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화차, 미야베 미유키의 미스터리 장편소설

NeoTrois 2019. 11. 22. 23:15

변영주 감독이 연출한 영화 <화차>를 보고 미야베 미유키의 미스터리 장편소설 <화차>를 찾아 읽었다. 책 뒷표지에는 '일본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작가 미야베 미유키 최고의 작품!'이라는 카피가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었다.

'화차(火車)는 생전에 악행을 저지른 망자를 지옥으로 실어 나르는 불수레라고 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후후가 이 책을 권했다.

영화와 소설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무대만 도쿄에서 서울로 바뀌었을 뿐, 줄거리는 대동소이하다.

굳이 비교하자면 소설보다 영화가 스릴감이 좀 있다. 영화에서는 형사(조성하 분)의 역할이 보조적이지만, 소설에서는 원톱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영화에서 강성영은 소설에서는 '세키네 쇼코'다. 쇼코는 질이 아주 나쁜 사채에 쫒기다 급기야 '신원세탁'을 시도하고 성공한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여성을 골라 아무도 모르게 해치우고 자신이 그 여성의 신원으로 감쪽같이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신분세탁도 아니고, 신원세탁이다. 그것이 가능한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다고나 할까.

<화차>(이영미 옮김, 문학동네, 2012)

소설 <화차>는 사채의 덫에 걸린 세키네 쇼코를 통해 자본주의의 어둠과 허상을 조망했다. 그래서 <화차>를 두고 현대사회의 병폐를 그린 사회파 미스터리의 걸작이라고 추켜세운다. 

그러나 <화차>를 사회파 미스터리라고 하기엔 사회의식의 밀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미스터리의 걸작이라고 하기에도 치밀함이 턱없이 부족하다. 

독자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지엽적인 문제들, 어떻게 제3자가 호적등본을 발급받을 수 있었는지 등을 미주알고주알 캐며 장황하게 설명하다보니 박진감이 없다. 

<화차>를 읽어도 형사 '혼마 슌스케'가 가짜 '세키네 쇼코'의 실체에 접근하는 스릴감은 느낄 수 없다. 이 점은 영화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단지, 신원세탁이라는 소재가 신선하기 때문에 그나마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