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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 타임, 영생에 대한 달콤한 유혹

by 나무와나무 2019. 7. 4.

<인 타임>은 시간 단위가 화폐로 쓰이는 미래 세계를 가정한 SF영화다. 여기서는 시간을 많이 소유한 사람이 부자고 부자들이 시간을 많이 소유한다.

사람들은 일당을 시간으로 지불받고 그 시간을 거래수단으로 사용한다. 시간이 곧 돈이되는 사회다.

커피 한잔을 먹기 위해서는 4분을 지불해야 하고 버스를 타려면 1시간을 지불해야 한다. 스포츠카는 무려 60년이라는 시간을 지불해야 살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세계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영화 속 주인공 윌(저스틴 팀버레이크)은 이렇게 말한다.

“유전자 조작으로 모든 사람은 25세 이후에 노화가 멈추어 25세의 얼굴 상태로 평생 살게 된다. 대신 25세 이후의 삶은 자신이 저축해 둔 시간만큼만 살 수 있다.”

영화 속 사람들은 자신의 팔뚝에 새겨진 시계를 보고 자신의 남은 인생의 시간을 알 수 있다.

그 시계는 소득량과 소비량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열심히 일하여 시간을 많이 벌 수 있다면 그만큼 더 오래 살 수 있고, 나아가 막대한 부를 축적하면 이론적으로는 영생할 수도 있다.

이 얼마나 참신한 발상이며 달콤한 유혹인가? 거기다 육체는 25세에서 더 이상 노화가 진행되지 않으니 신비의 불로초를 먹은 것과 같다.

그야말로 <인 타임>의 세계는 인류가 꿈꾸어 온 유토피아와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인 타임>의 세계에서도 우울한 경제학은 위력을 발휘한다. 영화 속에서 지불수단으로 쓰이는 시간은 자본주의 시장의 화폐와 마찬가지로 인플레를 겪기도 하는 등 한정된 자원으로 묘사된다.

즉 한 사람이 시간(화폐)을 일정량 소유하게 되면, 누군가의 시간(화폐)이 그 만큼 줄어들어야 한다.

그래서 <인 타임>은 타임존을 설정하고 빈민가를 만들고, 소수자의 영생을 위하여 그들 빈민 대중의 시간을 그들이 모르게 '시장 경제학적'으로 빼앗아 간다.

일당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주인공 윌의 시계에는 언제나 많아야 하루 분량의 시간만이 남아 있다. 살날이 단 하루 남았다는 위태로움은 관객을 압도한다.

윌의 어머니는 버스요금으로 지불할 2시간이 없어 윌을 만나러 뛰어가다가 윌의 눈앞에서 죽어간다.

빈민가의 사람들에게 죽음은 이렇듯 도둑처럼 찾아온다. 어느날 윌은 100년을 소유한 헤밀턴이라는 남자를 만나 ‘운 좋게도’ 100년을 상속받는다.

<인 타임 In Time>(개봉 : 2011. 10. 27)

<인 타임>에서 시간을 주고받는 저스틴 팀 버레이크와 아만다 사이프리드. 영화에서 시간은 결재수단이자, 재산은 물론 생명, 그 자체이다. 시간을 많이 소유하면 영원히 살 수 있다.

100년을 소유하게 된 윌은 시계 시스템(자본주의)의 비밀을 깨닫게 된다. 윌은 시계 시스템을 파괴할 결심을 한다.

타임키퍼 레온(킬리언 모피)을 따돌리고 시계 시스템의 중심 뉴 그리니치로 잠입하는데 성공한다. 뉴 그리니치에서 백만년을 소유한 거부 와이즈의 딸 실비아(아만다 사이프리드 분)를 ‘우연하게’ 만나 시스템의 핵심으로 접근한다.

기발한 설정으로 시작한 <인 타임>은 윌과 그를 막으려는 타임키퍼 레온과의 대결이 시작되면서 SF적인 긴박감이 고조되기 시작한다.

이제 영화는 등장 인물들의 영웅적인 액션이 활개 칠 시간, 감독의 ‘레디 액션!’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순신각에 실망으로 바뀌고 만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이상하게도 <인 타임>은 액션도 죽어버리고 플롯도 그만 박살이 나고 만다.

영웅적 연기를 보여주어야 할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모텔을 전전하며 은행을 터는 좀도둑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그들을 쫒는 모피의 액션 연기도 손이 오그라든다. 그것은 명백히 시나리오의 빈약함에서 비롯됐다.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그 조각같은 얼굴로 시간 시스템의 핵심을 정교하게 파고들어갔어야 했고, 그 시스템의 수호자들은 악마적인 거대한 힘으로 팽팽하게 막아서는 긴장감을 뿜어냈어야 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앤드류 니콜 감독의 손에는 그런 시나리오가 없었다.

<인 타임>은 참신한 설정 하나를 들고서 출중한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무작정 크랭크 인 한다고 해서 좋은 영화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참신한 설정과 영생에 대한 달콤한 유혹을 잘 살려내지 못한 것이 지금도 아쉽다.

그러나 영화는 지금의 세계와 미래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풍자하고 있다. 지금도 60년을 꼬박 모아 스포츠카를 살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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