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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투어리스트', 사랑에 눈 먼 순진남을 사랑한 여자 이야기

by 나무와나무 2019. 6. 21.

영화 <투어리스트>(2010)는 국내에도 개봉했던 소피 마르소의 <안소니 짐머>(2005)를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이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이 긴 이름의 감독은 독일영화 <타인의 삶>(2006)으로 장편 영화에 데뷔했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전설적인 걸작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를 전범으로 삼은 <투어리스트>는 우연히 아름다운 여자를 만난 남자가 음모에 빠진다는 전형적인 히치콕식 스릴러물의 영화문법을 충실히 따른다.

<투어리스트>에서 애인과 헤어진 수학교사 프랭크(조니 뎁)는 여행길에 오른다. 베니스행 기차에 몸을 실은 그의 눈앞에 여신 스타일의 엘리제(안젤리나 졸리)가 불쑥 나타난다.

베니스에 도착한 프랭크는 엘리제와 함께 초호화 호텔 스위트룸에 묶게 된다. 엘리제는 정신이 혼미해진 프랭크에게 세상에서 가장 달콤해 보이는 키스를 그에게 선사한다.

그 때의 조니 뎁의 표정이란! 무엇인가 석연치 않은 상황 속에서 아름다운 여성으로부터 뜨거운 키스세례를 받은 남자의 얼떨떨하면서도 야릇하기 그지없는 표정, 그것은 아무나 지을 수 있는 표정은 아니다.

게다가 조니 뎁은 야심한 밤에 엘리제가 자고 있는 방문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는 남자의 욕망과 그것을 억누르려는 망설임을 섬세하게 연기했다.

이러한 프랭크의 달콤하고 불안한 심리상태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투어리스트>는 현란한 속도감으로 무장한 요즘 스릴러물과는 확연히 다른 서스팬스의 쾌감을 준다.

어쨌든, 미인이 혼자 자는 방에 들어갈 용기가 감히 없었던 프랭크는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달콤한 키스의 감촉만 간직한 채 갱단에 쫓기게 된다. 이어서 인터폴도 그를 추격해 온다.

잠옷 차림으로 지붕위로 도망치는 프랭크를 보고 객석에서 키득거리는 사람이 많았다. 여행지에서 함부로 낯선 사람의 유혹에 넘어가지 마라는 아주 오래된 금언을 무시한 대가일까?

알고 봤더니 엘리제는 나쁜 여자였다. 엘리제의 남친 알렉산더는 갱단의 돈을 수십억 달러나 떼먹고 도망쳤다.

그리고 알렉산더는 2천만 달러라는 거금을 들여서 성형수술까지 하고, 대신 성형수술전의 자신과 비슷한 남자를 범인으로 만들려는 수작을 벌이고 있었다.

알렉산더의 계략에 따라 엘리제는 프랭크를 골랐을 뿐이었다. 프랭크를 경찰과 갱단에 제물로 바칠 속셈이었다. 그런 사실을 알고서도 이 남자 프랭크는 엘리제를 향한 연심을 버리지 못한다.

현란한 속도감을 자랑하는 스릴러물을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투어리스트>는 지루할 수도 있다. 대신 물의 도시 베니스가 자아내는 이국적인 정취와 함께 안젤리나 졸리의 매력을 물씬 느끼고 싶다면 이 영화가 제격이다.

그리고 사랑에 눈 먼 순진한 남자와,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 아름다운 여자의 이야기를 고전 스릴러의 감성으로 느껴보고 싶은 관객들에게도 <투어리스트>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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