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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간첩', 고정 간첩이 5만명?

NeoTrois 2019. 10. 6. 18:08

영화 <간첩>은 1997년 황장엽 전 노동당비서가 "남한 내에 고정간첩 5만 명이 암약하고 있다"라는 썰을 소재로 했다.

과연 우리사회에 고정간첩이 5만 명이나 될까라는 의문이 들지만, 영화 <간첩>은 그 주장을 재밌게 썰을 풀어갔다.

고정간첩이 5만 명이라면, 북에서도 관리하기가 힘들 것이다. 영화는 그 중에서 북으로부터 버려진 간첩이 많을 것이라는 상상력을 편다.

북에서 버려졌다면, 고정간첩들은 자체적으로 남한에서 생존해야한다. 그래서 영화 <간첩>은 '생계형 간첩'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전세금 인상에 시달리는 가장, 부동산 중개 일을 하며 아이를 혼자 키우는 엄마, 명퇴 후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독거노인, 소를 키우는 귀농청년 등이 생계형 간첩으로 등장한다. 

이들 생활형 간첩의 생활고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다들 바 없다.

김과장(김명민)은 남파된지 22년이나 됐다. 김과장은 남에서 결혼해 초등학생 아이까지 뒀다. 생활비는 비아그라를 팔아 겨우겨우 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부동산중개업자 '강대리'(염정아), 소키우는 '우대리'(정겨운), 독거노인 '윤고문'(변희봉)의 사정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어느 날 이들 앞에 피도 눈물도 없는 '최부장'(유해진)이 나타난다. 최근 북에서 망명한 리용순 외교부장을 암살하라는 지령을 갖고. 

최부장의 등장과 함께 평온했던 생활형 간첩들의 일상은 깨진다. 생계형 간첩들에게 그렇게 중차대한 임무를 맡길리 만무하지만 리용순 암살 실행을 앞두고 이들의 좌충우돌이 시작된다. 

이 영화에서 김명민의 연기는 교과서 같은 느낌이다. 하긴 김명민의 연기는 언제나 그랬다. 나쁘게 말하면 입체감 없이 진부하다고나 할까? 

오히려 최부장 역을 맡은 유해진의 연기가 압권이었다. 오르지 암살이라는 목적만을 생각하는 유해진의 얼굴에서 카리스마까지 뿜어져 나왔으니까. 

어쨌든 고정간첩 5만 명이라는 전제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생활형 간첩’이라는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그렇게 확 다가오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