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 뇌과학의 연구 성과들

NeoTrois 2019. 6. 4. 20:51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을 읽으며 하루밤을 보냈다. 책을 덮었을 때,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불면으로 고생할 때에는 책을 읽는 것이 그나마 킬링 타임으로 좋다. 

 

이 책을 다 읽고 든 생각, 정재승은 강의도 잘하고 책도 재밌게 잘 써는 저자구나, 무엇보다 운이 잘 따라주고 의미 충만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저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 '열두 발자국'은 '인간이라는 경이로운 미지의 숲을 탐구하면서 과학자들이 내디딘 열두 발작국'을 줄인 것이라고 한다.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의 숲으로 여섯 발자국>의 패러디인 셈이다.

 

<열두 발자국>은 1.4킬로그램의 작은 우주인 인간의 뇌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여 우리가 의사결정을 하고 선택을 하는지를 탐구한 과학자들의 실험들과 연구 사례들을 적당하게 소개한 책이다.

 

진화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열두 발자국>에 소개된 사례들을 거의 대부분은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열두 발작국, 정재승, 어크로스, 2018

심리학 관련 책에서 빈번히 인용되고 있는 '마시멜로 첼린지',  '첫인상과 투표실험', '햄릿 증후군', '피니어스 게이지' 환자 사례, '마시멜로 테스트', '호모 루덴스', '1만 시간의 법칙' 등의 재료를 가지고 근사하게 또 한 권의 책으로 이야기를 엮었다.  

 

'마시멜로 첼린지'는 기업 연수 등에서도 많이 활용하는 게임으로 네 사람에게 스무 가닥의 스파게티 면과 접착테이프, 실, 그리고 마시멜로 한 개를 주고 18분 동안에 탑을 쌓는 게임이다. 그랬더니 MBA학생이나 변호사, CEO보다 유치원생이 더 높은 탑을 쌓더라는 것이다.

 

'마시멜로 첼린지' 게임은 완벽한 계획을 세운 후에 실행하는 것보다 먼저 실행을 하고 계획을 수정해 나가는 것이 결과가 더 좋음을 시사한다. 저자는 이런 실험 사례들이나 개념들을 맛깔나게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한 권의 책을 완성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열두 발자국>은 2018년 2월 발행하여 2018년 12월 10일 초판 22쇄를 찍었다. 반응이 폭발적이다. 왜일까? 역시 책은 문장력이 좋고 구라도 적당히 칠 줄 아는 사람이 써야 재밌게 읽히고 잘 팔린다. 그리고 텔레비전에 나와 얼굴을 비추는 것이 흥행에 필수가 된 시대가 되었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광고처럼 '창의적인 사람들의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 물론 우리가 어떤 과정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선택을 하는지도 알 수 없다. 저자의 말처럼 미지의 영역으로 겨우 첫발을 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들의 뇌 속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대충 감을 잡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도 저자의 능력이다.

 

<열두 발자국>이 인용하고 있는 원전을 찾아서 읽어보면 우리들의 생각이 보다 명료해질 수도 있다. 뇌과학에 관심있는 독자들을 더 깊은 세계로 안내한다면 이 책은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과학 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저자에게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