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김훈의 풍경 소설 '내 젊은 날의 숲'

NeoTrois 2019. 10. 22. 17:45

자전거 여행자 김훈을 <칼의 노래>(2001)를 통해 처음 만났다. 헐거우면서도 꽉 찬 그 문장이 좋아 <자전거 여행>(2000)을 읽었고, 이어서 <남한산성>(2007)과 <공무도하>(2009)를 읽었다.

그리고 이번에 <내 젊은 날의 숲>(문학동네, 2010)을 긴 여름밤에 읽었다.

김훈은 2009년 가을부터 2010년 초여름에 이르는 동안, 휴전선 이남의 여러 지방을 여행하고, 풍경의 안쪽에서 한 줄씩의 문장을 걷어 올려 이 책을 썼다고 했다.

김훈은 산천을 떠돌면서, 구름이 산맥을 덮으면 비가 오듯이, 날이 저물면 노을이 지듯이, 생명은 저절로 태어나서 비에 젖고 바람에 쓸려갔는데, 그처럼 덧없는 것들이 어떻게 사랑을 할 수 있고 사랑을 말할 수 있는 것인지, 눈물겨워 했다.

<내 젊은 날의 숲>은 20대의 세밀화가 조연주가 민통선 안쪽의 수목원에 일하게 되면서 들여다 본 숲 속 풍경을 노래한 소설이다. 

그 풍경의 안쪽에는 일상의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숲속의 내밀한 세계가 열리고, 여성 조연주의 삶을 관통하는 사랑과 운명이 서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조연주의 아버지는 면사무소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서 5급 팀장이 되었으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뇌물죄와 알선수재로 1심에서 징역 삼 년 육 개월에 추징금 삼억 원을 선고받았다. 항소를 포기해서 형량은 1심대로 확정되어 수감 중이다. 

조연주의 할아버지는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했다는 풍문이 있었으나 사실관계가 모호하여 확실히 알 수 없었다. 

수목원에 계약직으로 취직한 조연주는 민통선 안 숲속 식물을 계절 따라 세밀화로 그리고자 하는데, 작가 김훈의 문장은 그 식물의 세밀화를 문자화하려는 관념의 욕망으로 꿈틀거린다. 

김훈의 문장은 속을 들여다보기에 너무 멀고 낯설다. 독자의 시간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김훈의 문장들은 인간을 제외하고자하는 적대감으로 가득 차 있는 깊은 밤 숲 속처럼 완강한 것이어서 때론 책을 가만히 덮고 묵상에 잠길 때가 많다. 

김훈의 문장은 그런 문장이다. 그냥 지나치면 다가오지 않는 풍경, 설령 깊이 들여다보아도 잘 보여지지 않을 풍경과 서사를, 그 보여지지 않는 쪽의 시간과 공간의 방식으로 겨우겨우 담아내고 있는 절박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