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 엠 러브, 서사보다는 이미지와 음률의 깊은 맛

NeoTrois 2019. 6. 2. 11:43

영화 <아이 엠 러브>는 소문보다 예술성이 높은 영화였다. 이탈리아 팔레르모 출신의 루카 구아다니노가 연출했다.

예술적인 영화는 종종 대중으로부터 외면받기 일쑤이다. <아이 엠 러브>도 영남 지방에서는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단 한곳에서만 상영했었다.

<아이 엠 러브>는 밀라노 재벌가의 한 며느리가 아들의 친구와 사랑에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렸다. 줄거리만 보면 딱 막장 드라마다.

그러나 섬세한 카메라 워크와 앙상블을 이루는 배우들의 연기가 감독이 펼쳐 놓은 예술의 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아이 엠 러브>는 서사적으로 읽기 보다는 이미지와 음률을 감상해야 비로소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생명력으로 파닥거리는 색채감과 가슴을 들뜨게 만드는 음악은 한 편의 명화를 감상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

이야기에만 치중하다보면 그만 졸림을 느낄 수도 있다. 엠마가 시아버지의 생일파티 준비를 정신없이 준비하는 장면에서 <아이 엠 러브>는 시작된다.

“아이 엠 러브, I Am Love, Io sono l'amore”(2011. 1. 20)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배우 : 틸다 스윈튼, 플라비오 파렌티

밀라노의 최상류층을 보는듯한 이 시퀀스는 세 자녀의 어머니이자 레키가문을 이끌어갈 남편의 아내로서, 그리고 명망있는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엠마의 박제된 우아함을 숨막히게 재현한다.

엠마가 요리사 안토니오와 정사를 나누는 장면은 <아이 엠 러브>의 백미다. 정교한 클로즈업 숏으로 이루어진 이 시퀀스는 자연미로 가득차 있다.

금지된 사랑에 빠져드는 엠마 역은 틸다 스윈튼이 맡았다.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이 여배우는 캠브리지 대학을 졸업했다.

<영아담>(2003)에서 관능적인 연기가 일품이었다. <올란도>(1993)와 <마이클 클레이튼>(2008),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9) 등에 출연하며 국제영화제로부터도 호평을 받았다.

<옥자>(2017)와 <설국열차>(2013)에 출연하며 봉준호 감독과도 인연이 깊은 여배우다.

엠마의 단절감과 금지된 욕망은 틸다 스윈튼이라는 여배우의 절제된 연기로 예술적 아름다움을 획득했다.

관객들의 미각을 사로잡은 안토니오의 요리솜씨도 이 영화가 추구하는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아이 엠 러브>가 선사하는 색채와 강렬한 음악, 그리고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남녀의 서사에 취하다 보면 새로운 삶이 보인다.

그것을 느낄 수 있다면, 예술 영화 한 편을 잘 감상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