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펙트 게임] 고독한 승부의 세계를 그린 야구 영화

NeoTrois 2020. 6. 18. 20:00

<퍼펙트 게임>은 박희곤 감독이 야구를 소재로 만든 퍼펙트한 영화다. 1987년 5월 16일의 최동원과 선동열의 명승부전만큼이나 <퍼펙트 게임>은 한국 야구영화에 기록될 만한 작품이 되었다.

최동원과 선동열이 그랬던 것처럼 조승우와 양동근의 연기대결도 멋졌다. 나는 야구를 잘 모르고 야구를 봐도 재미를 별로 못 느껴서 야구경기는 잘 보지 않는다.

<머니볼>(2011)을 보면서도 느낀 사실이지만, 적어도 내게는 야구경기보다 야구영화가 더 재미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야구를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야구영화에 재미를 느끼는 내가 신통 했다.

1987년 5월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 해태의 명수부전은 한국 야구 역사상 가장 스펙터클한 경기로 회자되는 게임이다.

이 경기에서 1-0으로 끌려가던 해태는 9회말 솔로 홈런으로 동점을 만든다. 연장전으로 들어간 두 팀은 15회까지 4시간 56분 동안 최동원이 209개를 던졌고, 선동열이 232개를 던지며 완투했다. 괴물투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퍼펙트 게임>은 최동원과 선동열의 명승부전을 재현하는데 한 시간을 들였다. 상영시간의 절반 가까운 분량이다. 그런데도 그들의 대결이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마운드에 선 두 선수의 치열한 눈빛, 긴장감으로 팽행한 깊은 숨소리, 사력을 다해 공을 쥔 손의 진중한 떨림들이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이되며 숨을 멎게 만들었다.

마운드에서의 뜨거운 승부는 장외로도 확장된다. <퍼펙트 게임>의 카메라는 땀 냄새 가득한 라커룸을 벗어나 1980년대라는 시대상과 야구에 대한 애증의 분위기를 흠뻑 들이마시고, 스포츠영화의 몇몇 클리셰들을 담지하면서 야구가 성취해낼 수 있는 고원을 열어 보인다.

그것은 두 선수의 대결을 넘어서는, 두 선수의 질투를 넘어서는, 그래서 야구마저도 넘어서버린, 오르지 자신을 향한 고독한 승부의 세계였다. 이 영화가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퍼펙트 게임>은 야구를 말하면서도 인생을 말한다. 영화는 최고의 두 선수를 그리면서도 우리 자신을 그리고 있다. 취재기자 김서형(최정원)은 우리의 심정을 대변하고, 박만수(마동석)의 2군 인생은 언젠가 피어오를 청춘들을 응원한다.

잘 만든 영화들이 그렇듯이 이 영화 또한 조연들의 연기가 일품이다. 영화 <퍼펙트 게임>을 보고 롯데 팬들은 서운할 수도 있겠다.

<해운대>(2009)에서 설경구가 취중난동을 부리는 롯데 팬을 연기한 이후로 부당한 이미지가 롯데 팬들에게 고착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어쩌랴. 롯데 팬만큼 정체성이 확실한 팬도 없다는 이야기니, 영화를 사랑하는 감독의 귀여운 애교로 봐줘야 한다.

극중에서 가장 부당하게 그려진 김용철 선수(조진웅)도 야구를 위해 승낙했을 것 같지 않은가. 이 영화는 <인사동 스캔들>(2009)을 연출한 박희곤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