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우석훈,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를 읽고 생긴 변화

NeoTrois 2019. 5. 3. 13:26

우석훈의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한겨레출판, 2018)를 읽고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자칭 B급 경제학자라는 우석훈의 문장들은 나의 거의 모든 일상을 되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저자 우석훈은 저와 같은 또래입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젠더 감수성이 풍부했고, 무엇보다 그 감수성을 현실에서 부지런하게 실천하고 있는 삶의 자세에서 숙연함을 느끼기까지 했습니다.

저와 같은 또래가 '우석훈 식'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두 아이의 등하교를 책임지고, 아내와 아내 친구들을 위한 만찬을 위해 요리를 하고 상을 차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중년 남자가 과연 몇이나 있겠습니까?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는 팀장급 이상이나 임직원 및 경영진들이 읽어야 할 책입니다. 아니 필독서입니다.

저자 우석훈은 직장 민주의의가 실천되면 우리 삶이 바뀌고, 사회문화가 달라지고 덩달아 회사의 생산성까지 높아질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직장 민주주의가 북유럽과 같은 진정한 선진국이 되는 키워드일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그간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직장 갑질의 참혹상들을 언론을 통해 보아 왔습니다. 땅콩으로 비행기가 회항하고 현직 검사가 성희롱을 당하는 가하면, 회장 앞에 여사원들이 재롱잔치도 합니다. 한편에선 간호사들이 태움을 당하고 직원에게 무지막지한 폭력을 행사하는 동영상이 떠돌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행동을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21세기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그들은 주식회사의 경영진이라기보다 전제 봉건영주나 진배없습니다. 아니 형편없는 모리배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회사에 출근하기만 하면 현실 앞에 굴복하고 맙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너무 오래도록 노예로 살아왔기 때문에 직장 민주의의를 까맣게 잊고 살아왔는지도 모릅니다. 보다 정확히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한 번도 직장 민주주의를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를 읽고 내가 회사에서 팀장으로서 할 수 있는 조그만 일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아직까지 우리 회사는 딸 같은 여사원이 부장에게 아침에 커피를 타 주는가 하면, 흡사 조폭 부하들처럼 엘리베이터는 물론 차 문을 깍듯이 열어주는 등 온갖 ‘모심’을 극진하게 시전해 보입니다. 나이 처먹은 부장들은 그걸 또 은근히 즐기는 모양입니다.

젊은 친구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인지 팀장인 나에게는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는 데도 불쑥불쑥 몸에 베인 습관이 튀어나옵니다. 대개 이런 젊은이들일수록 승진욕구가 강하고 성정이 간교하고 환경에 대한 자각도 없어 일회용품을 쓰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러나 조직이 위계질서보다 수평적 관계일 때 일이 더 잘 된다는 것은 너무나도 뻔한 이치입니다.

따라서 경영진들이나 팀장들은 자신을 잘 모시는 사원들을 멀리하는 게 인간적으로 쉽지 않지만, 수평적인 조직에 반하여 행동을 하는 사원들은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확고한 원칙을 천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부가 민주적일 때, 최소한 가정이 잘 굴러갈 수 있습니다. 아직 요리를 할 수 있는 게 라면밖에 없지만 밥 짓기나 설거지, 빨래, 청소 정도는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더 노력 중입니다.

아직 몸에 익지 않아 꾀를 부릴 때도 많지만 사원도 아내도 그 누군가의 사랑스러운 아들딸들인 걸 생각하면 게으름을 부릴 틈이 없습니다.

저자 우석훈의 말처럼 우리 사회도 이제 직장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때입니다. 저자의 소망처럼 저 또한 우리나라가 “최대한, 나의 두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나처럼 그냥 뭔가 좀 하면 밥은 먹고살 수 있는 세상”(273쪽)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가족 같은’ 회사, 그것도 개소리라는 저자의 말에 백퍼 동의합니다. 직장 민주주의는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닌, 이 책을 읽고 실천 가능한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하면 될 일입니다.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를 팀장들과 경영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그중에서 저자가 제안한 ‘직장 민주주의 인증제’를 도입하는 회사가 나온다면 대성공입니다. 

‘직장 민주의의 인증제’를 정부가 실시하지 않더라도 회사가 자발적으로 직장 민주의의 인증제 매뉴얼을 만들어서 ‘우리 회사는 직장 민주주의 인증제’를 시행한다고 선언한다면 변화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안되더라도 팀장들만이라도, 직장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이미 변화의 대장정을 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