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당신은 지루함이 필요하다', 마크 A. 호킨스

NeoTrois 2019. 7. 5. 10:04

<당신은 지루함이 필요하다>는 바쁘게 살아가는 한국인들을 겨냥한 책처럼 보인다. “빨리 빨리”라는 말이 언제부터인가 한국 문화를 상징하는 말처럼 되었다.

한국 사회를 단편적으로 경험한 몇몇 외국인들이 대중 매체에 이 말을 퍼트렸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 마크 A. 호킨스 박사는 캐나다 사이머 프레이저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2년 동안 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마크 A. 호킨스는 감정을 우리의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반응으로, 지루함을 현재 나에게 적극적인 반응을 유도할 정도의 자극이 없을 때 느끼는 감정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지루함을 감정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 지루함을 공간에 빗대어 설명하기도 한다. 지루함이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무한대로 펼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공간, 현대의 바쁜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우리 존재의 참된 본질을 응시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지루함이 인간 존재에 관한 근원적이고 두려운 진리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우리 인생 안의 모든 것과 인생 자체가 언젠가는 다 무의미해 지리라는 진리 말이다.

그렇기에 지루함은 우리의 삶과 존재를 탐구하는 출발점으로 삼기에 가장 완벽한 공간이자 시간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너무 많은 활동으로 채워져 있어서 지루함을 느낄 기회가 좀처럼 없고, 모처럼 지루함을 느끼게 되더라도 지루함을 견디는 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그 공간을 무엇으로라도 메꿔 버리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마크 A. 호킨스의 말이 맞다. 자유 시장주의가 지배하는 사회는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지루함이 스멀스멀 올라오면 자신이 뭐라도 잘못하기라도 한 것처럼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우리는 지루함을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바쁘게 살려고 노력한다. TV시청이나 쇼핑, 게임, 독서, 스포츠, 여행 등등을 한다. 그것이 반복되면 워크홀릭, 게임중독 등 중독 상태에 빠지게 된다.

<당신은 지루함이 필요하다>(마크 A. 호킨스 지음, 서지민 옮김, 틈새책방, 2018)

그렇다면 우리는 지루함을 어떻게 다루어야할까? 마크 A. 호킨스는 지루함을 마음 챙김 훈련으로는 다룰 수 없다고 말한다.

마음 챙김은 우리가 대상에 준 의미를 빼앗으려는 시도지만, 지루함은 대상의 무의미함 그 자체이고, 마음 챙김 훈련은 의도적으로 무를 찾아 나서는 것이지만, 지루함은 내 안에서 드러나는 무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크 A. 호킨스가 지루한 순간, 우리가 어떻게 하면 되는지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없다.

그저 지루함의 기회를 많이 만들라고만 말한다. 스마트 기기를 멀리하고, 지루함이 찾아오더라도 도망치지 말고 그 속에 있으라는 말만 되풀이 한다.

우리가 지루함을 느끼면 무의미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지루함에 아주 깊게 빠져들면, 내 정체성이 나 또는 내가 속한 문화가 자의적으로 부여한 의미로 이뤄졌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지루함의 의미와 효용은 그럭저럭 설명했지만 지루함을 대면하는 방법을 다루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지루함을 통해서 자신과 의미 조율을 반복하는 것은 깊이를 얻는 여정이다. 자신과 개인적 신념에 대한 통찰과 자각이 거듭되면 더 깊은 통찰이 드러난다. 지루함의 지평은 나날이 넓어지고, 우리는 존재 속으로 더 깊숙이 빠져 들어간다.(1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