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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학교에서 끝장내라, 공교육이 그렇게 좋았다면

<학교에서 끝장내라>(중앙북스, 2009)에서 저자 이원희는 앞으로는 사교육이 공교육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단언했다. 우리 아이들의 시대는 공교육만으로도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분야의 공부를 대학에서 할 수 있게 되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저자 이원희는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세가지 필수조건을 소개했다.
첫째는 아빠의 경제력, 둘째는 엄마의 정보력, 세째는 아이의 실력.
훌륭한 교과서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아이들을 사교육 시장에 내모는 부모들을 그는 질타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과서 위주로, 학교수업에 충실했다."라는 매년 똑같은 전국수석의 말은 결코 거짓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들 수석들은 에빙하우스의 망각 법칙대로 무엇보다 예습 복습을 통해 학교 수업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에빙하우스의 망각 법칙'은 독일 심리학자인 헤르만 에빙하우스가 16년에 걸친 실험을 통해 발견해낸 법칙이다.
인간은 기억한 것의 절반 가량을 1시간 내에 잊어버리고, 하루가 지나면 70%, 그리고 한 달이면 80%를 잊어버린다는 법칙이다.

저자 이원희는 2009년 당시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특히 현(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대학 정보가 공개되고, 대입 업무가 대학교육협의회로 이관되며, 입학사정관 제도가 확대되는 등 대입제도의 변화가 예고된 만큼 사실상 첫 시험대가 되는 2010년이 대입 자율화와 공교육이 바로설 수 있는 기회다.

지나고나서 보니 그 때 그 저자의 말은 틀려도 너무 많이 틀렸다. 그 당시에도 저자의 말은 이미 틀려 있었다. 

저자는 우리 학생들이 '그렇게 좋은 교과서와 공교육'을 저버리고 사교육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현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교육 시장으로 달려가는 애들이 나쁘고 학부모만이 나쁘다는 투였다. 그리고 교과서만 너덜거릴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라는 공허한 외침들이었다.

저자의 말마따나 교과서가 그렇게 훌륭한 교재이고 사교육이 절대로 공교육을 이길 수 없는데도, 학생들은 왜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렸을까. 그 동안은 대학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서 공교육이 바로설 수 없었을까. 대입 업무의 주무부처를 바꾼다고 해서 공교육이 제대로 될까. 해마다 입시제도의 변화가 예고되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 언제까지 학생들을 마루타로 삼을지 걱정이다.

우리나라 교육현실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교육계에서는 그 어떤 분야보다도 먼저 자기 반성을 치열하게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한다. 학생들이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저자의 눈에는 교과서도 훌륭하게 집필되어 있고, 공교육이 답인데도 사교육 시장으로 향하는 학생들이 바보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그 잘못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더구나 우리 아이들이 공교육 만으로도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분야의 공부를 대학에서 할 수 있는 세상이 어떻게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저자는 생략한다.  

애써 찾자면 다음과 같은 우화들이 고작이다. 여전히 학생들만 잘하면 된다는 식이다.  

도끼를 갈아 바늘로 만든다는 '마부작침'(磨斧作針), <장자>의 '양생주'에 나오는 '포정의 칼', <열자 탕문편>에 나오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우화,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안데르스 에릭손의 '1만 시간의 법칙', 그리고 정성을 쏟으면 조각상 마저 여인으로 변한다는 그리스 신화의 '피그말리온 효과' 등등. 

전국 수석, 서울대 수석, 하버드 입학생 들의 넘쳐나는 이야기와 유명인사들의 추천사들로 도배된 이런 책을 왜 내가 그때 읽었는지도 의문이다. 아마도 공교육이 바로서는 염원 때문이었을 게다. 공교육은 언제 제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오늘은 수능일이다. 수능을 치르는 아이들이 짠할 뿐이다. 딸아이는 공교육도 사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 BlogIcon 토리의추억 2019.11.14 20:15 신고

    사교육의 아름다움(??)이 뿌리내린지가 언제부턴데 공교육이가 그렇게 좋다면 아무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겠지요.
    남들 별의 별 교육에 매달릴때 소신있게 공부해서 이젠 한 가정의 부모가 된 동생들이 대견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혹시나 우리 조카들에게 진학 열풍이 불어올때쯤엔 조금은 공교육의 진리가 빛을 발휘하지 않을까 기대는 조금 하고 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