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링컨처럼 서서 처칠처럼 말하라, 말 한마디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NeoTrois 2020. 4. 30. 20:00

간혹 어떤 책을 읽었는지조차 잘 기억하지 못할 때가 있다. <링컨처럼 서서 처칠처럼 말하라>(2003)도 그런 책이었다.

강원국의 <대통령의 글쓰기>(2017)를 읽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이 책을 언급했다는 대목을 읽고 있을 때 어, 이 책을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은 방학이 끝나고 나면 아이들 방은 부부 차지가 된다. 딸애 방은 엄마가, 아들 방은 내가 잔다. 아이들 방이 남향이라 안방보다 따뜻하기 때문이다. 저연스레 아들 방의 책장을 가끔 훑어 보게 된다.

그러다 <링컨처럼 서서 처칠처럼 말하라>을 발견했다. 서지 정보를 보니 2003년 10월 9일 초판 1쇄 인쇄, 발행이었다. 그제서야 15년여 전에 이 책을 샀던 기억이 났다.

나는 손에 잡은 책은 왠만하면 끝까지 다 읽는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사실을 기억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아 당시 임팩트가 없었던 책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재독에 들어갔다. 저자 제임스 C. 흄스는 역대 미국 대통령 다섯 명의 연설문 작가였다. 이 책에는 윈스턴 처칠, 루스벨트, 레이건 대통령과 벤자민 프랭클린의 일화나 에피소드들을 많이 소개되어 되어 있다.

제목으로 나온 링컨 대통령의 일화들의 분량은 오히려 적다. 그럼에도 링컨을 제명으로 삼은 것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링컨을 팔아 책장사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저자는 리더십의 핵심을 설득력으로 정의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소위 위인들의 화술을 소개한 책이다. 저자에 의하면 성공한 리더의 화술은 이렇다.

그들은 침묵으로도 말할 줄 알고, 강렬한 첫마디로 분위기를 압도할 줄도 안다. 외모에서 카리스마를 연출하고 간멸한 말로 강한 인상을 남길 줄도 안다. 성공한 리더들은 뛰어난 화술로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화술도 가지고 있다.

저자도 성공한 리더가 되기 위해 독자들에게 위인들의 일화를 될 수 있으면 많이 수집해 놓으라고 조언한다. 수집한 일화들은 연설할 기회가 생겼을 때 적절하게 써 먹으라는 것이다.

재독을 끝내고 나니 내가 이 책을 읽었다는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연설문 작가들의 책을 읽어보면 그들이 말의 힘을 너무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제임스 C. 흄스도 이 책에서 처칠이 "제2차 세계대전 중 말 한마디로 영국 국민의 애국심에 불을 당겼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처칠이 영국인들의 애국심에 불을 당길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기나긴 인생이 축적한 불굴의 용기와 신념이 영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도 그렇다. 물론 말도 잘했지만, 말보다 그들은 행동이 앞섰다. 그들이 보여준 신념과 진정성이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말 한마디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행동이 따라가지 못하는 말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 말만 번지르한 정치인들의 얼굴을 우리는 너무나도 많이 보아 오지 않았던가?

본말이 전도되어 화술에 매달리는 책을 내가 기억하지 못했던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이 책을 두 번이나 읽었다. 어떻게 말하느냐도 중요해서다. 그런데 에피소드 외에는 달리 인상적인 대목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