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할머니 집에서, 도시 아이가 농촌의 서정을 체득하는 과정

NeoTrois 2019. 10. 28. 16:25

<할머니 집에서>(2006)는 천진난만한 도시 아이가 시골 할머니 집에서 잔잔한 농촌의 서정을 체득해가는 과정을 그린 아주 작은 책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의해 2006년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다.

주말마다 시골에 내려가는 게 고역일지도 모르지만 솔이네는 주말농장 가듯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할머니 집에 간다.

감자도 캐면서 하얀 꽃이 피면 흰 감자가 자주 꽃이 피면 자주 감자가 열리는 것도 보면서 이 감자는 가랑비랑 이슬, 뙤약볕이 도와주어 가꾼 거라는 할머니의 신기한 이야기를 듣는다.

서울서 식당을 하는 엄마아빠를 둔 이웃집 상구는 할머니랑 단 둘이 산다. 솔이는 상구를 촌뜨기라 놀리지만 상구가 만들어준 예쁜 망개 목걸이가 신기하기만 하다. 

할머니는 호박 구덩이로 가서 새끼줄로 호박을 때리는 시늉으로, "에이, 이놈의 호박 덩굴! 호박도 못 맺는 거, 콱 뽑아 버리까?"라며 호박을 뽑을 듯이 줄기를 거머쥘 때, 솔이는 눈이 똥그래지고 만다. 

"저놈 호박이 수꽃만 줄줄이 피었다 아이가. 암꽃이 피어야 호박이 열리 제. 이제 겁을 주었으니, 뽑히기 전에 자손을 퍼뜨릴라고 암꽃을 피울 꺼구마." 하며 호박이 들으면 안 된다며 소근 소근 솔이에게 속삭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상구네 닭은 설사병이 났다. 닭이 낳은 몰랑몰랑한 달걀을 보는 상구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다. 상구는 닭을 잘 키우면 엄마 아빠가 빨리 온다고 믿고 있다. 할머니는 이질풀을 먹이라고 가르쳐 준다. 

솔이네 가족이 다음 날 떠나려고 할 때 상구는 금방 낳은 따뜻한 달걀을 건넨다. 솔이는 할머니와 상구에게 다음 주에 또 오겠다고 인사를 하며 서울로 향하는 자동차 안에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할머니 집에서>(이영득 지음, 김동수 그림, 보림출판사, 2006)

<할머니 집에서>는 천진난만한 솔이의 눈을 통해 시골에서의 재미있는 볼거리, 놀거리를 보여주며 할머니 집에 오라고 살짝 손짓한다. 

솔이의 예쁜 목소리와 할머니의 투박한 경상도 말투가 멜로디를 이루어 잊혀져가는 농촌 이야기가 한 폭의 수채화가 된다. 

이 책을 지은 이영득은 솔이네 할머니처럼 작은 산골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어릴 때부터 풀과 꽃과 나무가 좋아서 들여다보고 찾아다녔다. 어른이 되어서는 숲 해설가이자 들꽃 안내자가 되었다. 숲에서 어린이들을 자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린이 책을 쓰는 일도 하게 되었다. 

2001년에는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동화로 등단도 하고 어린이문화대상 신인상도 받았다. 

이 책의 제목 글씨는 솔이랑 같은 또래인 정한나 어린이가 썼고, 아이가 그린 듯한 그림은 2001년 한국출판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김동수님이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