방법은 어느 것 하나 정당하지 못한 수단들이다. 홍실은 지웅이 몰래 그의 재개발 이주비를 타 먹는 비열한 수법도 마다하지 않는다.

 

홍실의 삶에서 근검절약이나, 근면성실의 미덕을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기성세대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꼼수로 돈을 모으려는 욕심만 보일 뿐이다.

 

지웅이도 마찬가지다. 비록 가난하지만 정정당당함을 잃지 않는 패기는 찾아볼 수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돈을 목적으로 삼는 그들이 괴물로 비치는 까닭이다.

 

<티끌모아 로맨스>는 홍실과 지웅의 가난한 처지를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보지 않고 개인사로 치환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장례비용 때문에 어머니의 장례를 온전히 치르지 못한 트라우마가 홍실을 지독한 돈벌레로 만들었으며, 사리분별력 없는 지웅의 기질이 지웅이의 삶을 고단하게 만들었다는 식이다.

 

그러니 <티끌마 로맨스>는 정정당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티끌을 모아도 로맨스가 생기지 않음을 반증하는 영화가 되고 말았다.

 

사랑의 본질은 연민에 있다. 연민은 어렵지만 굴하지 않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 생겨나는 감정이다. 지웅이와 홍실에게서 그런 연민을 누가 느낄 수 있을까?

 

그럼에도 관객 42만명이나 봤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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