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관점의 중요성

NeoTrois 2019. 3. 26. 12:54

김훈민, 박정호의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는 신화와 역사, 문학과 예술 작품 속 사례에서 경제 원리들을 찾아내 설명하는 책입니다. 

경제학의 핵심 개념인 '한계원리'를 <시네마 천국>에서 사랑에 빠진 토토를 위해 알프레도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를 통해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어느 나라의 국왕이 연회를 열었는데, 국왕의 호위병사가 연회에서 공주를 보고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사랑의 열병에 빠진 병사에게 공주는 발코니 밑에서 100일 밤낮을 기다린다면 사랑을 받아 주겠노라고 말한다.

그런데 병사는 99일째 밤, 기다림을 포기하고 떠나버렸습니다. 저자들은 하루를 참지 못하고 포기하고만 병사의 이야기를 한계편익과 한계비용을 들어 설명합니다.

99일까지는 기다리는 기쁨(한계 편익)이 견디기 힘든 고통(한계 비용)을 참아낼 만큼 컸으나, 100일째는 냉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므로 병사가 기다림을 포기했다는 것입니다.

(냉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99일까지는 왜 몰랐는지 쉽게 이해하기 힘들고, 설령 냉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99일이 아까워 대부분은 포기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아무튼 한계 편익과 한계 비용의 크기를 따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한계원리라고 합니다.

그런데,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는 이념적으로도 편향된 시각도 종종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몇 년 전부터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었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적합한 인재를 찾지 못해 구인난에 시달리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83쪽)고 하면서 청년실업 문제를 마찰적 실업으로 접근하는 단견은 실망스럽습니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 비로소 사유재산 제도가 근대화되었다는 주장은 섬뜩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식민지근대화론이 학계를 비롯해 곳곳에 퍼져 있음을 다시한번 실감했습니다.

저자 김훈민은 소장하고 있는 개인 장서가 2만권이 넘는다고 합니다만, 관점이 잘못되면 2만권의 장서가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생각입니다.

저자들은 박학다식함을 자랑하며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2012)를 펴냈으나, 그마저도 경제원리와 별 관련성이 없는 작품들도 인용하는 억지스러움이 보였습니다.

한 때 인문학 바람이 불면서 "ㅇㅇㅇ의 서재"라는 제명의 책들이 유행했었죠. 이 책은 유행에 편승하는 사람과 물건들은 십중팔구 별 쓸모가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