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황해> 잔혹성이 흥행에 독이 되었던 영화

NeoTrois 2019. 1. 18. 21:49

나홍진 감독의 <황해>(2010)는 우리나라 영화사에 남을 잔혹한 폭력 영상물의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였던 영화였습니다. 

 

데뷔작 <추격자>(2007)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나홍진 감독은 이 영화에서 폭력 영상에 지나칠 정도로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나홍진 감독은 데뷔작에 대한 부담감을 엄청 가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영화 이후 무려 7년이나 지나 <곡성>(2016)을 내 놓았습니다.

 

영화는 연변의 택시기사 구남(하정우)의 이야기입니다. 한국에 돈 벌러 간 아내는 깜깜 무소식이고, 구남은 도박 빚으로 잠을 설칩니다.

 

개장수 면가(김윤석)는 한국에 가서 사람을 죽이고 오면 구남의 빚을 탕진해주겠다고 솔깃한 제안을 합니다.

 


구남(하정우)은 한국에 간 아내가 외간남자와 몸을 섞는 악몽을 자주 꿉니다. 외간남자를 향한 불같은 분노는 구남을 위험한 밀항의 길을 결행하게 만듭니다. 

 

물론 구남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가는 것이라고 핑계를 댔지만 말이에요.

 

구남이 한국에 오면서 이야기는 여러 갈래로 나누어 진행됩니다. 구남이 죽이려던 사람을 누군가 먼저 죽이는 일이 벌어집니다. 버스회사를 운영하는 조폭 두목 태원(조성하)이 자신의 여자와 내연관계에 있던 교수를 청부살인했던 것이지요.

 

황당하게 타깃을 잃어버린 구남은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어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태원은 경찰보다 먼저 그를 죽여 증거를 없애고자 하구요. 면가는 태원의 목숨 값을 흥정하기 위해 황해를 건너 한국에 오면서 세 남자의 목숨을 건 이전투구가 펼쳐집니다.

 

<황해>는 오프닝시퀀스부터 ‘개’ 이야기가 난무합니다. 

 

면가는 개장수이고, 으르렁거리는 흉포한 개를 스크린 가득 클로즈업한 화면도 등장합니다. 면가가 주로 사용하는 살상 도구는 개뼈다귀이지요.

 

면가와 그 부하들이 이리떼처럼 둘러 앉아 손으로 고기를 뜯어먹는 게걸스러운 장면은 마치 식인귀들을 보는 듯 합니다.

 

나홍진 감독은 등장인물들을 ‘개’로 치환한 것 같습니다. 인간의 내면에 깊이 도사린 폭력성과 탐욕을 묘사하는 데 성공했단 생각이 들어요.

 

‘여자와 돈’을 대상으로 ‘개처럼 싸울 수밖에 없는 동물’이 바로 사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말이에요.

 

자동차 추격 장면을 스케일 있게 그려냈고, 156분 동안 황해를 넘나드는 로케이션도 장대했습니다. 폭력장면들은 그 때까지의 한국 영화에서 보였던 잔혹성을 넘어섰습니다. 

 

그 잔혹성이 오히려 흥행에 독이 됐단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