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포 선셋, 비포 선라이즈의 9년 후의 후일담

NeoTrois 2019. 6. 11. 00:04

<비포 선셋>(2004)은 미국 남자 제시와 프랑스 여자 셀린느의 비엔나에서 하룻밤 풋사랑을 그린 영화 <비포 선라이즈>(1996)의 9년 후의 후일담을 그렸다.

유럽 횡단 열차에서 우연히 만난 제시와 셀린느는 비엔나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른 아침 기차역 플랫폼에서 6개월 후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지지만 9년 후에야 다시 파리에서 만나게 된다.

<비포 선셋>은 전편으로부터 9년이 흐른 뒤에 제작된 셈이다.

작가가 된 제시(에단 호크 분)는 파리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에서 유럽 투어 마지막 낭독회를 개최하고 있다. 9년 전의 바로 그날 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제시의 소설은 독자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둘이 정말로 6개월 후에 만났나요?"
"그 질문의 답은 당신이 현실주의자인지 낭만주의자인지에 달려 있죠"

이 때 서점 한 켠에서 미소 짓고 있는 셀린느의 모습이 제시의 눈에 들어온다.

그녀는 사인회를 하는 걸 어떻게 알고 찾아 왔을까.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지만, 전편에서 셀린느는 문학을 좋아하는 소녀였다는 점만으로도 <비포 선셋>은 제시와 셀린느의 만남을 성사시킨다.

전편처럼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80분이다. 제시가 곧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런닝타임과 영화 속 시간 흐름이 동일한 80분이다.

이들이 서점에서 재회하여 커피마시고 파리 강변과 시내를 거닐며 재잘거리는 대화가 <비포 선셋>의 전체 내용이다.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트는 <비포 선셋>을 리허설은 2주만에, 촬영은 3주 만에 끝냈다.

전편인 <비포 선라이즈>에는 거리의 술취한 시인도 있었고, 벨리 댄서도 출연했고, 놀이공원과 기차도 등장하고, 밤하늘 별빛이나마 볼 수 있었지만, 이번엔 딱 두 사람이다.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자동차 안에서 쉬지 않고 8분간이나 대화하는 장면에 이르면 숨이 딱 멎을 정도로 <비포 선셋>의 대사량은 압도적이다.

어색한 분위기로 시작한 두 사람의 대화는 9년 전 풋사랑의 달콤함이 되살아나면서 친한 친구사이마냥 앙칼지게 왜 그 때 오지 않았냐며 따져 묻기도 한다.

세월은 흘러 셀린느는 국제환경단체에서 활동하는 알파걸이 되었고, 제시는 네 살짜리 애가 딸린 유부남이 되었다. 이들에게 로맨틱할 구석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유람선을 타고, 강변을 거닐며 나누는 대화들은 노트르담 대사원과 세느강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여전히 귀에 쟁쟁 거리게 한다.

영화가 끝나갈 즈음 아파트에서 니나 시몬의 노래 ‘시간에 맞게(Just In Time)’를 틀어 놓고 섹시하게 시몬을 흉내내는 줄리 델피를 보게 되면, 다시 호기심이 생긴다. 제시는 비행기를 탈 수 있었을까?

* 각본에는 감독과 두 주연배우가 모두 참여했다. 에단 호크는 링클레이터의 영화 5편에 출연한 페르소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