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디 오브 라이즈> 디지털 VS 아날로그의 삶

NeoTrois 2018. 12. 29. 14:07

<바디 오브 라이즈>(2008. 10. 23)는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했던 액션 스릴러 영화예요. 그러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러셀 크로우의 액션 스릴러물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템포가 느린 단조로운 영화입니다.

 

미국의 세계를 대변하는 CIA국장 ‘에드 호프만’(러셀 크로우 분)이 무슬림을 대표하는 테러리스트 ‘알 살림’과 추격전을 벌이는 큰 줄거리이에요.

 

에드 호프만에게 전쟁은 비디오 게임처럼 보입니다. 그는 무슬림 세계로부터 멀리 떨어진 뉴욕에서 아이의 등교를 시키면서 동시에 이어폰을 통하여 무심하게 대테러 작전지시를 내립니다.

 

그의 행동은 분할되고 그의 생활은 이분법적으로 흐릅니다. 그의 눈에는 항상 정찰기가 보내오는 영상이 비추어지고, 귀에는 항상 상황유지를 위한 이어폰이 꽂혀져 있지요.

 

이러한 모습은 첨단 테크놀로지에 포획된 현대인들을 표상합니다. 호프만 역을 연기하기 위하여 러셀 크로우는 체중을 24kg이나 불렸다고 하네요. 현대문명은 인간을 행동 없는 돼지로 만드는 것일까요?

 

 

호프만이 상징하는 현대문명의 대척점에는 사막의 테러리스트 ‘알 살림’이 위치해요. 호프만이 디지털적인 사고로 행동한다면, 알 살림은 철저하게 아날로그의 삶을 살아갑니다.

 

알 살림의 네트워크에는 휴대폰도 이메일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잔잔한 물이 깊듯이 그의 존재감은 소리 없이 퍼지는 향기처럼 무슬림 세계를 은은하게 파고드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그가 대중 앞에 나타나 열변을 토하지 않아도, 그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신봉자들은 인편으로 전해오는 그의 말을 기꺼이 따릅니다.

 

<바디 오브 라이즈>는 알 살림과 호프만의 대결을 통하여, 논리적인 사고와 감성의 대비,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혼란, 서양과 중동적 삶의 충돌 등을 짚어갑니다.

 

이 두 세계의 충돌은 CIA의 비밀 요원 로저 페리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매개체가 되어 대리전을 치루게 되지요.

 

로저 페리스는 호프만의 작전을 수행하는 대리인이기는 하나, 호프만이 철저하게 데이터와 이미지를 맹신하는데 비하여 페리스는 발로 뛰고 땀을 흘리며 찾아낸 경험적 사실들을 중시합니다.

 

미국인이지만, 사투리 아랍어를 구사할 정도로 중동을 잘 알고, 중동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을 갖고 있는 캐릭터로 그려져요. 아랍녀 에이샤와 사랑에 빠져드는 것도 그런 이유겠지요.

 

페리스의 작전수행 방식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적이 아니라 중동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드 호프만이 요르단 정보국장 "하니"와의 약속을 깨트리고 미국식으로 테러 사건을 조작하는 순간, 로저 페리스가 위험을 겪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그러나 <바디 오브 라이즈>는 두 세계의 대결을 보는 것 외에 다른 영화적인 재미는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 영화예요.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스펙터클 영상도 보이지 않고 템포 빠른 액션 스릴러의 느낌도 오지 않았어요.

 

더구나 원제인 거짓말의 실체(Body Of Lies)를 명징하게 파고드는 날카로움도 보여주지 못한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