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화 '신세계' - 비정한 사나이들의 운명

NeoTrois 2019. 11. 29. 23:00

호사가들은 <신세계>를 <무간도>, <디파티드>와 비교하길 좋아한다. 이 세 영화는 비정한 사나이들의 운명을 서사적으로 잘 그렸다.

박훈정 감독은 <부당거래>, <악마를 보았다>의 시나리오 작가 출신으로 장편 데뷔작은 <혈투>이다. <신세계>는 그의 두 번째 장편 영화다.

<신세계>의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경찰청 강과장(최민식)은 조폭 조직을 경찰의 하위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경찰 이자성(이정재)을 조폭 조직에 위장 침투 시킨다.

이자성은 8년의 세월동안 믿음과 배신이 난무하는 복마전에서 뼈가 부서지고 피가 튀기는 혈투 끝에 마침내 조폭 조직의 결합체 골드문 회장이 된다.

영화 <신세계>는 강과장의 시나리오대로 완벽하게 굴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강과장이 말하는 ‘신세계 프로젝트’는 거의 완성단계에 다다른다.

그러나 비정하고 비열한 ‘신세계 프로젝트’는 아이러니하게도 조폭에게서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은 휴머니즘에 의해 무너진다.

그 휴머니즘 발현의 주인공은 조폭 정청(황정민)이다. 정청은 위장경찰 이자성에게 ‘브라더’로서 무한 신뢰를 보낸다.

보통 인간이 흉내낼 수 없는 ‘무한 믿음’은 곧잘 조폭 영화가 변주하는 ‘클리셰’이다. 당신과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하더라도 의리에 있어서는 정청을 아마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정청의 무한신뢰는 이자성을 무너뜨리고 나아가 강과장의 시나리오를 넘어서며 ‘신세계 프로젝트’를 무너뜨리는 위력을 발휘한다. 

최소한 이 영화에서만큼은 주연배우들의 연기력도 극중 인물들의 역할과 대체로 일치했다. 이정재와 최민식의 과장된 연기들은 황정민의 메소드 연기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신세계>는 확실히 <무간도>, <디파티드>와 많이 닮았다. 영화에 몰입하다보면 사나이들의 비장한 운명에 연민에 빠져든다. 

남자라는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권력과 의리’이다. 관객들은 그 의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아수라장을 보면서 남자라는 동물을 이해하기도 하고 증오하기도 한다. 

영화 <신세계>가 보여준 믿음과 배신의 파노라마는 곧 우리 인생을 관통하는 운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여 관객들은 그들이 살아간 삶에 대하여 슬퍼하기도 하고 동정하기도 한다. 

만약 당신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겠는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