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나랑 상관없음> 사랑에 눈머는 현상에 대하여

NeoTrois 2018. 12. 25. 00:00

<나랑 상관없음>(문학테라피, 2014)은 사랑과 헤어짐의 아픈 감정을 작가 특유의 감수성으로 승화시킨 프랑스 여류 소설가 모니카 사볼로의 장편소설입니다.

 

저자 모니카 사볼로(Monica Sabolo)는 프랑스 패션 잡지 <엘르>와 가십 주간지 <부아시>, <그라치아> 등에서 편집 일을 했고, 지금은 시나리오 작가활동을 한다고 해요.  

 

<릴리의 소설>, <정글>에 이은 작가의 세 번째 작품으로 프랑스 플로르상을 수상했어요. 가장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에 주는 상이라고 해요. 

 


 

소설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해요.

"맨 먼저 사랑에 눈머는 현상에 대해 알아보자. 한 인간이 자존심을 내세우며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가다가 어떻게 느닷없이 이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리는지 말이다."

 

주인공인 여자 MS가 남자 XX를 만나 불치의 병인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XX가 "어쩌지, 나랑은 상관없는 일인 것 같은데."라는 문자를 남기고 떠나기까지 연애와 결별을 마주하는 MS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소설이지요.


 

<나랑 상관없음>은 플로르상 수상작답게 파격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어요. 문장으로만 이야기를 하지 않고, XX와 주고받은 문자, 많은 사진들이 이야기를 합니다.

 

처음엔 이게 무슨 소설인가 어이없어 했지요.

 

그런데, 한 장 두 장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어느새 작가의 감수성에 빠져들어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게 되었어요. 사랑에 대하여 집착하는 주인공이 너무 안쓰러워 보였던 것이죠.

 


모니카는 XX가 이리저리 뛰어다니자, 부두교에까지 편지를 보내어 도움을 요청해요. 사랑하는 사람의 담배꽁초까지 보관하고 있었던 그녀를 생각하면 뭐랄까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개가 주인 뒤를 졸졸 따르듯 제 뒤를 따르지 않습니다."라는 문장에서 빵 터졌어요.

 

MS가 남자 XX와 헤어지고 난 후, MS의 과거사로 들어갈 때, MS가 바로 모니카 사볼로의 약자라는 걸 눈치 챘어요. 앙증맞은 모니카의 어린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사진들은 어른이 된 MS의 결별의 아픔을 더욱 도드라지게 보이게 했습니다.

 

모니카 사볼로의 소설을 읽고 있을 때, 프랑스 여류 작가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이 생각났습니다. 자신의 내밀한 사생활에 대하여 어떻게 그렇게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서술할 수 있는지 적잖이 놀랬었거든요.

 

프랑스 작가들의 소설을 읽으면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도 삶의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는 예민한 감수성을 느끼곤 했었는데, <나랑 상관없음>도 소소함에 대한 작가의 집요한 탐닉이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했지요.

 

마음 내키며 살던 작가가 어떻게 느닷없이 고칠 수 없는 사랑 병에 걸리게 되었고, 그녀로부터 헤어지고 있는 중인 XX를 그녀가 어떻게 떠나보냈는지에 대한 내밀한 기록들을 읽다보면, 작가 모니카 사볼로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았죠. 

 

모니카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그녀가 나랑 성향이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과 기억을 대하는 방식, 기록에 대한 애착, 그리고 무엇보다 흘러가는 시간을 향한 깊은 연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