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정해진 미래, 인구학자 조영태의 10년 후 한국 예측

NeoTrois 2019. 7. 21. 12:27

<정해진 미래>는 예언서가 아니다. 서울대 교수가 인구학 관점에서 한국의 10년 후를 내다본 예측이다. 저자 조영태 교수는 두 딸을 농고에 보내겠다고 해 화제가 됐다.

조영태 교수가 전망하는 10년 후의 한국은 일본보다 암울하다. 그 근거는 간단하다. 바로 출생아수다. 1972년 출생아는 100만 명이 넘었는데, 2000년 대 이후로 50만 명을 넘어서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참고로 통계청에 의하면 출생아수는 줄곧 떨어져 2017년 358천명(잠정치)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40만 명 선이 붕괴됐다.(통계청은 2065년 26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료 : 통계청

출생아수가 급감하고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 우리나라 인구구조는 역삼각형이 된다. 그래서 조영태 교수는 앞으로 대형 아파트는 살 사람이 없어질 것이고, 소형 아파트는 젊은 사람들이 살 여력이 되지 못할 것이므로 아파트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당연한 결과로 아동인구 감소는 초중등 교사를 남아돌게 만들 것이고 사립대학은 입학자원 부족으로 폐교 위기에 몰리게 될 것이다. 이제 사교육비로 월급의 3분의 1을 쓸 필요가 없는 시대가 도래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 생산인구 감소는 경제규모 축소와 청년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 저자는 저출산 문제를 복지가 아닌 투자로 접근하면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한다. 양적 팽창이 아닌 질적 성장을 위해 우리 사회의 ‘다운사이징’을 해법으로 제시하며 끝을 맺었다.

그러나 <정해진 미래>에는 많은 구멍이 보인다. 먼저 저자의 ‘아파트’ 시세관은 2000년대 중반기의 선대인의 부동산 대폭락론과 같은 논리 선상에 서 있다. 십여 년 전 선대인의 부동산 대폭락론만을 믿고 아파트를 처분했던, 그래서 상실감의 고통을 안고 지금까지 살고 있는 서민들을 주위에서 숱하게 봐왔다.

물론 폭락론이 고장 난 시계처럼 언제가 딱 한 번 정확하게 맞을 수도 있지만 학자라면 미래를 다 아는 것처럼 단정해서 말해선 안 될 것이다. 10년 후의 미래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멀지 않은 미래에 대학이 없어질 거라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저자의 교육 관련 주장들은 다 헛것이 되고 만다. 과학자들은 변수가 너무 많아 가까운 미래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미래를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십중팔구 사기꾼이다.

두 번째는 교육 문제다. 저자는 서울대 교수다. 우리나라 교육의 모든 문제는 ‘서울대’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있다. 오죽했으면 한때 서울대 폐지론이 힘을 받았겠는가? 그런데도 저자는 근본 대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사립대 폐교만 걱정하는 한가한 소리를 한다.

지금이야말로 서울대 폐지를 비롯한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든 대안을 검토할 적기이다. 일자리 미스매치와 직결되는 대학 진학률을 줄이는 방안, 교사 수급과 교육 전반에 대수술이 필요한 시기이다.

우리는 이미 ‘복지’가 ‘투자’인 시대에 살고 있다. 저출산 문제를 복지가 아닌 투자로 봐야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조영태 교수는 청년 일자리를 위해 노동 유연성을 높여야 하고, 해외 청년 일자리에 적극적인 투자를 주장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정해진 미래>는 ‘이미 배부른 자’의 ‘넋두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궤를 같이 한다. ‘아빠 카드’를 이용해 자신의 딸은 베트남에서 살길을 찾아 주겠다고 하는데, 이런 발상 자체가 기득권층의 비열한 오만이자 자기 기만이다.

이 책은 2016년 9월에 출간되었다. 박근혜 정부 때다. 박근혜 정부도 노동 유연성을 강조했고, 청년 일자리는 중동 등 해외에 많이 있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때이다.

그러나 일자리 문제 해결은 생산인구에 걸맞게 파이를 키우는 길 외에는 다른 길이 있을 수 없다. 그것은 상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유추할 수 있는 문제다. 파이가 쪼그라들면 아무리 노동유연성을 높인다 해도 비정규직들의 제살 깍아먹기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저자가 노동 유연화나 해외 일자리같은 허튼 소리를 하는 의도는 너무나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