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19세기 그림에서 발견되는 청혼의 구도란?

NeoTrois 2019. 2. 21. 15:18

스티븐 컨의 <문학과 예술의 문화사 1840~1900>(2005)는 1840년에서 1900년도까지 프랑스와 영국의 회화와 문학에 등장하는 ‘남녀의 시선’에 관한 재미있는 해석을 담은 책입니다. 

스티븐 컨은 철학과 문학, 예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육체와 섹슈얼리티, 사랑과 시선 등을 주로 연구해왔으며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880~1918>를 저술했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Eyes of Love’인데, 번역 서명은 전작과 맞추었다고 합니다. <문학과 예술의 문화사 1840~1900>에는 130여 점의 그림과 그 작품을 그린 화가들의 에피소드를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토머스 하디와 샬럿 브론테, 나다니엘 호손, 빅토로 위고, 찰스 디킨스, 에밀 졸라 등의 작가들과 그 작품은 물론, 푸코와 벤야민, 샤르트르 등 당대의 사상가들의 이야기도 함께 풀어놓았습니다.


스티븐 컨은 남녀가 주고받는 애정의 시선을 그린 19세기의 거의 모든 그림들에 이른바 ‘청혼하는 구도’를 발견했습니다. ‘청혼의 구도“란 그림에서 남성이 여성을 바라보고, 여성은 남성을 외면하며 감상자를 향하는 구도를 말합니다.

즉, 그림에서 남자의 얼굴은 주로 배경으로만 머물러 있으나, 감상자를 바라보는 여성의 얼굴은 훨씬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여러분들께서도 19세기의 그림을 감상하실 때, 혹 이러한 점을 발견하셨는지요?

스티븐 컨은 그 이유를 남성들의 시선은 성적 욕망으로만 가득 차 있어 단조로운 반면에 여성들의 눈동자는 청혼에 따른 갈등과 선택으로 표정이 입체적으로 살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역시 남자는 그저 그런 동물에 불과하고 여성이 훨씬 더 감성이 풍부한 동물이라고 화가들이 인색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대부분의 화가가 남자라서 그런 청혼의 구도가 생겨났던 것일까요?

아무튼, 스티븐 컨은 이러한 청혼의 구도를 회화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소설 속 남녀의 대사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화가들뿐만 아니라 작가들도 재미없는 남성들의 눈보다는 신비롭고 미묘한 여성의 눈동자에 더 집착했다는 것이지요.

<문학과 예술의 문화사 1840~1900>의 남녀 시선에 얽힌 성적인 주장들은 독자를 좀 민망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습니다. 그것은 남자의 모든 시선을 모두 성적으로 치환하기 때문이겠지요.

나아가 19세기 여성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진보적이었고, 능동적이었다는 사실도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무엇보다 그림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저자의 주장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예나 지금이나, 예술에서나 실제 인생에서나,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사랑은 대동소이함을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