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소설가 박범신의 40번째 장편 소설 '소금'

Tree Days 2019. 12. 2. 19:22

<소금>은 출간되기 전에 한겨레 신문에 연재한 박범신의 장편 소설이다. 박범신은 문단에 데뷔한 지 40년이 되던 해인 2013년에 40번째 소설로 <소금>을 출간했다.

소설가 박범신은 문단 데뷔 이래 한 해 한 권꼴로 소설을 썼다. 소설과 영화 <은교>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박범신은 <소금>을 고향 논산에 은둔하며 2년여 동안 집필했다. 소설의 배경도 논산이다.

작가가 이 소설에 대하여 가진 애정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흔히 소설 <소금>은 자본의 폭력성을 다룬 박범신 3부작의 완결판이라고 일컬어진다. 3부작의 나머지는 <나의 손은 말꿉으로 변하고>, <비즈니스>이다.

박범신은 <소금>은 염부의 아들이었던 주인공 '선명우'의 인생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아버지'에 대한 존재론적 의미를 성찰하고, 나아가 자본의 폭력성에 대하여 '발언'하는 소설이라고 말했다.

박범신은 소금이 짠맛과 신맛, 단맛과 쓴맛, 그리고 매운맛을 낸다고 말한다. 처자식을 위해 아버지 선명우가 겪었던 소금과도 같은 인생의 온갖 맛들을 <소금>에서 그렸다는 말이다.

<소금>(박범신, 한겨레출판, 2013), 표지가 생뚱맞다

소설은 선명우가 '우연한 사건'으로 처자식을 등지고 가출한 후에 참 인생을 살아간다는 이야기로 막을 내린다. <소금>의 초반부와 중반부는 상당히 잘 읽힌다. 생경한 우리말을 읽는 재미는 쏠쏠하다. 

소설을 읽으면서 '휑뎅그렁하다', '에푸수수하다', '해낙낙한', '나붓나붓' 이런 어휘들은 사전을 찾아보고 나서야 정확한 뜻을 헤아릴 수 있었다. 

생경한 우리말이 빚어내는 신선한 느낌이 소설 속 상황과 잘 어우려져 힘이 실린 문장을 대면하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소금>의 초반부에는 그런 기회가 제법 많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소금>은 소설로서의 지위를 급격하게 상실하고, 대신 우리 앞에는 인터넷에서나 볼 수 있는 왜장치는 논객이 불쑥 나타나 활보하는 느낌이 든다.

깔대와 빨대론이 나오고 자본의 폭력성을 거칠게 말하지만 소설가 박범신이 말하는 논조에는 쉽게 동의할 수 없는 구석이 너무 많다. 

<소금> 전체를 통틀어 '자본의 폭력성'이 사건으로 다가오는 대목은 그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다급한 마음을 헤아릴 듯하고, 선명우의 첫사랑 '세희'를 생각하면 몰강스러운 세월의 그림자에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소금>을 읽으면 아마도 다 읽기 전에는 책장을 덮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