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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프닝',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첫 R등급 영화

<해프닝>(2008)은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첫 R등급 영화로 자극적인 비주얼과 함께 오프닝 샷이 인상적인 SF 영화였다. 첫 장면에서 뉴욕 센트럴파크 공원에서 한가롭게 산책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정지되어 버린다.

이 첫 장면은 뉴욕이라는 도시와 센트럴파크라는 공원이라는 장소적인 특징은 물론, 공원에서 여가를 즐기는 시민들에게 한 순간 찾아오는 정지된 순간, 우리들의 문명의 시계가 완전히 멈추어 버린 시간적인 공백을 느끼게 한다.

그 짤막한 정지된 순간이 지나고 나서 <해프닝>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자살의 행렬을 지루하게 보여준다.

여대생 클레어는 공원에서 머리핀으로 자신의 목을 찌르고, 교통 경찰 데이비스는 스스로 머리에 총을 겨누고, 공사 현장의 인부들은 떼를 지어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장면들...

공포에 질린 시민들은 뉴욕을 떠나 대피하기 시작하고, 대피의 긴 행렬에 동참한 고등학교 과학교사 엘리엇(마크 월버그)은 정체불명의 미스터리 현상들을 분석하기 시작한다.

<해프닝>은 관객들이 재난의 원인으로 핵 방사능의 유출 혹은 테러리스트의 공격, 그도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자연현상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추정하게 만든다. 

동물원의 짐승에게 팔을 뜯기며 먹이가 되어가는 인간의 모습은 너무나 끔찍했다. 

<식스 센스>(1999)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해프닝>에서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잔혹한 장면은 다 보여주려고 작정한 듯 했다. 

그러나 <해프닝>은 상업영화로서 가져야 할 요소들을 거의 다 빼 먹고 있었다. 이 영화에는 “사람들이 차례로 죽어나가는 것 외에는 다른 일은 없었다.”

<해프닝>을 본 관객들은 허무한 결말과 함께 스토리텔링이 너무 부족했다는 불평들을 쏟아냈다. 그래도 M. 나이트 샤말란 특유의 소리가 빚어냈던 신비감은 그런대로 괜찮았다.