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인간 종의 진화 역사와 끝

NeoTrois 2019. 6. 1. 11:23

<사피엔스>(2015)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 종의 역사와 미래를 거시적으로 탐구한 역작이다. 저자 유발 노아 하라리는 두 가지 근본 질문으로 <사피엔스>를 시작한다.

첫째, 20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서 별로 중요치 않았던 우리 인간 종이 어떻게 지구 행성을 지배하게 되었는가라는 의문이다.

인류는 약 250만 년 전 동부 아프리카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진화하기 시작하여 15만 년 전 동부 아프리카에 우리와 똑같이 생긴 호모 사피엔스가 살고 있었다. 몇 만 년 전의 지구상에는 최소 여섯 가지 인간 종이 살고 있었고 그 중 하나였던 호모 사피엔스도 변방에서 자기 앞가림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약 7만 년 전부터 아라비아 반도로 퍼져나갔고 거기서부터 유라시아 전체로 급속히 퍼져나가 번성했다. 그런데 사피엔스가 새로운 지역에 도착하자마자 그곳의 토착 인류가 멸종했다. 다양했던 인간 종들 중에서 왜 호모 사피엔스만이 살아남게 되었을까?

유발 하라리는 세 가지 혁명을 답으로 제시한다. 약 7만 년 전 일어난 인지혁명과, 약 12,000년 전 발생한 농업혁명, 그리고 5백 년 전 시작한 과학혁명이 오늘날의 사피엔스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사실 현생 인류만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첫 번째 인지혁명이 핵심이다. 농업혁명과 과학혁명은 인지혁명이 있고 나면 필연적으로 따라붙게 되는 부차적인 과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연히 일어난 유전자 돌연변이가 사피엔스의 뇌의 내부 배선을 바꾼 덕분에 사피엔스가 전에 없던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으며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언어를 사용해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된 것을 ‘인지혁명’이라 부른다. 인지 혁명이 왜 호모사피엔스 종에게만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두 번째 질문은, 사피엔스가 진화의 마지막 종일까라는 의문이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가 인류의 마지막 종일 가능성은 낮다고 답한다. 그것 보다는 현생 인류가 생명공학, 사이보그, 비유기체 공학 등 세 갈래 길의 진화 가능성을 검토한다.

나는 <호모 데우스>(2017)를 먼저 읽고 <사피엔스>(2015)를 읽었다. 두 책은 같은 주제에 얼개와 뼈대도 같다. 동어 반복도 많이 보인다. 다만 포커스에 따라 인용한 연구 사례들만 약간 다를 뿐이다. 그런데도 읽기에 지루하지 않다. 그것은 저자의 현란한 문장력 덕분이다.

유발 노아 하라리는 곁가지로 행복의 문제도 다뤘다. 우리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무의미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를 저술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내가 <사피엔스>를 읽고 리뷰를 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물으면 아직까지 나는 대답할 말을 찾을 수 없다.

우리의 감정은 바다의 파도처럼 매 순간 변화하는 순간적 요동에 지나지 않는다. 불교에서 번뇌의 근원은 고통이나 슬픔에 있지 않다. 심지어 덧없음에 있는 것도 아니다. 번뇌의 진정한 근원은 이처럼 순간적인 감정을 무의미하게 끝없이 추구하는데 있다.(5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