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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 우리에게 지도자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조선 광해군 시대, 기방에서 왕을 흉내 내며 살아가던 광대 하선(이병헌)이 왕위에 올라 보름 동안 왕 노릇을 한다는 이야기다.

광대 하선과 광해군의 1인 2역을 맡은 이병헌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광해와 하선의 첫 대면 장면은 소름 돋는다. 한 얼굴에서 두 인간의 서로 다른 내면을 담을 수 있는 배우가 몇이나 되겠는가.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진짜와 가짜의 운명이 뒤섞인 영화 초반부는 숨 가쁘다. 중반부는 조금 지겹다. 명, 청 교체기라는 국제 정치상황이 개입되고 잡다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뻗어나가면서 긴장감이 느슨해졌다.

하선에게 감복하는 도부장(김인권)의 설정은 오버했다. 용상에 앉아 신하들을 호통을 치는 하선의 설정도 진부했으나, 중전 역을 맡은 한효주의 절제된 연기, 사월이 역을 맡은 심은경의 풋풋한 연기가 영화 후반부를 잘 살렸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러닝타임 131분이 길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개봉된 이 영화는 흥행에 나름 성공했다. 지도자다운 지도자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시기였다. 

<광해, 왕이 된 남자>(개봉 : 2012. 9. 13)


관객들은 진짜인 광대 하선보다 가짜인 광해군에 더 열광했다. 왕이라면 모름지기 저래야 된다느니, 우리도 저런 지도자를 갖고 싶다느니 말들이 많았다.  

어쨌든 그해 대선 결과를 보면 유권자들은 진짜를 몰라보고 가짜에 열광한 셈이 되었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이런 점에서 보면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선견지명이 있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