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인의 삶, 우리는 어떻게 타자의 삶에 빠져드는가?

NeoTrois 2019. 6. 25. 07:54

영화 <타인의 삶>(개봉 : 2007. 3. 22)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5년 전, 1984년 동독을 배경으로 한 독일 영화다. <투어리스트>(2010)를 연출한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 <타인의 삶>에 따르면 1980년대 동독에서는 슈타지로 불리는 동독비밀경찰이 9만 명이 넘게 활동하고 있었고, 약 17만 명의 정보원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타인의 삶>은 냉전시대 비밀경찰 비즐러(울리쉬 뮤흐)가 동독 최고의 극작가 드라이만(세바스티안 코치)을 감시하게 되면서 타인의 삶에 동화되어 과정을 서정적으로 그려낸 수작이다.

당시 동독은 감시와 심문으로 얼룩진 암흑기였다. 비즐러는 비밀경찰 활동에 탁월한 역량을 보였고, 사회주의자의 이념을 철저하게 신봉했다.

어느 날 비즐러는 크리스티나의 연극 극장에서 그녀의 애인 드라이만이 반정부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비즐러는 드라이만의 집에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24시간 도청을 실시한다.

휑뎅그렁한 창고에서 크리스티나와 드라이만의 사생활을 24시간 혼자서 엿듣고 있는 비즐러의 엿듣기 심리는 관객에게 그대로 전이된다.

비즐러는 드라이만과 크리스티나의 은밀한 사생활까지, 심지어 섹스 소리까지 다 엿들었지만 반정부 음모의 단서는 포착할 수 없었다.

오히려 드라이만과 크리스타가 나누는 사랑과 예술적인 삶에 점점 호감을 갖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문화부장관 헴프가 강제로 크리스티나를 강간하자 드라이만은 서방언론에 동독의 인권 침해 실상을 알리는 글을 비밀리에 기고한다.

비즐러는 드라이만이 위험에 빠질 때마다 미리 신호를 주거나 직접 개입하여 그를 보호한다. 비즐러는 타인의 삶에 적극적으로 끼어들게 되면서 새로운 삶을 경험한다.

<타인의 삶>은 냉정시대 사회주의 국가의 인권유린을 고발한다기보다는 국가와 이념 밖에 모르던 두 남자가 도청이라는 기이한 방식으로 타인의 삶에 깊이 빠져 들어가는 과정을 묘사한다.

단 한 번도 대면한 적 없는 비즐러와 드라이만은 매일 살을 맞대고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영감을 주고받았다.

사람과 사람은 얼굴을 매일 맞대고 산다고 해서 영혼을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타인의 삶>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라스트신이 강한 여운을 남기는 <타인의 삶>은 제79회 아카데미(2007)에서 외국어영화상과 독일 아카데미 주요부문 7개 부문 수상 등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영화속 심리학
리마 증후군은 인질범들이 인질들에게 동화되어 자신을 인질과 동일시함으로써 공격적인 태도가 완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1997년 페루 리마에서 반정부조직 요원들이 127일 동안 인질들과 함께 지내면서 차츰 인질들에게 동화되어 가족과 안부 편지를 주고받고, 미사를 개최하는 등의 현상을 보였다는 데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와 반대로 스톡홀름 신드롬은 1973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은행에 침입한 4명의 무장 강도가 은행 직원들을 패쇄된 금고에 볼모로 잡고 6일간 경찰과 대치한 사건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인질들은 인질범들에게 정서적으로 동화되어 자신들을 구출하려는 경찰들을 적대시하게 된다.

사건이 끝난 뒤에도 계속해서 강도들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은 심리현상을 보였던 데서 유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