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쑹훙빙의 '화폐 전쟁'. 로스차일드 가문이 다 그랬을까?

NeoTrois 2019. 5. 29. 06:53

쑹훙빙(宋鴻兵)의 <화폐 전쟁>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정치 군사력이 아닌 '화폐'이며 그 배후는 18세기부터 전 세계를 무대로 암약해 온 로스차일드 가문으로 대표되는 국제 금융재벌이라는 음모론에 기반을 둔 저작입니다.

1968년 쓰촨(四川)에서 태어난 저자 쑹훙빙은 둥베이 대학을 졸업하고 1990년대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의 '배후 세력'에 주목하고 <화폐 전쟁>을 출간하여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화폐 전쟁>은 미국의 남북전쟁, 대공황 발생, 2차 세계대전의 발발, 링컨과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중동전쟁, 아시아 금융위기 등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은 국제 금융재벌 세력의 음모였다고 주장합니다.

전 세계 금융시스템을 장악하고 있는 로스차일드 가문이 부의 축적을 위해 국제분쟁을 일으키고 전쟁을 조장하며 때에 따라 반대 세력의 암살도 서슴지 않았다는 쑹훙빙의 관점은 섬뜩합니다.

그래서 <화폐 전쟁>은 경제 서적이면서도 소설처럼 읽힙니다. 국제 금융재벌들은 미 중앙은행 FRB 설립을 궁극적인 목표로 했으며, 금본위제를 추진하던 케네디를 암살하는 데까지 이르렀다는 주장은 음모론의 정점을 찍습니다.

로스차일드 가문을 중심으로 한 메릴린치, 씨티은행, 아메리카은행, 도이체방크 등의 국제금융 재벌들은 치밀한 음모를 통해 인플레와 긴축정책을 반복하여 아시아 금융위기와 같은 악랄한 '양털 갂기'를 통하여 세계의 부를 착취했다는 것이지요.

이리에게는 이리의 원칙이 있고 이리 떼에게는 그들만의 분업 방식이 있다.
소로스가 씨티은행이나 퀄컴 등 쟁쟁한 은행 그룹의 책략에 힘입어 사냥감을 잡아 놓으니, 상처 입고 널브러진 사냥감은 이내 IMF로 넘겨져 도살되어 경매에 붙여진다.
경매대 앞에는 구미의 기업들이 군침을 흘리면서 속속 몰려들고 있다.
- 쑹훙빙(宋鴻兵), <화폐 전쟁>(차혜정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 p. 342.

쑹훙빙은 국제금융 재벌의 다음 목표가 중국이 될 거라며 경고했습니다. 자만심이 하늘 높을 줄 몰랐던 일본이 금융 핵폭격을 당한 이후 중환자가 되어 10년 넘게 침체의 늪에 빠져 아직까지도 허우적거리는 꼴을 보았다는 것입니다.

일본이 그러할진대 중국이야 말할 것도 없다는 것이지요. 미국 달러화의 허구성과 문제점을 분석한 쑹훙빙은 국제금융재벌에 착취당하지 않으려면 중국은 금융의 방화벽을 높게 두르고 금은본위제 화폐 개혁을 하라고 주문합니다.

그러나 금본위제 화폐만큼 우스꽝스러운 화폐제도도 아마 없을 것입니다. 돌(금은)에다 가치를 표시하는 것(금은화폐)보다 종이에다 가치를 표시하는 것(법정화폐)이 훨씬 경제적임은 말할 필요도 없으니까요.

쑹훙빙에 따르면 과도한 부채위에 발권된 달러화는 필연적으로 붕괴될 수밖에 없고, 곧 가공할만한 금융 대공황이 도래하여 세계경제는 장기간의 금융 빙하기를 맞을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제 <화폐 전쟁>이 출간된 지 십년이 넘었습니다. 아직 금융 빙하기는 오지 않았습니다. 쑹훙빙의 관점이 흥미롭기는 하나, 모든 현상을 단 하나의 원인에 귀결시키려는 음모론은 글쎄요, 설득력이 너무 떨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