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심리학자 허태균의 '가끔은 제정신'

NeoTrois 2019. 9. 25. 13:14

<가끔은 제정신>은 한 때 잘 팔렸던 심리학 책이다. 저자 허태균은 늘 착각과 오류속에 사는 것이 '우리'라고 말한다.

그 근거로 저자는 그간 번역 출간되었던 저명한 심리학자들의 이론들을 잡다하게 소개했다.

우리 출판계는 아카데믹한 번역 서적들은 잘 팔리지 않는다. 대신 낚시성 제목을 달면 그나마 좀 팔린다. <가끔은 제정신>도 그런 책이다.

깊이 없는 책들이 잘 팔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책 뒤표지에는 <노는 만큼 성공한다>의 저자 김정운,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등의 찬사가 장식되어 있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고 적잖이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청춘은 아픈 것이 당연하니까 참아야 한다는 말에 기가 막혔다.

<가끔은 제정신>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사회 소위 유명인사들은 인간의 행복과 불행, 성공과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심지어 잘 놀지 못하는 것 까지도.

왜 이들은 개인의 성공과 실패가 개인적인 문제보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할까. 이들의 공통점은 굉장히 '나이브'한 교수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오늘의 현실을 잘 모른다. 그들은 교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그들의 힘으로 교수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대한민국을 누구나 열심히 노력만 하면 자기들처럼 성공할 수 있는 사회로 인식한다.

<가끔은 제정신>의 저자 허태균은 말한다.

"일본이 독도에 어떤 만행을 저질러도 독도는 절대 빼앗기지 않는다." 이러한 맹신은 도대체 어디서는 오는 것일까?

근거 없는 저자의 이 믿음이 우리사회를 전연병처럼 지배하게 된다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지 한 번이라도 숙고해봤는지 궁금하다.

대한제국 말기, 이른바 식자층도 그러한 안이한 생각을 하다, 망국을 당했을 것이다. 왜? 그들은 이래도, 저래도 손해 볼 게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를 예찬하기까지 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저자 허태균은 나아가 말한다. "우리사회에 스티브 잡스가 나오는 것보다 해가 서쪽에서 뜨길 기대하는 게 더 빠르다." 저자 허태균의 이러한 믿음은 패배주의나 사대주의와 다를 바 없다.

세계 랭킹 29위였던 대한민국이 월드컵에서 4강에 올랐던 것을 그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다. 왜? 그에게 있어 순위는 영원히 바뀌어서는 안 될 성배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도 이미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한다. 왜? 그에게 있어 대한민국은 영원히 세계의 변방이고 후진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 허태균은 말한다. "한때 전 세계에서 최고의 강대국은 미국과 일본이었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미국을 제일 우습게 보는 나라가 북한이고, 일본을 제일 우습게 보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말한다. 한민족, 파이팅!"

나는 그가 왜 자신의 민족을 비아냥거리는지 알 수 없다. 그것도 민족 고대 교수라는 분이 말이다.

북한이 미국을 우습게 보면 안되는 이유가 있기라도 한 것일까? 한국이 일본을 우습게 보면 안 되는 숨겨놓은 진리라도 혹시 있는 것일까?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한민족은 앞두고 있다. 허태균 같은 사람들은 아마도 꿈조차 꾸지 못할 일이다.

나이브한 교수들은 말한다.

아무리 아파도 그것은 너희들에게 당연한 것이니까 지금 상황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살라고. 순위는 함부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고. 그들에게 세계 질서는 쉽게 바뀌어서는 안되는 것이니까.

그러나 지구상의 모든 종은 변한다. 그것이 '진화'니까. 학자라면, 그 변화를 탐구하고 연구하여 자신의 이론을 담은 책을 내야 마땅하다.

대신 그들은 남이 연구해 놓은 걸 인용하다 날을 샌다. 그것도 귀찮으면 표절을 일삼기도 한다.

저자는 또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는 집단으로 항상 수위를 다투는 것이 사법부와 검찰"이라고.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왜 교수 집단을 빼는 것인지 나는 알 수 없다. 그간 우리는 고명하신 교수들의 논문 표절을 얼마나 질리게 보아왔던가?

저자는 각 차트마다 "심리학자 허태균'이라고 했다. '심리학자'라는 타이틀이 무척 탐이 났던 모양이다. 그 이유 또한 나는 모르겠다. 타이틀은 남이 달아주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