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책 '전환의 모색', 지식인 4인의 대담집

NeoTrois 2019. 8. 29. 17:25

이명박 정부 출범 전인 2007년 4월부터 2008년 1월까지 계간지 <비평>이 우리 사회의 담론적 지형에 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지식인 4인과 ‘대담’을 진행한 결과물이 <전환의 모색>이다.

<전환의 모색>은 당시 대운하로 대표되던 토건주의와 시장친화적인 실용주의의 거센 파고 앞에 서 있었던 한국대표 지성 4인의 상황인식과 대안을 엿볼 수 있는 자료집이다.

우리는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할 것인가

물리학자인 장회익 교수는 생명은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다른 생명체와 함께 존재하며, 보다 큰 생명체의 한 부분이라는 ‘온생명주의’를 주창했다. 온생명을 감지할 수 있는 존재인 인간은 생명과 생태학적 사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보적 정치학자 최장집 교수는 87년 체제 이후 20년간의 민주정부가 일반 사람들의 ‘사회경제적 시민권’의 확대에 실패하면서 빈부격차와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 고용의 불안정과 실업의 증대,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량 창출, 사회해체 등의 현상이 심화되었다고 진단했다.

실천적 지식인 도정일 교수는 시장논리가 지배하는 ‘시장전체주의’가 앞으로 한국사회가 민주적 시민주체를 창출하고 민주화를 성취하는데 가장 위협적인 요소라고 주장했다. 시장전체주의가 주입하는 거대한 공포와 선망의 문화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장회익, 최장집, 도정일, 김우창 저, <전환의 모색 : 우리는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할 것인가>(생각의나무, 2008년)

인문학자 김우창 교수는 도덕적, 윤리적 실천 강령에서 해방된 휴머니즘 이상에 따라 서방의 민주주의가 인간 스스로의 가치를 창출해가는 정치 체제를 만들었다면, 우리나라의 민주세력, 특히 386은 어떤 종류의 가치를 부활하려는 도덕적 오만함에 빠져 있었다고 보았다.

이처럼 4인 4색의 진단과 처방은 제각각이었지만 우리가 가야할 길은 뚜렷해 보였다. 도덕적 정치체제였던 조선조는 도덕과 정치를 합쳐 놓은 데서 오히려 부도덕한 일이 많이 발생했다.

<전환의 모색>으로부터 10여년이 훌쩍 넘었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변한 것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사회가 변화하려면 몇몇의 사상가들이 모색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샘물이 모여서 강물을 이루고, 강물이 흘러들어 바다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