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김려령의 '가시고백' 가슴이 넓어지는 성장 소설

NeoTrois 2019. 9. 13. 11:02

김려령의 <가시고백>(비룡소, 2012)을 읽고 가슴이 한 뼘 넓어졌다. 마음이 풋풋해지고 청소년마냥 가슴이 뛰었다.

김려령은 성장소설 특유의 문장으로 일가를 이뤘다. <완득이>를 읽을 때도 그랬다.

<가시고백>은 고등학교 2학년, 10대들이 주인공이다. 해일은 도둑질을 타고났다. 지란은 친아버지를 미치도록 증오한다.

다영은 반장 병에 걸린 양 늘 양보하기만 한다. 진오는 욕설을 달고 산다. 그러나 이들의 ‘가시’에도 그럴만한 ‘사연’이 다 있다.

김려령의 <가시고백>은 10대 청춘의 가슴에 박혀 있는 가시를 조심스레 들추어낸다. 어른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청춘들의 ‘가시’다.

‘나는 도둑이다. 말 그대로 순수한 도둑이다’ 해일은 자신의 직업을 도둑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그의 도둑질은 자연스럽다. 

해일은 어느 날 지란의 새 아빠의 전자수첩과 친아버지의 넷북을 연이어 훔친다.

해일의 도둑질을 매개가 되어 십대의 청춘들은 서로의 가슴에 박힌 가시를 알아보게 된다. 서로에게 가시 고백을 한 이들 청춘들은 고백함으로써 서로를 느낀다. 

자못 진지한 대목도 있지만, 해일과 지란, 그리고 진오는 부화기에서 갓 태어난 햇병아리마냥 순수하기만 하다.

청춘들의 가슴에 박힌 가시는 너무나 사소하고 작아서 잘 안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은 가시라도 오래 묵혀두면 너무 곪아서 뽑아낼 수조차 없을 것이다. 

해일의 독백처럼 가시 박힌 심장으로는 평생을 살 수 없을 것이다.

김려령의 <가시고백>은 스스로 치유해가는 청춘들의 힘을 차분하게 그렸다.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은 <가시고백>을 주말 동안 세 번이나 읽었다. 중학생인 아들은 두 번을 읽었다. 

나에겐 마지막 문장이 멋지게 각인되었다.

일기장을 만들고 쓰는 두 번째 일기가 될 것이다. 그때까지 나는 도둑이었다. 그리고 아직 용서를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