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울링, 얼음붙은 송곳니 원작 영화

NeoTrois 2019. 11. 25. 22:08

<하울링>은 일본 노나미 아사의 소설 <얼어붙은 송곳니>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이 영화는 세상으로부터 소외되고 차별받은 자들의 이야기다.

<하울링>의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강력계 형사 상길(송강호)은 승진에서 매번 후배에게 밀린다. 마누라와는 이혼했고 아들은 아버지 말을 듣지 않는다. 집과 직장에서 버려진 셈이다.

그렇다면 상길이라는 남성은 세상으로부터 버려졌다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 상길에게 분신 사건이 배당된다. 고과 점수가 낮기 때문에 상길에게 배당된 것이다. 거기다가 파트너로 순경 출신의 여경 차은영(이나영)이 붙는다.

상길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상길은 사건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데다 은영의 하는 꼴을 보니 더욱 배알이 꼴린다.

단순한 분신 사건에 은영이 의욕적으로 달라붙기 때문이다. 상길은 그런 은영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따돌린다.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면서 수사를 하는 장면들은 송강호 특유의 능청스러운 대사로 재미있게 진행된다. 상길은 피해자가 늑대 개에 물렸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사건에 호기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차츰 은영에게도 연민을 느끼기 시작한다. 고아원에서 자란 은영은 잠복근무로 매일 야근을 하면서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당했다. 피붙이도 하나 없다. 은영 또한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자인 셈이다. 

거기다가 은영은 사내들이 득실거리는 강력계에서 여자이기 때문에 성차별을 받는다. 상길과 은영은 그렇게 동질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영화가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늑대개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난다. 사건의 중심에 늑대개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

늑대도 아니고 개도 아닌 늑대개,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하지 못한 자인 셈이다. 그렇게 보면 <하울링>에서 세상으로부터 소외되고 차별받는 자의 상징은 늑대개이다. 

연쇄살인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던 상길과 은영은 늑대개와 묘한 동질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특히 은영은 불타는 지하실에서 늑대개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이후로, 늑대개의 그 눈빛에 강렬하게 사로잡힌다. 

그래서 늑대개를 사살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거부하고 늑대개와 함께 질주하며 미성년자 성매매범을 쫒는다. 

<하울링 HOWLING>(2012. 2. 16)

<하울링>은 늑대개라는 원시적인 소재가 관심을 끄는 영화다. 그러나 상길과 은영이 늑대개와 동류의식을 느끼는 감정묘사는 뭔가 부족했다. 연쇄사건의 배후를 쫓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늑대개의 살인동기를 부각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경찰조직 내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차별을 받는다는 은영의 처지도 시대에 뒤떨어진 설정으로 보인다. 송강호의 형사 캐릭터도 <살인의 추억>(2003)에서 박두만을 그대로 차용한 느낌이다. 

이야기와 연기가 그러하니 <하울링>은 새로울 게 없는 영화다. 그럼에도 <하울링>에는 어떤 신비감이 살아 있다. 이나영의 마지막 대사처럼 오랜 세월이 흘러도 늑대개의 알 수 없는 그 눈동자는 각인되어 있다. 

<하울링>은 <결혼은 미친 짓이다>(2002), <말죽거리 잔혹사>(2004), <비열한 거리>(2006), <쌍화점>(2008)으로 이어지는 유하 감독의 필모그래피와 잘 어울리는 작품은 아니다. 

* <하울링>에서 이나영이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은 손발이 좀 오그라든다. 그러나 늑대개와 교감하는 표정연기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