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정말 남자들은 화성에서, 여자들은 금성에서 왔을까?

NeoTrois 2019. 1. 16. 07:59

"옛날 옛적 화성남자들과 금성여자들은 서로를 발견하자마자 한눈에 반했다. 사랑의 마법에 걸린 그들은 무엇이든 함께 나누면서 기쁨을 느겼다. 비록 다른 세계에서 왔지만 그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사랑하고 조화를 이루며 함께 살았다.

그러다 지구에 와서 살면서 그들은 이상한 기억 상실에 빠졌다. 자신들이 서로 다른 행성에서 왔고,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다. 서로의 차이를 인식하고 그것을 존중해 왔던 사실이 기억에서 모두 지워지면서 그들은 충돌하기 시작했다……."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2008)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남녀는 태생이 서로 다를 수 밖에 없으니 서로 이해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말이지요. 

 

시시콜콜한 연애서적과 다를 바 없는 이 책이 미국에서만 600만부 이상이 팔려나갔다니 조금 많이 놀랬습니다.


사랑은 빠질 때에도, 깰 때에도 신비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언제까지나 지속될 것처럼 영원한 느낌으로 다가온 사랑이 어느 날 갑자기 확 깨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단순 무식합니다. 남녀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니 서로 이해하고 싸우지 마라는 말씀입니다.


도식적이고 편향적인 저자의 남녀 편가르기를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듣더라도 건성으로 듣다가 이내 관심을 다른 데로 돌려 버리기 일쑤이고, 질문을 해서 관심을 표명하는 일도 없다"는 것이 남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런데 남자들만 이러한 실수를 할까요? 저자 존 그레이는 이러한 이분법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줄을 세웁니다.

 

저자는 여자를 관심과 이해, 존중과 헌신, 공감과 확신을 바라는 감성적인 동물로 묘사합니다. 반면 남자는 신뢰와 인정, 감사와 찬미, 찬성과 격려를 욕망하는 동물로 대비시켜 놓았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관심이 어디 여자만의 영역이고 신뢰가 어디 남자만의 영역이라고 간단하게 선을 그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시시콜콜한 연애지침서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 또한 남녀에 대한 편향적인 고정관념으로 말미암아 어렵게 시작한 연애를 도리어 망치게 되는 커플은 없을지 은근 걱정됩니다.

 

사랑은 잡다한 기술로 하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이러한 류의 책이 가지는 해악은 젠더 전형화를 통해 개인을 평균으로 축소하여 개인을 그가 속한 집단에 대한 가정에 근거하여 판단하게 되는 편향에 빠지게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서로 다른 두 행성에서 왔다는 농담은 여성과 남성이 모두 동일한 행성에서 진화했으며, 그와 동시에 생각하는 방식에 서로 다른 점이 있다는 진실에서 우리를 멀어지도록 합니다.

더욱이 화성남자와 금성여자라는 관점은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극단적인 것으로 쉽게 편을 가르고 맙니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 다르기나 하나, 그렇다고 해서 서로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다른 것은 아닐 것입니다.

 

반대 성에 대해 경박한 마음으로 떠들어 대는 것은 쉽게 성 차별로 빠질 수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사실 이런 책을 보면 화가 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