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험한 상견례' 영호남 남여의 좌충우돌, 황당한 사랑 이야기

Tree Days 2021. 1. 7. 21:10

김진영 감독의 <위험한 상견례>(2011)는 전라도 남자 현준(송새벽)이 펜팔로 만난 경상도 여자 다홍(이시영)과 겪는 좌충우돌과 황당한 사랑 이야기이다.

다홍은 몹쓸 병에 걸린 아버지 영남(백윤식)의 맹목적인 반대로 결혼에 어려움을 겪는다. 다홍의 아버지가 사위를 고르는 조건은 딱 하나다. '전라도' 남자만 아니면 된다는 것. 현준의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경상도 여자는 절대 불가다. 그래서 현준은 전라도 사투리를 없애기 위해 서울 말씨 과외까지 받고 연습하여 서울 출신인 척 가장하여 다홍의 아버지를 만난다.

현준이 말할 때마다 혹시 전라도 사투리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위험한 상견례>를 봐주는 것이 이 영화에 대한 예의인 것 같다. 영화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게스트들의 추억담을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이 영화를 보면서 심각해질 필요는 전혀 없다.

이 영화의 소재들은 개봉 당시에도 너무 '현재'와 동떨어져 있었다.

SNS 시대에 펜팔 연애 이야기가 나오고, 지방색 짙은 사투리로 무장한 '지역 감정'이 등장하고, 부모의 결혼 반대로 장벽에 부딪힌 '로미오와 줄리엣'이 출연한다.

1980년대로 돌아간 이 영화는 현재 시점에서 말하는 과거의 추억담 정도다. 펜팔 경험이 있었던 사람들은 전화로 시를 읽어주는 장면에서 과거를 추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직구장과 박남정이 특별출연하는 나이트클럽 등을 통해 영화는 끊임없이 1980년대의 에피소드들을 재생하려 노력한다.

그것은 과거의 추억담일 뿐, 서사는 되지 못한다. 생각거리가 없어진 <위험한 상견례>는 억지로라도 웃기는 데에만 열중한다.

이 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은 송새벽과 이시영이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기에는 벅찬 느낌이었다. 송새벽이 버스틀 타고 가면서 워크맨으로 서울말을 따라 하는 장면 정도가 기억에 남을 뿐이다.

그래서 영화는 특급 조연들을 동원한다. 배우 백윤식과 김수미를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 보는 즐거움은 충분하다.

이제는 늙어버린 그들이지만, 젊은 배우들을 능가하는 흥행 배우로서의 보증수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위험한 상견례'는 입증했다.

그러나 <위험한 상견례>는 억지 웃음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4년 뒤 이 영화의 시즌2가 나왔었는데, 그 영화도 똑같았다. 이런 영화는 오히려 지금 시점에서 보면 더 즐거운 영화다.

생각 없이 마구 웃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영화도 필요하다. 롯데껌이든 해태껌이든 씹고 싶을 때 마음껏 씹고 가볍게 뱉을 수 있는 껌 같은 영화 말이다. 인생에 어떤 날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날 때도 있는 법이니까.

자정까지 이어지기 십상이던 수개월간의 협상이 끝날 즈음 이 영화를 봤었다. 키이라 나이틀리의 <라스트 나잇>을 보고 싶었으나, 시간이 맞지 않아 이 영화를 선택했지만 그런대로 만족했었던 기억이 난다. 너무 오재전 기억이다.

스트레스가 짓누를 때,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영화가 건강에는 좋을 수도 있다. 현실이 버거울 때, 그저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을 때, 이런 영화가 약보다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인생은 가끔 억지 웃음이라도 지어야 지탱할 수 있는 험한 날들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