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바디, 몸을 읽어내는 여덟 가지 시선

NeoTrois 2019. 10. 4. 20:15

케임브리지 대학의 다윈칼리지가 출간한 『바디, 몸을 읽어내는 여덟 가지 시선(원제 : The Body)』는 전문가 여덟 명의 '인간의 몸'에 대한 담론들을 엮은 책이다.

의학의 발달은 인간이 120세까지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만들었다. 21세기 인류는 수명에서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그 어느 때보다 문명의 혜택을 많이 누리고 있다.

현대 과학의 발달은 신의 영역이라고 믿어왔던 생로병사의 수수께끼마저도 하나하나 풀어가고 있다. 건강과 수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영국에서는 최근 몸, 나체, 포르노, 예술 등에 대한 담론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바디...>는 몸의 탄생과정과 인간 게놈 프로젝트, 복제의 생명윤리 등 몸과 관련된 여러 담론들을 펼친다. 예술과 포르노의 경계를 논한 벌거벗은 몸, 몸과 사이보그, 5천 년 된 아이스맨의 몸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인간의 몸은 단 하나의 세포, 곧 수정란에서 그 생명이 시작된다. 단 하나의 세포에서 어떻게 몸의 서로 다른 수많은 성인의 세포로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분자생물학의 설명을 들으면 경이로움 그 자체다.

침팬지의 게놈은 인간의 그것과 1%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무작위로 추출한 두 사람 사이의 유전 정보의 차이는 0.1%에 불과하다.

게놈은 한 생물이 가지는 모든 유전 정보를 말하며, 일부 바이러스의 RNA를 제외하고 모든 생물은 DNA로 유전정보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DNA로 구성된 유전 정보를 지칭한다.

남성과 여성 사이의 유전적 차이는 무작위로 선정한 두 사람 사이의 유전적 차이에 비해 3천분의 1정도에 불과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 극미한 차이 때문에 여성에게 생물학적인 운명을 부과한다.

- 씬 스위니, 이안 호더 외, 『바디, 몸을 읽어내는 여덟 가지 시선』(배용수, 손혜숙 옮김,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2009) p 67.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속담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DNA 유전 정보가 단 하나의 수정란에서 어떻게 세포들을 분화시키고 빈틈없이 각각의 위치를 찾아가게 만들어 세포들이 서로 다른 기능을 담당하는 메카니즘은 자연의 섭리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과학은 그 섭리를 밝혀내기 위하여 불가능할 것 같은 도전을 오래전부터 시도하고 있다.

<바디>에서 다루고 있는 몸에 대한 자연과학적 담론은 불타는 호기심으로 금세 읽혀지나, 인문학적인 담론은 난해하다. 

여성성과 주체성, 섹슈얼리티를 다룬 벌거벗은 몸에 대한 부분은 문장들이 겉돌기 일쑤이다. 예술과 외설을 구분하는 것만큼이나 혼란스러운 문장들이다.

이 시대의 버지니아 울프라고 소개하고 있는 미국 현대화가 조지아 오키프의 "음악 : 핑그와 불루 Ⅱ"라는 신비롭고 상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마지막 장, 5천 년 된 빙하 속, 미라 '아이스맨의 몸' 이야기는 소설보다 재밌다. 우연히 호스렙조크 바위협곡에서 발견된 아이스맨이 왜 높은 산에서 죽게 되었는가를 다양한 과학적 방법으로 추정하는 논리는 꽤 근사하다.

5천 년 전에 이미 아이스맨은 코트를 입고, 손에는 활과 도끼를 들고, 허리춤에는 단도와 칼집을 차고 신발을 싣고 돌아다녔다. 부싯돌로 불을 피우며 야영생활을 했다는 사실, 더욱이 350킬로미터에 걸친 거래 행위가 이미 선사시대의 삶의 한 부분이었다는 사실은 꽤 놀랍다.

<바디>는 몸에 대하여 자연과학과 인문학적인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해 준다. 다소 어렵지만, 몸에 대한 다양한 담론과 균형적인 시각을 접해 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