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책, '체크! 체크리스트', 사소한 실수를 방지하려면

NeoTrois 2019. 10. 7. 20:00

외과의사 아툴 가완디는 <체크! 체크리스트>에서 우리가 전문가들이라고 믿고 있는 의사들이 정말 '어의가 없는 사소한 실수'로 사람들이 어떻게 죽어 가는지 솔직하게 기술하고 있다.

저자는 수술실에서 의사들은 손을 씻지 않음으로써 중환자에게 감염을 일으켜 환자를 죽게 하거나 응당 준비해야할 수술도구들을 준비하지 않음으로써 의료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현실을 목격했고, 이들 의료사고가 기본중인 기본을 지키지 않아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사람들은 단순한 일을 확실하고 야무지게 해내고 싶어 한다. 그와 동시에 자신들이 기술과 판단력을 활용하고, 일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문제에 융통성 있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대 세계는 병원의 수술실과도 같이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방대한 지식들을 요구하는 초전문가의 시대가 되어 버렸다.

<체크리스트>는 한마디로 절차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책이다. 저자는 복잡한 수술실에서 핵심적인 절차를 잊지 않고 실행할 수 있다는 간단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활용한다면 사소한 실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건축업계나 항공업계의 사례를 조사하면서 알게 된다.

초고층빌딩도, 최첨단 정밀기계들을 조정하는 기장들도 의외로 아주 간단한 그들만의 체크리스트를 활용하여 결정적인 실수들을 줄이고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시스템을 발전시켜 왔다는 것이다.

아툴 가완디는 수술실에서 적용할 수 있는 한 장짜리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그 체크리스트는 단순명료하게 꼭 지켜야할 기본 중의 기본인 핵심절차만을 표기했음은 물론이다.

일테면 '수술 부위를 표시했습니까'라는 체크리스트가 들어 있다. 좀 웃기지 않은가? 수술 부위를 모르고 어떻게 수술을 하겠는가. 그러나 극도로 긴장되고 분초를 다투는 급박한 상황에서는 의사들이 엉뚱한 수술부위를 절개하고 마는 실수도 저지른다는 것이다.

가완디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수술실에 적용하려고 하니 고명하신 의사님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체크리스트로 단순화시키에는 자신들이 하는 일이 너무 복잡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4만 1000명의 외상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 1224개의 각각 다른 부상에 관련된 진단이 섞여 3만 2261개의 조합이 나왔다.

의사들은 모든 환자에게 처치해야 할 적절한 사항으로 가득한 종이 한 장으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 아툴 가완디, 『체크리스트』(박산호 옮김, 북이십일, 2010), p50

전문가 중의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그들 의사들에게 수술실에서 한가롭게 수술 부위를 표시했습니까?라고 체크하고 있다면 의사들의 반응은 어떻겠는가? 그들의 자존심은 그런 한심한 체크리스트를 받아들일 만큼 관용적이지는 못했다. 그러나 사소한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것은 언제나 자명한 일이다. 

가완디의 집요한 노력으로 우선 8개 병원의 4000명의 수술 환자들을 대상으로 체크리스트를 적용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현재 WHO에 공식 채택되어 세계 각지의 병원에서 활용되고 있는 ‘안전한 수술을 위한 체크리스트’는 이렇게 힘들게 시작되었다. 체크리스트를 수술실에서 활용한 결과는 너무나도 놀라웠다. 

수술 환자들의 심각한 합병증 비율이 체크리스트를 도입한 후 36퍼센트 떨어졌다. 환자 사망률은 47퍼센트 감소했다. 감염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수술 받은 후 출혈이나 다른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수술실로 되돌아가야 하는 환자도 25센트 감소했다. 체크리스트를 사용함으로써 약 150명의 환자들이 합병증을 피할 수 있었고 그중 27명이 목숨을 구했다. 
- 아툴 가완디, 『체크리스트』(박산호 옮김, 북이십일, 2010), pp206-207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 간단한 절차 이행을 명시한 체크리스트만으로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도대체 전문가들인 의사들의 능력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답은 이외로 간단하다. 

아무리 오랜 기간 훈련을 쌓아온 의사라고 하더라도 한 사람의 기억력과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수술실은 복잡계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인간은 불완전한 기억력과 정신적인 허점을 가지고 있어 실수를 저지르게 마련이라는 게 아툴 가완디의 통찰이다. 

아툴 가완디는 투자의 세계에서도 단순한 체크리스트가 유효함을 인용하면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어떤 분야에서든지 체크리스트를 응용해 볼 것을 권고한다. 

'항공사 기장'이라고 부르는 투자자들은 조직적이고, 체크리스트가 주도하는 접근법을 써서 업무를 본다. 이들은 그 분야에서 발생한 실수로부터 다른 사람들이 배운 교훈을 연구하고, 업무 과정에 공식적인 확인 절차를 넣었다.

항공사 기장 유형의 투자자는 평균 80퍼센트의 수익을 올린 반면 다른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35퍼센트 혹은 그 미만이었다. 경험에 체크리스트를 더한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 아툴 가완디, 『체크!체크리스트』(박산호 옮김, 북이십일, 2010), pp232-233

아툴 가완디는 '체크리스트'라는 단순한 제안으로 세상을 바꾸었다. 아주 단순한 절차를 잊지 않게 해주는 체크리스트가 수많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생명을 건졌다는 것이다. 체크리스트를 응용할지 안할지는 독자의 몫이다.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언제가 재미있게 읽었던『수퍼 괴짜 경제학 』의 저자 스티븐 레빗의 말로 대신한다. 

어제 앉은 자리에서 이 책을 다 읽었다. 놀랍고 흥미로운 이 책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 놓았다. 오랜만에 읽은 뛰어난 작품이다. - 스티븐 레빗 

좋은 책은 몇년이 지나 다시 읽어도 흥미롭다. 이 책을 읽은 지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 체크리스트를 만들지 못했다. 이제 아주 단순한 나만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